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를 쓴 신미경 작가는 담백한 일상을 꾸리는 미니멀리스트다. 구멍 난 통장, 망가진 건강으로 고생했던 과거가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길을 잃었을 때 무작정 시도한 미니멀 라이프에서 답을 찾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 ‘적게, 바르게’라는 자신만의 기준이 담긴 최소 취향으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 지은 책으로 『혼자의 가정식 : 나를 건강히 지키는 집밥 생활 이야기』,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 나를 지키는 일상의 좋은 루틴 모음집』, 『오늘도 비움 : 차근차근 하나씩, 데일리 미니멀 라이프』 등이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가장 오래된 기억은 유치원 때예요. 엄마가 계몽사에서 나온 전집을 사두신 게 집에 있었어요. 읽을거리가 지금처럼 풍부하진 않아서 저희 삼 형제는 모두 그걸 헤질 때까지 읽고 또 읽고 한글을 뗐어요. 아직도 너덜거리는 표지가 기억나요. 제 손으로 책을 사서 본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였는데 문고본 책 한 권이 삼천 원이던 시절이에요. 책값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데, 매번 설거지하는 엄마 다리 붙잡고 “삼천 원만 줘. 책 사보게.” 조르는 일상을 보냈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돈을 주시면 단골이었던 동네서점(고향 집 근처에 아직도 있어요!)에 가서 세계 명작소설 위주로 골라서 샀어요. 엄마는 제가 무슨 책을 사고 읽는지 전혀 간섭하지 않으셨어요. 소설 『캔디캔디』부터 『로빈슨 크루소』까지. 제게 무한하게 주어졌던 무엇이든 읽을 수 있는 자유가 평생 책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시작이었죠.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가끔 저만의 세계에 살아간다 느껴요. 놀랍도록 혼자 잘 있어요. 고독한 저는 책이 가장 가까운 친구예요. 책이 없는 일상은 숨쉬기 어려워요. 수다도 떨고, 살아가는데 유용한 정보도 얻고, 힘든 일에 공감도 해주고… 물론 책 속에서 만난 친구들이죠. 현실 세계의 사람들과 교제할 때면 생각, 감정, 가치를 몇 마디 대화로 꿰뚫기란 몹시 어렵죠. 누구도 완전히 알 순 없고, 저 자신도 많은 부분이 물음표니까요. 그래서 다정한 온기를 느끼지만 쉽게 상처받아요. 책에 적힌 친구들은 천천히 이해할 수 있어요. 저와 다른 가치관을 가졌다 해도 조금씩 설득당하고 이해에 이르러요. 책에서 넓힌 시야로 현실의 사람 역시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죠. 저 자신도 마찬가지고요.
요즘 저자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마음을 돌보는 법이에요. 명상이죠. 지금에 머물고 소란스러운 마음을 보살피고 싶어요. 매 순간 온 마음을 다해, 그러나 애쓰지 않고도 온전히 깨어있고 싶어요. 조금만 뾰족한 말을 들어도,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상처를 크게 받고 자책도 심한 편이에요. 초자아의 징벌이 심한 편인데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회피나 내려놓음의 방법으로 저를 지키고 있더군요. 이제 정면으로 마주하고 제 마음을 잘 알고 싶어요. 저의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상처나 걱정을 접어두고 지금 여기 저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깨우치고 싶어요. 지금은 틱낫한의 명상 시리즈를 읽고 있어요. 걷기, 먹기, 쉬기 등의 소주제에 짤막한 글들로 구성되어 가볍지만 깊게 읽기 좋아요. 원나라의 화가, 서예가인 조맹부는 매년 새벽에 일어나 몸을 씻고 글씨를 쓰면서 마음을 수련하는 공부를 했다고 해요. 꼭 명상이 아니더라도 저만의 마음 수련법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요.
최근작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도미니크 로로의 책에서 ‘선 사상은 인생의 의문에 답해주는 것은 인간의 지성이 아니라 일상이라고 가르친다. 요리하고, 살림하고, 명상하고, 만물의 오고 감을 바라보는 등 일상적인 일로도 인생을 깨칠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일상이 수행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죠. 저는 좋은 일상은 기본에 충실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생각해요. 과시하기 위한 근사한 물건보다 좋은 음식을 먹고 잘 자는 데 공을 들이거나 나를 좋은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에서 느끼는 감정과 즐거움 때로는 좌절까지도 마주하며 사는 거죠. 지금을 만족스럽게 살고 싶어요. 제 책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미니멀라이프의 방법론보다는 그 이후 일상의 균형을 잡으려 하는(실상은 애쓰고 있는) 일상이죠.
명사의 추천
도미니크 로로 저 / 김성희 역 | 바다출판사
지금으로부터 7년 전, 크게 아프면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있어요.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가치관이 완전히 뒤바뀌는 사건이었죠. ‘심플한 삶이 우아하다.’ 책 속 이 문장 하나가 저를 미니멀리스트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책에 나오는 여러 방법을 따라 하며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해 나갔고, 마음이 흔들릴 때 여러 번 읽었던 책이에요.
에리히 프롬 저 / 차경아 역 | 까치(까치글방)
‘소비를 억제하려는 그 시도 자체가 소유와 소비에 구애되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책 속 문장인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여전히 소유양식에 얽매여 있는 셈이죠. 그럼에도 물질 소유에 대한 담론은 제 안에서 끝났어요. 남은 의문은 어떻게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예요. 자신을 새롭게 하는 것, 성장하는 것, 고립된 자아의 감옥을 초월하는 것… 에리히 프롬의 생각에서 새로운 관점과 고민을 얻었어요.
틱낫한 저 / 유향란 역 | 김영사
내 마음에 집중하고 챙겨야겠다고 생각하게 한 책이에요. 불교 철학에 따르면,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온갖 다양한 정신을 형성하는 씨앗이 있다고 합니다. 자비, 친절, 갈망, 폭력… 어떤 씨앗에 싹을 틔우고 물을 줄지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죠. 제 안에 미움, 절망이 차오를 때 다루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 책은 그 시작이 되어 주었죠.
모리시타 노리코 저 / 이유라 역 | 김영사
동명의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어요. 저에겐 영화보다 책이 큰 울림을 주었어요. 20여 년간 하나의 관심사를 꾸준히 해나갈 수 있다면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요. ‘어떤 날이든 그날을 마음껏 즐긴다. 우리는 비가 내리면 “오늘은 날씨가 안 좋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안 좋은 날씨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비 오는 날을 이런 식으로 맛볼 수 있다면 어떤 날도 ‘좋은 날’이 되는 것이다. 날마다 좋은 날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것.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었어요.
엘리자베스 길버트 저 / 노진선 역 | 민음사
책에서 힌두교 성전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에 쓰인 말을 전해요. 자신의 운명을 불완전하게 사는 것이 다른 사람의 삶을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보다 낫다. 안식년을 계획할 때 참고할 만한 완벽한 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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