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사람의 뇌와 마음
책을 봐주었으면 하는 독자군과 반드시 봐줄 것이라 믿는 독자군이 분명했다. 전자는 예비 편집자와 예비 저자, 후자는 현직 출판계 종사자와 저자들. 경계를 완전히 그을 수는 없지만 두 타깃층을 아우르는 데 주력했다.
글ㆍ사진 프랑소와 엄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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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이야기가 더 궁금한 기자와 편집자의 솔직한 인터뷰.

<프랑소와 엄의 북관리사무소>에서 중쇄를 응원합니다.


지난 9월 25일, 이은혜 저자의 『읽는 직업』이 나오자마자 출판인들은 수런거렸다. “드디어 나왔나요?”, “그 책 읽었어요?” 프랑소와 엄 역시, <책읽아웃>을 함께 만드는 오은 시인, 캘리 작가와 함께 『읽는 직업』의 신간 소식을 나눴다. 15년간 인문출판사 ‘글항아리’에서 책을 편집한 이은혜 편집장. 그는 서문에서 “저자들을 많이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들과 한편이 될 것이므로 저자들에게 이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7쪽)”고 밝힌다. 더불어 사람들이 잘 모르는 ‘편집자’의 존재, 역할, 매력을 말하고 싶었다는 저자. 그래서 ‘북관리사무소’에서는 이 책을 편집한 김수경 마음산책 편집자를 만났다.  





『읽는 직업』이 출간되자마자 언론에서 기사가 쏟아졌다. 예상을 했나?

“당연하다. 오히려 예상보다 덜한 수준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배짱은 아직 없고, 기대는 컸다. 저자와 책에 대한 자신은 있었으니까. 독자들의 반응도 시시각각 올라와서 검색창에 “읽는 직업”을 쳐보는 게 요즘 사는 재미다. 다음 책 만들어야 하는데 이 재미에 너무 빠져 문제다.

최초에 어떻게 기획한 책인가?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님과 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님의 각별한 사이는 출판계에서 유명하지 않은가. 편집장님이 기고하는 일간지 칼럼이 출판계 사람들에게 화제가 된 적이 종종 있다. 기획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미 대표님이 제안했다고 하시더라. 역시 번개같이 빠른 속도. 편집자들은 뭐든 통하는 게 있다.

판매 속도도 빠르다고 들었다. 한 달도 안 돼서 벌써 3쇄를 찍었다고. 

하하! 무척 기쁘다. 

제목이 나오기까지의 고민, 과정이 궁금하다. 어떻게 이 책이 만들어지고, 보여지길 바랐는지? 가제는 무엇이었나? 

가제는 '편집자의 낮과 밤'이었다. 당초 ‘어느 인문주의자의 편집 일기’라는 콘셉트로 그림을 그렸더랬다. 뒤이어 나온 제목안들도 대개 ‘편집, 편집자, 책을 만드는’ 같은 단어 주위를 맴돌았다. 책을 편집하면서 머릿속에 책의 꼴이 좀 더 선명해졌고, 앞에 나열한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편집자를 설명할 수 있는 제목으로 방향을 틀게 됐다. 머리를 쥐어짰지만 이건 이래서 마음에 안 들고, 저건 저래서 별로인 제목들만 나오던 와중에 저자가 『읽는 직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듣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표지 사진에 저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

마음산책은 본래 표지에 저자의 사진을 많이 활용한다. 『읽는 직업』도 저자의 매력을 살리고 일에 관한 내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진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말 시리즈’를 떠올려 보시라). 김춘호 사진작가가 열화당 책박물관에서 저자 사진을 찍었는데, 적당한 온도와 습도와 조명으로 인해 낭만적이고 분위기 있는 결과물이 나와 흡족했다.

저자가 편집자라서 아무래도 부담이 있었을 텐데, 어떤가? 작업 과정에서 힘든 점, 또는 오히려 편했던 점이 있었다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시작 단계에서는 당연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긴장도 했다(오죽하면 초판에 들어가는 ‘편집자의 말’ 엽서에 “등줄기가 꼿꼿해질 정도로 긴장”됐다고 썼을까.) 그런데 예상외로 별로 없었다. 편집자와 저자의 선을 분명하게 구분한 저자가 편집자를 괴롭게 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저자가 하드캐리 해준 덕에 작업이 훨씬 수월했다.

책을 편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 문구가 있다면 무엇인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조금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편집의 역사는 오타와 오류의 역사이기도 하다.” 달리 설명이 필요할까. 이 문장에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 편집자는 원고를 워드 파일 상태로도 읽고, 그 파일을 출력해서도 읽고, 조판 후 교정지에 앉혀서도 읽는다. 여러 번 다양한 형태로 읽지만 끝끝내 책에서는 오타와 오류가 발견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치 처음 보는 문장인 양 자기 부정을 하다가 종국엔 편집을 내가 아닌 미지의 존재가 해버렸다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 결론은 이거다. “괜찮아, 나만 그런 건 아니야. ㅠㅠ”

출판계를 논하는 책들은 대개 험난하다.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이토록 책에 진지한 열정을 다룬 책은 실로 오랜만이다. 타깃 독자를 어떻게 잡았나? 

책을 봐주었으면 하는 독자군과 반드시 봐줄 것이라 믿는 독자군이 분명했다. 전자는 예비 편집자와 예비 저자, 후자는 현직 출판계 종사자와 저자들. 경계를 완전히 그을 수는 없지만 두 타깃층을 아우르는 데 주력했다.

이은혜 저자의 마감력은 어땠나?

한마디면 될 것 같다. 담당 편집자보다 빠르고 성실하다.

추천사를 많이 받았다. 마음산책은 원래 추천사를 잘 안 받지 않나? 어떻게 받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은혜 편집장님이 15년간 함께 일한 저자, 동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여러 명의 추천사를 뒤표지에 실으려면 한두 줄 정도의 문장이 필요했는데, 저자가 직접 청탁해서일까. 곧바로 명쾌하고 날렵한 문장의 추천사들이 들어왔다.

독자 리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시의적절하게도 며칠 전 예스24에 올라온 리뷰가 단번에 나의 몸과 영혼을 울렸다(프랑소와 엄의 기대평도 흐뭇하게 보았다). 수후 님의 “편집, 지극히 개인적인 한 사람의 생각을,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생각으로 변주하는 능력!”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닌 걸 알면서도 무언가 보상받은 느낌이었고, 이 한줄평으로 『읽는 직업』이 독자의 마음에 제대로 착륙했구나 안심했다.

편집자인 당신도 언젠가 책을 집필할 계획이 있는지. 

여기에는 “편집자는 글이든 책이든 써야 한다고 여기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을 배반하는 답을 할 수밖에 없겠다. 독자들이 몰라도 될 권리를 위해 쓰지 않을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이 책을 한 줄 카피로 설명한다면?

책 만드는 사람의 뇌와 마음.



읽는 직업
읽는 직업
이은혜 저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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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 엄

알고 보면 전혀 시크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