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좋아서” 고양이 캐릭터가 반겨주는 ‘그림책방 곰곰’의 시작은 단순했다. 어린이책을 만드는 책방지기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계속 보기 위해 서점을 연 것.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책방의 모토에 걸맞게, 그림책은 연령대별로 골고루 갖췄다. 특히 작은 출판사에서 낸 책이나 여자 어린이에게 용기를 주는 책은 눈여겨본다고.
작지만 따뜻한 책방의 문턱은 낮다. 비 오는 날, 동네 개가 들어와 털을 말리고 가고,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시를 읽기도 한다. 예비 창작자를 위한 그림책 워크숍도 열리고 있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내 손 안에 들어온 한 권의 책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질지도. “그림책은 천천히 여러 번 읽는 것”이라는 책방지기의 말처럼, 자주 찾을수록 정이 깊어지는 곳이다.
책방을 여시게 된 계기와 공간의 콘셉트를 소개해주세요.
본업은 어린이책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동생이 서촌에 비싼 월세를 내고 가게를 열었는데, 혼자서 하는 핸드메이드 가방 가게라 물건을 빨리 만들지 못해서 가게가 휑했습니다. 게다가 일주일에 이틀은 재봉 수업을 하러 가서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공간이 아까워서 한쪽 벽에 책장 하나 놓고 그림책을 팔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이 책방의 시초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해서 나중에 독립 공간을 얻을 때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만 생각이 별 소용은 없었습니다. 손익계산을 해보면 책방을 하지 않는 게 맞는데,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책방을 하면 적어도 내가 보고 싶은 그림책, 특히 신간 그림책들을 계속 볼 수 있었으니까요.
모든 책을 직접 골라서 구비하는 게 가능할 만큼의 작은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만들어 놓고 나니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행복해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책방을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서촌에 있을 때 동네 개가 자주 드나들었어요. 춥고 비오는 날, 개가 혼자 비를 맞고 왔길래 서둘러 전기스토브를 켜주고, 빗속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간식도 주고 계속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개가 놀러 왔다고 올렸더니 동네 손님이 얼른 달려오셨어요. 나중에 그 개가 유기견이 되었을 때 그 손님이 개를 입양했고, 둘이 너무나 행복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림책을 고르시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그림책이므로 그림이 첫 번째 기준입니다. 어떤 그림이냐고 물으면 아무래도 제 취향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제가 선호하는 그림의 폭이 넓은 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림은 아니지만 궁금한 책들도 일단 주문해 봅니다. 의외의 기쁨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어른이 읽기 좋은 책은 제가 어른이니까 고르기가 쉽습니다. 어린이책은 연령대별로 골고루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은 출판사에서 낸 책, 소수자를 다루는 책, 여자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들을 특별히 눈여겨봅니다. 참신한 시도보다는 완성도가 높은 책을 선호합니다. 공간이 좁아서 신간 위주로 갖추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만드는 데는 오래 걸리지만 읽는 건 순식간이죠. 천천히, 여러 번 읽으면 더 좋습니다.
‘그림책방 곰곰’에서는 그림책 워크숍, 심야책방 등의 행사도 열리고 있지요. 최근 진행한 행사나 앞으로 진행할 행사를 하나 소개해주신다면요?
공간이 작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는 어렵습니다. 소수가 모여 알차게 배우거나 공감할 수 있는 행사 위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작가와 편집자들 대상으로 논픽션 그림책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옆 시 읽기’라는 강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림책 글작가를 위한 시 읽기 수업입니다. 작가 지망생들은 시를 많이 읽으라는 추천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그림책의 글은 아주 함축적이어야 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뭐를 읽어야 할지 막막하거든요. 그런 분들을 위한 강좌입니다. 앞으로 그림 워크숍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책방지기의 선택
“한 주의 날씨를 알리는 일기예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노란 선을 따라 사람들이 끝도 없이 나와요. 그 선은 평탄한 길이 되기도 하고, 힘겹게 매달려야 하는 줄이 되기도 하고, 차도의 중앙선, 놀이터의 정글짐, 지하철의 손잡이가 되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재료와 기법으로 그려진 무수한 형체들이 그 선을 따라 걷고 뛰고 올라가고 다이빙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맑으나 흐리나, 추우나 더우나 예측할 수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천천히, 낱낱이 보기를 바랍니다. 그 안에서 당신의 모습, 내 가족과 친구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림책방 곰곰 주소 서울 마포구 연남로61-1 영업시간 화-금요일 오후 1시~8시, 토요일 오후 1시~7시 / 월, 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2-335-2041 이메일 gomgombookstore@gmail.com 인스타그램 @gomgombookst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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