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실리콘밸리를 움직인 건 바로 이것!”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삶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일에 대한 열정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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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뉴노멀 시대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여기에 앞으로 또 어떤 위기가 더해질지 최악의 상황만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위기는 누구의 탓도 아닌 바로 현대인의 탐욕이 재촉한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욕심이 끝없기 때문에 더 크게, 더 많이 탐하고 소유하기에 급급했다. 그 대가가 지금의 위기로 드러나고 있다. 더 큰 위험이 찾아오기 전에 노자의 『도덕경』을 통해 무위의 자세로, 비움의 미학과 상생의 지혜를 깨우쳐야 한다. 덜어내고, 나누고, 모두에게 이롭게 대함으로써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큰 것이 작은 것이고 많은 것이 적은 것’이라는 『도덕경』의 구절에서 애플의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스티브 잡스처럼, 비움의 미학과 무위지치를 바탕으로 검색창 하나로 세계를 정복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처럼 실리콘밸리를 이끌고 있는 이들은 이미 노자의 사상에서 혁신과 발전의 원동력을 찾았다. 우리도 이 혼돈의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의 가장 혼란했던 상황에서 설파한 노자의 사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도덕경』의 해설을, 무위의 철학을 먼저 실천한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통해 배워보자.


 

『도덕경』을 실리콘밸리 리더들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 것이 신선했습니다. 사실 이 두 개가 어떻게 어우러질까 싶었는데, 『도덕경』의 난해한 내용이 명확하게 그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두 가지를 접목해서 글을 쓰실 생각을 하셨나요?

애플, 구글,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을 창업하고 성장시킨 CEO들의 전기(傳記)를 읽다가 그들의 철학에서 공통적으로 『도덕경』의 흔적이 엿보인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쳤습니다. 그래서 ‘미니멀리즘, 무위’와 같은 한 두 가지 화두를 염두에 두고 『도덕경』 전편을 다시 한 번 죽 읽었는데 단숨에 읽혔습니다. 평소에 어렵게 생각하던 구절들도 막힘없이 술술 읽혀서 저 자신도 놀랐습니다. 그 당시의 경험을 살려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럼 노자의 『도덕경』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노자의 『도덕경』은 제목 그대로 도(道)와 덕(德)에 관한 경전입니다. 상경 37장과 하경 44장 등 총 81장으로 구성된 동양고전인데 초심자들이 읽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문장 자체가 고도로 응축된 상징적인 언어로 쓰여 있어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그 의미가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도가도비상도’로 시작하는 첫 문장 자체부터 워낙 구름 잡는 소리라 마음먹고 책을 잡았다가도 이내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것처럼 핵심적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접근하면 의외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도덕경』은 도와 덕에 대해 쓰여 있는 책인데, 유교 사상에 익숙한 우리의 상식과 배치되는 내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인(仁)의 이야기처럼요. 그래서 더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도 들었는데요. 노자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걸까요? 

유교에서는 세상을 자로 잰 듯이 구분 짓습니다.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스승과 제자 등 사회 질서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구성요소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제자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라고 했습니다.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가 신하답고, 아버지가 아버지답고, 자식이 자식다울 때 세상이 올바로 선다고 봅니다. 이에 비해 노자는 그렇게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봤습니다. 구분 짓다 보면 세상은 나보다 더 잘난 사람, 나보다 더 못난 사람이 있게 됩니다. 남보다 더 잘나기 위해 상대를 배척하고, 따돌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사회적 갈등과 분쟁이 그치지 않게 된다고 봤습니다. 노자는 자연을 닮으라고 말합니다. 자연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지만 4계절은 서로 다투지 않습니다. 여름을 따돌리기 위해 서두르는 가을도 없고, 봄을 앞당기기 위해 재촉하는 겨울도 없는 것이죠. 서로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 노자의 사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이라는 구절이 새삼 인생의 진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강한 돌을 뚫는 유연한 물처럼 말이죠. 작가님은 『도덕경』의 어떤 구절이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인생의 구절 같은 게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금옥만당(金玉滿堂) 막지능수(莫之能守)’라는 『도덕경』의 구절을 가장 좋아합니다. 금은보화가 집안에 가득해도 능히 이를 지킬 수 없다는 뜻인데 『도덕경』의 이 구절을 본 후 소유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간소하고 단순하게 사는 미니멀리즘을 제 삶의 모토로 정했습니다. 

작가님 말씀처럼 일반인은 우리도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쉽지 않은데,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처럼 부와 명성을 얻은 이들은 업무적으로나 사적으로 비움의 미학이나 무소유 등을 실천하기 더욱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덕목이었을까요? 왜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은 노자의 철학을 실천했을까요?

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삶에서 공통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것은 일에 대한 열정입니다.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혁신기업의 CEO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일이 좋아 일에 매달렸고, 돈과 성공, 명예는 나중에 뒤따라온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 가운데는 창고에서 창업한 기업이 많습니다. 애플이 그랬고, 휴렛팻커드, 구글 등이 그랬습니다. 창고에서의 삶은 단순합니다.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일에 매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한 분야의 최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삶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정리하고, 욕심을 비워야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내공을 기를 수 있고, 직관력도 기를 수 있습니다. 혁신은 그렇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천재들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그런 비움의 미학을 발견했고, 창업 과정에서 그러한 원칙을 실천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워즈니악의 사례가 인상 깊었습니다. 노자의 가르침을 가장 요란하지 않게 잘 실천한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작가님은 어떤 리더의 사례에 마음이 가셨나요?

저 역시 워즈니악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수십 명의 천재들 가운데 노자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한 사람을 꼽으라면 워즈니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공동으로 창업했지만 기술적인 기여도 면에서 보면 워즈니악의 공헌도가 잡스를 앞섭니다. 애플 컴퓨터는 워즈니악이 구상했고, 만들었습니다. 잡스는 디자인을 심플하게 해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정도였습니다. 워즈니악은 애플의 실질적인 주인이었지만 결코 앞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뒤에서 자신의 소임을 다했고, 돈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았습니다. 애플이 주식을 공개할 때 워즈니악은 같이 고생한 직원들에게 자신의 지분을 아낌없이 나눠줬습니다. 공수신퇴(功遂身退). 성공한 후에는 몸을 뒤로 물릴 줄 알아야 한다고 한 『도덕경』의 가르침을 가장 잘 실천한 천재가 워즈니악이었습니다. 

코로나나 기후위기로 어수선한 요즘, 그동안 우리 인간들의 욕심이 지나쳤다는 반성이 드는 때입니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에 노자의 가르침 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건강과 장수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 코로나라는 괴물을 불러온 것입니다. 마음속의 욕망을 내려놓지 않으면 코로나보다 더 한 괴물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가득 찬 그릇에는 물을 담을 수 없고 물건이 빼곡하게 들어찬 방에는 가구를 들여놓을 수 없습니다.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합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먼저 비워야 합니다. 채우기 전에 비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가득 찬 상태에서 더 채우려다 보니 탈이 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욕망을 다 비울 수는 없습니다. 열 가지 가운데 한 가지라도 내려놓고 비우려는 자세를 가진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건강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영규

장자와 노자, 주역, 그리고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문학자.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나왔으며 중앙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 한서대 대우교수, 중부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에 장자 사상으로 살펴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간관계와 리더십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과 서울경제신문 산하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인문학을 부탁해』,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관계의 비결』,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아주 기묘한 장자 이야기로 시작하는 자존감 공부』,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공저) 등이 있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박영규 저
더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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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