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래 “밤 비행을 좋아하세요?”
저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기를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유형, 무형의 많은 것을 경험해 왔어요. 경험을 수집한다는 의미에서 ‘경험 컬렉터’란 용어를 썼고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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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장기화는 삶의 풍경마저 바꿔놓았다. 해외여행이 비현실적인 판타지가 되어가고 있는 이때, 방구석 여행자를 위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 나왔다. 외항사 승무원 출신 저자가 쓴 여행 에세이 『밤 비행이 좋아』가 그것. 이 책에는 승무원 생활, 비행 그리고 여행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경험을 수집하는 컬렉터답게 저자는 혹독한 승무원 트레이닝부터 흥미로운 비행 에피소드와 승무원 일상, 로마ㆍ베네치아ㆍ헬싱키ㆍ더블린 등 아름다운 비행 도시들의 매력, ‘파리에서 한 달 살기’ 및 취미 발레 등 다양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비행기 타고 직접 여행한 기분’을 선사한다는 이 책의 저자를 만나본다.



이 책은 표지만 봐도 기분 좋아진다는 분들이 많아요. 비행기, 발레, 책 등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재미도 있고. 그런데 제목 옆의 외국어 문장은 무슨 뜻인가요?

저도 이 표지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책에도 ‘여행의 향기가 느껴진 거야’라는 글을 썼지만, 제 기억 속 여행의 추억이 향기와 함께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어요. 외국어 문장은 “Aimez-vous le vol de nuit?”라는 프랑스어로, 우리말로는 “밤 비행을 좋아하세요?”란 뜻이에요. 이 책의 이국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처음에는 영어 제목을 넣을까 하다가, 제가 불어불문학 전공이고 파리 이야기도 많이 나오니 프랑스어로 바꿨어요. 직역보다는 의문형으로 바꾸는 쪽이 이 책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보였고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한데, 이 시기에 여행 에세이를 내신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이 책은 올해 봄쯤 나올 예정이었어요. 본문 1, 2장의 승무원과 비행 이야기는 제가 승무원 시절 브런치에 연재했던 글이고, 3장 <경험 컬렉터가 여행하는 법>에 포함된 ‘파리에서 한 달 살기’ 역시 작년 휴가 때 실행한 일이거든요. 그때만 해도 해외여행, 특히 한 도시에 현지인처럼 살아보기가 붐이었죠. 그래서 저의 ‘파리 체험’도 발레, 영화, 글쓰기 등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승무원 에세이 쪽으로 출간을 제안해 왔죠. 그렇게 편집 방향을 바꾸는 와중에 제가 항공사를 퇴사한 데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출간 일정이 불투명해졌어요. 저는 어떤 일이든 바로 추진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출간이 지연되니까 몹시 심란하더라고요. 하지만 그 기다림 덕분에 새롭게 원고를 추리고 보완해서 승무원 생활과 비행, 여행, 다양한 취미, 여행의 추억 등 이른바 ‘경험 컬렉터’ 종합 편을 완성할 수 있었죠. 여행을 못 떠나 답답하신 분들이 이 책을 보며 대리 만족 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펴냈습니다.

여러 취항 도시 중 로마ㆍ베네치아 등 12곳을 소개하셨는데, 선정 기준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가장 애정이 가는 도시를 꼽는다면? 

승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한 달 평균 110~120시간 정도 비행했어요. 많을 때는 9개의 다른 출입국장을 드나들었죠. 도시에 머물 때마다 글을 썼는데, 그중 제 기준에서 재밌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도시를 뽑았어요. 물론 저도 처음에는 관광 명소 위주로 구경했지만, 몇 번 가다 보니 나름의 기준이 생기더라고요. 내 취향에 맞는 카페가 어디 있나, 이 도시에 아름다운 도서관이나 서점은 없나 등등. 거기에 현지 출신 승무원들의 ‘고급 정보’까지 보태서 돌아본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각 도시마다 매력이 있지만 특히 로마와 파리가 기억에 남아요. 우선 로마는 저의 롤 모델인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소개한 도시로, 운명처럼 정식 승무원이 된 후 첫 취항지였어요. 한편 파리는 20대 초반부터 버킷 리스트로 꼽았던 ‘파리에서 한 달 살기’의 실행 장소이자, 우연히 저의 생일에 비행하게 된 인연 깊은 도시죠. 앞으로도 어디를 가든 ‘2019년 여름,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처럼 저를 따라다닐 거예요.



