‘나는 왜 하필 나로 태어난 걸까?’라는 고민은 누구나 한 번쯤 자기에게 던져 보았을 질문이다. 자기혐오에서 벗어나 차차 자기 긍정의 단계로 발을 내딛는 중학생 동두희의 이야기를 그린 청소년 그래픽 노블 『똥두』에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이 있다. 열다섯의 거대한 우주를 뚫고 나아가는 ‘똥두’ 동두희의 좌충우돌 로맨스 성장 만화로, 앞으로 같은 고민을 겪어 나갈 십 대들에게 진솔하고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요란히 응원을 건넨다. 단편 애니메이션 작업을 이어 오다 그래픽 노블로 독자 앞에 서게 된 국무영 작가를 만나 보았다.
『똥두』는 어떻게 탄생한 이야기인가요? 『똥두』를 처음 그려 내고자 마음먹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똥두』 이전에 저는 관념의 세계와 낯선 이미지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질릴 때 즈음 현실에 바탕을 둔 생생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고, 그렇게 ‘똥두’라는 별명을 가진 열다섯 사춘기 소녀 동두희가 탄생했습니다.
『똥두』의 시초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끼라뽕이라는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풀네임은 끼라끼라뽕입니다. 자신의 볼을 주먹으로 치면 얼굴로 방귀를 뀌는 캐릭터인데,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끼라뽕의 방귀가 결국 지구를 구한다는 아주 교훈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캐릭터가 계속 발전되면서 쥐락펴락 독재자가 있는 외계 행성의 캐릭터가 되었다가, 음악으로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물이 되었다가 결국, 열다섯 인간 중학생 동두희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끼라뽕과 동두희가 전혀 다른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이는 자신의 머리에 있는 ‘똥’(실제로든 상징적으로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고 세상을 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로 단편 애니메이션을 작업해 오셨는데요, 이번에는 어떻게 만화라는 매체를 선택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만화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접근성과 실용성, 권위적이지 않은 것이 만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단편 애니메이션은 그야말로 우리들만의 축제입니다,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가 보면 일반 관객분들보다는 관련자가 대부분이지요. 최근에도 ‘인디애니페스트’라는 영화제에 참석했는데, 정말 좋은 작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들이 더 많은 곳에 노출이 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만화는 단편 애니메이션보다는 대다수의 분들이 접근하기가 비교적 쉽고,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노출하는 것도 훨씬 편리합니다. 그리고 저는 단편보다 좀 더 긴 호흡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는데, 애니메이션은 자본이 많이 들기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런데 만화는 혼자 시작해서 혼자 망해도 비교적 덜 부담스럽습니다. 이런 실용성 또한 만화의 매력이고, 무엇보다도 만화의 매력은 그 어떤 예술보다 권위적이지 않고 소박하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두희는 마치 어딘가에 실제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생생한 캐릭터입니다. 혹시 자전적인 내용을 그리신 걸까요? 작가님의 십 대 시절은 어떠셨나요?
“똥두는 100% 픽션입니다.”라고 말하려고 합니다. (근엄) 그런데 여자 작가가 남자 주인공을 다루든, 인간인 작가가 인간이 아닌 존재를 다루든, 어떤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작가와 작품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전적인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런데, 똥두는 저의 십 대 시절에 비한다면 아주 훌륭한 아이입니다. 저의 십 대 시절은 안개 낀 정신 상태로 흐릿하게 세상을 보는 무기력한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인물뿐만 아니라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다 현실적이고 유쾌하고 감동적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구상하고 만들어 내셨나요? 이야기를 창작할 때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으신지요?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보통 많은 작가가 하는 것처럼 관찰하고 생각하고 궁리하고 메모하고 공부합니다. 『똥두』를 만드는 동안 잘 이해되지 않았던 캐릭터를 알기 위해서 각종 심리학에서부터 점성학, 명리학까지 사람에 관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은 늘 막막함의 연속입니다.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과정은 막막함을 견딜 수 있는 신체와 정신을 기르는 게 전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 그리는 일은 어떤 즐거움을 안겨 주나요?
그림은 생각으로부터 휴식을 줍니다. 만화 작업이 안 될 때는 드로잉을 합니다. 작업과 관련 없는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재밌습니다. 그리고 만화는 글과 그림을 동시에 다루기 때문에 글을 쓰다가 막히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다가 막히면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긴 시간 동안 『똥두』를 다듬어 오셨는데요, 『똥두』를 마무리 짓기까지 그간 어려운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어떤 자세로 임하셨는지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똥두를 마무리한다면 내가 얼마나 성장할까’라는 기대감이 없었다면 이 작품을 마무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저에게, 여러 인물을 다뤄야 하는 장편의 서사는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덕분에 저와 전혀 다른 인물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저 자신도 조금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작품들도 저에게 그런 기대감이 있습니다. 작품을 하나씩 마무리할 때마다 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작품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똥두』는 저의 창작 인생에서 꼭 넘어야 할 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작품을 끝내지 못한다면 다른 작품들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꼭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업들을 이어 나가고 또 어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실 예정인지 살짝만 들려주세요.
하고 싶은 작업이 너무 많아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저에게는 항상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저 자신을 알기 때문에 하나씩 차분하게 해 나가 보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양이랑 살아가는 두 인간의 일상 만화를 20화 정도 완결해 보려고 하고 있고, 그다음에는 바닷가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한 불가사리와 거북이가 성격적 문제가 있는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시트콤 형식의 만화를 평생 그리고 싶습니다. 그런 와중에 오랫동안 묵혀 놓았던 단편 만화와, 『똥두』보다는 좀 더 묵직한 청소년 성장 만화 한 편을 더 기획하고 있습니다.
*국무영 국내산 무농약 박재영, 줄여서 국무영.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만화 교육을 병행하며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똥두』는 작가의 첫 만화책이다. 2008년 단편 애니메이션 「창조기」 2009년 단편 애니메이션 「Find Me」 2011년 개인전 「Find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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