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 김주경 “벌레 그리는 여자 아이, 세상을 바꾸다”
17세기의 메리안이 현대에 살았다면 곤충 화가뿐만 아니라, 곤충학자, 식물학자, 탐험가 등 많은 분야에서 인정받아 전문가로 불리고, 동물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며 활동했을 거예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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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뚫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의 열세 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시작된다. 『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는 곤충을 사랑한 화가 마리아 메리안의 남달랐던 어린 시절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담아냈다. 독일의 화폐에도 실린 곤충학자이자 화가, 마리아 메리안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색채를 품은 그림책으로 엮어낸 김주경 작가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채널예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 『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를 쓰고 그린 김주경입니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곤충을 좋아하는 마리아 메리안을 보며, 교과서 빈 곳이나 노트 뒷면에 빼곡히 그림을 그려 엄마한테 혼났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는 표지부터 본문까지 아름다운 그림이 독자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데요. 어떤 미술 작업을 거쳐 작품이 완성되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작업을 시작했을 때 맨 처음 떠오른 이미지는 메리안이 수많은 나비, 곤충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었어요. 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지판화를 이용해 배경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위에 연필과 과슈로 그림을 그려 완성했습니다.



16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 속 인물들의 의상부터 다양한 색상의 나비까지, 그림을 보고 있자면 많은 조사가 기반이 되었을 것 같아요. 어떤 자료들을 참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필요한 자료는 다양한 나비와 곤충들, 메리안의 모습, 그리고 그 시대의 의상이었어요. 나비와 곤충들 자료는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메리안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몇 안 되는 에피소드 위에 상상 속 메리안을 만들어 내야 했어요. 또한, 의상을 그리기 위해서 17세기 메리안이 살았던 바로크 시대의 의복들을 조사했어요. 그 시대에는 폭넓은 디자인이 존재했지만, 벌레를 혐오했던 시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초기의 보수적인 옷을 재현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참고하며 기준을 정했는데요. 의상은 네덜란드 화가 윌렘 드로스트의 그림을, 소품으로 쓰인 자수와 류트는 베르메르의 그림을 참고했어요. 이 외에도 여러 화가들의 그림을 참고하여 그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어요.


『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는 마리아 메리안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주로 담겨 있는데요. 마리아 메리안의 생애에서 작가님의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메리안이 52세라는 나이에 더 많은 식물과 곤충, 동물들을 그리기 위해 열대 기후의 땅, 수리남으로 모험을 떠날 때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쉽게 타협하고 포기하는 부분이 많아지는데요. 수리남으로 떠났을 때 메리안은 신체 나이로 보면 지금의 70세쯤 되었을 것 같아요. 이혼한 여성이 나이 든 몸으로 자신의 오랜 꿈을 위해 미지의 땅으로 떠날 때는 용기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마리아 메리안이 현대에 태어난다면? 1600년대의 마리아 메리안과 어떤 점이 다를까요? 

지금도 여전히 여성들에게 유리 천장이 존재하지요. 그래도 현대는 메리안이 활동하던 1600년대보다는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시대입니다. 아마 메리안이 현대에 살았다면 곤충 화가뿐만 아니라, 곤충학자, 식물학자, 탐험가 등 많은 분야에서 인정받아 전문가로 불리고, 동물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며 활동했을 거예요. 물론, 백과사전에도 이름이 올랐겠지요. 그 당시에는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라는 이유로, 미술계에선 천대받는 꽃과 곤충을 그린다는 이유로, 그리고 위인을 정하는 전문가 집단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거든요.



여전히 편견을 깨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노력하고 있는데요. 편견을 깬 여성 인물들의 어린 시절을 통해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잊지 말고 지켜냈으면 좋겠어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노력한다면 그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큰 성공을 거두진 못하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고 믿습니다. 


넬리 블라이, 마리아 메리안, 편견을 깬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어 오신 작가님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넬리 블라이의 이야기를 담은 『외치고 뛰고 그리고 써라!』를 작업 의뢰를 받으면서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를 알게 되었어요. 멋진 여성들의 어린 시절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의 의미가 좋았어요. 어느 날 마리아 메리안이라는 곤충 화가를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메리안의 유년기를 조명한 책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씨드북에 그림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씀드렸지요.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이 시리즈에 어울리는 여성을 계속 찾게 될 것 같아요. 다음엔 한국 여성이면 더 좋겠네요.


* 김주경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지금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06년 제15회 국제노마일러스트 콩쿠르에서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 『폭탄머리 아저씨와 이상한 약국』, 『내 이름은 직지』, 『날아라, 삑삑아!』, 『빨강 도깨비야, 세포가 궁금해!』, 『고구려 평양성의 막강 삼총사』, 『첩자가 된 아이』, 『고양이를 기르는 생쥐』, 『나는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등이 있고, 직접 글을 쓴 그림책 『누구게』와 『또 누굴까』를 펴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공상에 빠지고, 그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 내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
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
김주경 글
씨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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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 #김주경 작가 #그림책 # 곤충 화가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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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엄마

2020.05.29

아이가 이 책의 그림에 관심을 많이 보였어요.
책표지에 그려진 다양한 곤충들과 메리안의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 매력적이었어요.
아직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라 그림을 중심으로 책을 읽었는데 아이가 중간중간 곤충들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기억해보고 상상해보는 다양한 책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여 가치있는 삶을 살았던 메리안의 이야기.
김주경 작가님의 그림은 색과 선이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계속 눈이 가요.
바위를 뚫는 물방울 다른 시리즈에도 관심이 생기네요.
엎드려 관찰하고 자세히 그렸어요. 잘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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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