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의 소위 ‘국뽕’을 걷어내고 건더기만 남겼다!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의 조각들을 현 정치 상황에 빗대어 퍼즐을 맞추듯이 이어나가는 과정이 독자들의 관심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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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그 운율은 반복된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인간과 사회의 속성과 관계는 시제를 따지지 않고 언제나 비슷한 리듬으로 반복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고 미래의 나침반이라 할 만하다.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은 현재와 역사의 퍼즐 맞추기를 통해 한국사 다시 읽기를 시도한다. 한국사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위 ‘국뽕’을 걷어낸 채, 역사 속의 인물이나 사건을 중국과 일본의 국제관계 속에서 객관적으로 다루려는 시도와 노력도 평가받아야 할 점이다. 역사에서 정치를 읽고 정치에서 역사를 읽는 정치부 기자의 ‘역사 노트’는 독자들에게 현재 우리 사회의 고민과 문제도 함께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유성운의 역사정치’가 신문 연재로는 드물게 3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학에서 역사를 배울 때는 크게 느낄 수 없었는데, 신문사에 입사해 정치부에 출입해보니 역사의 운율이 다시 반복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에 물욕에 대한 경계를 강조하면서도 자신들은 토지와 노비를 늘리는 데 여념이 없었던 사대부들의 모습은 현재 기득권층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계 최강대국 몽골을 상대로 극단적인 고립과 투쟁을 40여 년 간 펼쳤던 고려의 상황은 현재 미국을 상대로 저항하는 북한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요즘 한국 사회의 이슈가 ‘기-승-전-정치’라고들 하죠. 무엇을 말하든 결국 정치로 귀결될 정도로 관심이 높은데,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의 조각들을 현 정치 상황에 빗대어 퍼즐을 맞추듯이 이어나가는 과정이 관심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신문에 연재할 당시 제일 인기가 있었거나 논쟁거리가 되었던 아이템을 고르고, 그 이유와 사회적 배경을 복기해본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부귀를 경계하라"던 퇴계 이황은 어떻게 재산을 늘렸나>라는 기사가 있었는데요. 물욕을 경계하라던 퇴계가 실제로는 수백명의 노비와 수십만평의 토지를 가진 자산가였으며, 그런 부를 축적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는 것을 다룬 기사였습니다. 조횟수가 100만건 정도 될 정도로, 반향이 뜨거웠습니다. 퇴계에 대한 폄하라면서 반발하는 의견부터 다주택자를 징벌한다면서 다주택자가 다수 있었던 청와대 등이 떠오른다는 반응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요즘 정치권의 ‘내로남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아무래도 그런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1,000년 전의 고려든 21세기의 대한민국이든 개인과 사회의 본질은 같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경계해야 할까요?

조선은 내부로는 성리학이 발전하고 외부로는 명나라가 망하자 스스로를 ‘소중화(小中華)’라고 칭하면서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해졌다고 할까요. 주변 국가를 오랑캐 정도로 무시하는 경향이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그것이 다른 나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구한말에도 성리학적 세계관에 취한 채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을 얕보다가 큰 비극을 맞이했죠. 지금도 주변 국가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자꾸만 ‘우리는 선하고 정의로운데 남들이 문제다. 우리만 억울하게 희생당하고 있다’ 같은 인식이 역사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책에서 조선 시대의 임진왜란을 하나의 장을 구성하는 테마로 비중 있게 다루었습니다. 항간에 임진왜란 직후에 조선 왕조가 망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학자와 일반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때 망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망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다만 망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임진왜란에서 조선 양반들을 매우 무기력한 존재처럼 인식하는데, 실제로는 당시 전선에서 싸운 의병장 대부분이 양반입니다. 각 지역에 기반을 잡은 주요 가문들이 사병들을 조직해 싸운 것이죠. 미국 독립전쟁 때 민병대와도 비슷합니다. 자신들의 재산과 지역에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저항은 불가피했을 겁니다. 그래서 임진왜란이 끝나고도 이들의 지배력은 약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강화합니다. 특히 군사력이 앞서 있던 명나라와 일본은 오히려 정권이 교체되는데 조선만 유지됐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사와 현재 정치 상황의 연관성을 큰 흐름에서 짚어본다면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요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결구도입니다. 훈구파를 간단히 말하면 조선 건국세력이죠. 성리학을 건국 이념으로 삼긴 했지만 거기에 매몰되진 않았던 세력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사림세력이 조선의 정계를 장악하고 나서 이들에 대해선 매우 부정적으로 서술했습니다. 그런데 이 훈구파는 富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지 않았고 무력도 중시했습니다. 성리학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도 했지만 국가통치의 수단 정도로 본 것이죠. 그런데 사림파는 보다 철저한 성리학적 사회를 추구했습니다. 그러니까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생활 곳곳의 작은 것까지 성리학의 이념으로 물들게 하고 싶어했죠. 그래서 사림파는 훈구파를 손가락질 하면서 정통 성리학의 사회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봤던 것이죠. 이 사상투쟁을 전개해 결국 사림이 승리했고,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 후기의 모습입니다. 지금은 그 2라운드가 벌어진 것이 아닐까요. 

아이템 선정과 서술 방식이 기존의 역사서와 다르게 전체적으로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학계를 비롯해 관련 단체나 개인의 비판과 항의는 없었나요?

학계에선 저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 같고요(웃음), 개인이나 단체는 이런저런 항의가 있었습니다. 특히 자신의 조상과 관련된 주제에서 비판적 내용이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시곤 했습니다. 종친회 차원에서 단체로 회사로 찾아오신 경우도 있고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그분들을 또 자극하게 될 것 같아서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예전엔 역사라는 학문이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먹물’들의 지적 사치 정도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저도 밥벌이 걱정보다 90년대 호황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그런 지적 허영을 누리고 싶어서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습니다. 또 그런 선택이 가능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시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갈등이 첨예화하고 선과 악의 이분법이 횡행하는 시대죠. 그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제 가운데 역사가 있습니다.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보여줬듯이 역사를 지지층 결집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광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 속에는 이런 점에 대한 경계를 삼고자 정리한 원고들이 있습니다. 그런 내용들을 눈여겨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성운

고려대학교에서 한국사를 전공하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서 문화부-정치부-사회부를 거쳤다. 대학원까지 역사 공부를 이어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문화부에서 학술 분야를 담당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기자 생활 15년의 절반을 정치부에서만 보냈다. 뒤늦게 진학한 대학원에서는 마음을 바꾸어서 기후환경학을 공부했다. 정치부에서 국회 출입기자로 〈중앙일보〉 지면과 온라인에 ‘유성운의 역사정치’를 3년간 연재했고, 문화부에서는 역사와 영화·뮤지컬 등 문화콘텐츠를 엮는 ‘역(歷)발상’을 연재했다.

“과거는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그 운율은 반복된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떠올리며 과거와 현재의 퍼즐을 맞춰보는 일에 관심이 많다. 17~18세기의 조선 후기 사회변동을 기후 변화와 연계해보는 작업을 꿈꾸고 있다.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지도로 읽는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
유성운 저
이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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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