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납치됐다. 실제 상황이... 아니다. 영화 <오케이 마담> 얘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미영(엄정화)과 석환(박성웅) 부부의 하와이행 첫 해외여행에서 비행기가 북한 공작원들에 장악당한다. 미영과 석환은 별수 없이 인질이... 되는 것은 아니고, “구해야죠, 비행기”, “나도 실력 발휘 한 번 해볼까?” 그동안 숨겼던 정체를 어쩔 수 없이 드러낸다.
미영은 시장의 꽈배기 맛집 사장이다. 이 집 꽈배기가 그렇게 맛있다면서 사람들이 줄을 서거나 말거나, 영업시간에 단 1초도 에누리 없이 열었다가 그날 판매분이 다 소진되면 ‘솔드 아웃’ 오늘 장사 끝났습니다, 안내판 돌려놓고 뒤돌아볼 것 없이 가게를 등진다. 미영이 향하는 곳은 남편 석환이 대표로 있다고 하기에는 다소 소박한 규모의 컴퓨터 수리 전문점이다.
석환은 오늘도 컴퓨터 수리에 바빠 죽겠... 는 것은 전혀 아니고, 아내 미영 몰래 냉장고에 쌓아놓은 비타민 음료병을 꺼낸다. 뚜껑을 따 뒤를 살펴 경품에 당첨됐는지 안 됐는지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당연히 꽝인 줄 알았는데… 웬일로 경품 당첨! 심지어 1등!! 미영은 돈은 안 벌고 맨날 무슨 돈으로 비타민 음료냐고 등짝 스매싱!!! 하거나 말거나, 석환은 이게 웬 횡재냐고 하와이행 가족 여행 티켓에 만세를 부른다.
이제야 상황 파악된 미영 또한 석환을 얼싸안고 기뻐하려다가, 꽈배기 집 문 못 열어 손해 보는 돈이 얼마냐고, 비행기 티켓 중고나라에 올리면 손에 들어오는 돈이 얼마냐고, 하와이행 포기하려 했다가, 해외여행 한 번도 못 가 본 사람 우리 반에 나 하나뿐이라며 창피해 죽겠다고 울고불고 야단법석인 딸 아이를 생각해 에라 모르겠다, 여행길에 올랐다가, 그랬다가, 그만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은 아니고, ...인 줄 알았는데’라고 쓴 표현은 <오케이 마담>이 코미디 영화로서 관객에게 반전의 방식으로 유머를 구사하는 방법이라서다. 시장통의 아줌마, 유행 지난 컴퓨터나 쳐다보는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깍쟁이 아니고, 너드 아니고, 알고 보니, 미영과 석환은 각각 엄청난 능력을 숨기고, 신변 안전을 위해 배우자의 가면을 쓰고 감시를 위해 정체를 숨겼던, 그러니까, 뭐냐, 스포일러니까 그냥 ‘퉁’쳐서, 해결사라고 해두자.
실은 말도 안 되는 설정이지만, 억지스러워도 웃음을 유발한다면 관용하게 되는 게 코미디 장르만의 특징이다. <오케이 마담>의 제목 자체가 그렇다. 양자경이 출연하여 큰 인기를 모았던 <예스 마담> 시리즈의 패러디다. 그러니까, <오케이 마담>에는 코미디뿐만 아니라 액션도 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양자경 스타일은 아니고, 닭 날개처럼 푸닥거려 곰 발바닥처럼 휘두르는 극 중 미영의 액션은 볼거리로 거들 뿐 기본은 코미디인 것이다.
그렇다면 감독의 입장에서 배우를 캐스팅할 때 전작의 익숙한 연기…‘인 줄 알았는데’, 기존 이미지… ’는 아니고’의 맥락에서 배반하는 역할로 재미를 주는 게 포인트다. 그래서 미영 역의 엄정화에게는 ‘섹시 디바’의 모습 대신 ‘찰진 손맛’의 구수한 생활 연기를, 석환 역의 박성웅에게는 ‘살려는 드릴게’의 잔학무도함은 간데없고 소시민의 페이소스가 물씬한 ‘살려니 힘드네’의 너스레를 이들이 연기한 코미디의 정서로 삼았다.
<오케이 마담>의 이철하 감독은 “꽈배기처럼 꼬이고, 전깃줄처럼 뒤엉켜 있는 험한 인생살이라도 웃으면서 살자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미영과 석환 부부가 북한 공작원에게 납치된 비행기로부터 가족과 승객의 안전을 구하게는 임무라면, 이철하 감독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로, 언제 그칠 줄 모르는 국지성 호우로 마음 편할 날 없는 이들의 시름을 잠시나마 웃음으로 구조하겠다는 자세다. 코미디로 오케이! 그래서 <오케이 마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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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웅(영화평론가)
영화에 대해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요즘에는 동생 허남준이 거기에 대해 그림도 그려준다. 영화를 영화에만 머물게 하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선으로 접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