밤 비행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그 시작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요. 해외 활동에 참가하느라 아픈 몸으로 밤 비행기를 탔다가 푹 자고 씻은 듯이 나았던 일이 계기가 되었죠. 그 후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더 좋아하게 됐어요. 승무원들 사이에 “최고의 승객은 타자마자 잠들었다가 착륙 후 깨어나는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실제 밤 비행은 대체로 고요해요. 물론 그 이유만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밤 비행을 할 때 운이 좋으면 ‘우주에서 벌어지는 장관’을 그야말로 ‘방구석 1열’에서 감상할 수 있어요. 밤을 넘어 새벽 비행을 할 때면 한쪽에선 태양이 떠오르고 다른 쪽에선 어둠 속 달이 공존하는 순간을 마주하기도 하고, 개기월식을 본 적도 있어요. 그런 날은 신비로운 힘이 저를 지배하는 듯 착륙 후에도 피곤하지 않았죠. 또 세계 기준시를 넘나들다 보니 베네치아에서 보던 보름달이 도하의 숙소까지 따라오는 시공을 초월한 경험도 하게 되었어요. 

작가님은 스스로를 일컬어 ‘경험 컬렉터’라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기를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유형, 무형의 많은 것을 경험해 왔어요. 경험을 수집한다는 의미에서 ‘경험 컬렉터’란 용어를 썼고요. 물론 저보다 더 다양한 취미를, 더 깊이 있게 즐기는 분들도 많으시겠죠. 하지만 여행, 외국어, 취미 발레만큼은 ‘열정’ 면에서 그 누구보다 뜨겁다고 자부합니다. 대학 3학년 때 ‘프랑스어’에 반해 과감하게 전과를 감행하고 파리에서 한 달 살기를 실행했죠. 여행이 좋아 열아홉 살에 국내 ‘혼행’을 시작으로 머나먼 중동 카타르에서 승무원 생활까지 했고요. 취미 발레에 빠져 도쿄와 파리에 원정(?) 가서 발레를 배우기도 했어요. 쉬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찾아다니고 있답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승무원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승무원이란 직업의 장단점과 지망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단지 ‘경험’이란 생각으로 승무원 준비를 시작했고, 높은 경쟁률에 비해 운 좋게 합격했어요. 각 항공사별로 나름의 장점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항사 승무원들은 글로벌한 동료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어요. 또 비행과 여행은 다르다지만 본인 체력만 따라주면 취항지에 머무는 동안 짧게 여행할 수도 있죠. 저도 요하네스버그나 카사블랑카처럼 개인적으로 여행하기 쉽지 않은 도시를 돌아볼 수 있어 좋았어요. 중동 쪽 항공사의 한국인 승무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외로움’이 아닐까 해요. 이슬람 국가의 라마단 기간 동안엔 철저히 ‘이방인’이 되죠. 요즘 코로나19로 자가격리하는 상황을 상상하시면 비슷해요. 장단점을 미리 인지하고 그럼에도 끌린다면 과감히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부딪쳐봐야 자기 자신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니까요.



‘경험 컬렉터’로서 지금도 수집 중인 경험이 있나요? 

실전에서 익힌 영어를 바탕으로 번역가가 되기 위해 번역 아카데미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며칠 전에 퇴근 후 시간을 쪼개어 준비하던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고요. 이제 라테아트에 도전하려고요.  아, 가장 중요한 경험을 빠뜨릴 뻔했네요. ‘인생 첫 책’을 내고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며 ‘저자’로서 경험을 수집 중입니다.




*원희래

경험을 수집하고 글로 쓰는 경험 컬렉터. 승무원(전), 콘텐츠 기획자, 에디터, 요가강사, 에세이스트. 만 7세 이전부터 아파트 베란다에 나가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며 자란 덕에 웬만해서는 포기를 모른다. 꿈꾸던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는 중. 



밤 비행이 좋아
밤 비행이 좋아
원희래 글,사진
오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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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