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연속으로 이뤄진 아이돌 산업은 활동이 거듭될수록 필연적인 이미지 소모를 동반한다. 최정상에 위치한 그룹일수록 그 선택의 범주는 더욱 한정되기 마련이다.
변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언뜻
라틴 팝의 밀고 당기는 요소를 키치하게 조율한 'Hell in heaven'과 퓨처 하우스 풍으로 신비감을 주조한 'Believer' 같은 곡이 이러한 의지를 대변한다. 고조 이후 터지는 부분에서 역으로 한 차례 쉬거나, 예상치 못한 굴곡에서 반격을 가하는 포맷으로 '후크 멜로디' 없이도 주도권을 쥐고 흔들 수 있음을 증명한다. 여기에 끈적이는 덥(Dub)을 차용한 'Bring it back'과 담백한 기조의 'Handle it' 같은 곡을 선보이는 등 확실히 이전에 없던 사운드적 성숙, 즉 유연함을 확보한다.
그러나 온전히 몰입하기 쉽지 않은 것도 균형을 강조하며 부각된 단점 때문이다. 갑작스레 초기 작풍이 등장하는 'Shot clock'은 이질감이, 아리아나 그란데와 위켄드의 곡 'Love me harder'가 연상되는 'Behind the mask'는 기시감이 피어오른다. 무엇보다 타이틀 'I can't stop me'가 대표적이다. 두아 리파의 'Physical'을 노골적으로 레퍼런스 삼아 디스코 열풍에 탑승한 이 곡은 앨범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작풍과 심히 겉도는 데다 부족한 차별성을 극복할 만큼 독자적인 매력을 지니지도 않는다. 되려 급박한 속도감을 멤버들이 따라갈 수 있을지 불안할 뿐, 차라리 느린 기조로 시티팝을 천천히 녹여낸 'Say something'의 예시가 모범적이다.
임팩트를 지양하려는 태도 역시 심심한 구간을 낳기도 한다. 'Up no more'는 코러스의 강렬한 등장에 비해 맥없는 벌스로 이어지며, 반대로 긴장감 넘치는 고조 단계를 거침에도 하이라이트에 있어 큰 화력을 내지 못하는 'Go hard'의 브라스 사운드 등이 그렇다. 'Queen'의 경우에는 앨범 내에서 자가 반복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청취에 있어 크게 이질감은 없으나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데는 실패한다.
앨범은 순도 높은 변화를 위해 그룹의 탄생 배경에 있는 '컬러'를 삭제하고 '몰개성'을 택한다. 다사다난하면서도 반전을 위해 달려온 행보 속에 의도치 않았더라도 격동하는 생명력이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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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