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서 칸트의 이성을 찾는다고?
철학은 책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매 끼니 때마다 음식을 먹으며 철학을 생각하게 될 줄은 저도 정말 몰랐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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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개념’이 아니라 ‘음식’에서 시작하는 철학 이야기다. 저자는 붕어빵이 구워지는 걸 보다가, 지하철역에서 델리만주 냄새를 맡다가, 치킨을 시키는 대신 ‘야매 치킨’을 만들다가, 철학적인 요소들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철학 개념과 철학자들에 대해 말한다. 속에 어떤 앙금이 들었든 붕어빵 ‘틀’에 찍힌 빵은 전부 붕어빵이다. 여기서 칸트가 말하는 ‘이성’이라는 인식 능력을 떠올리게 된다. 사람의 인식 능력이란 이미 특정한 모양의 틀을 거쳐서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이성의 틀’에 찍히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세계는 경험할 수 없는 걸까? ‘붕어빵 틀’이라는 인식 구조 밖의 세계는 불가능한 걸까?


저자는 철학 공부를 시작한 뒤로 일상생활 곳곳에서 철학적 개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안에서도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철학과 만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고 생각했다. 한 그릇의 요리를 통해 철학을 이야기하고, 철학적 개념과 닮은 구석이 있는 음식을 맛보는 사이, 철학이 얼마나 재미있고 우리 삶에 가까이 닿아있는 것인지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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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과에서 철학과로 전과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과학이 너무 좋아서 과학교육과에 들어갔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범대 특유의 분위기와 교과과정이 저와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다른 전공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철학이었습니다. 맨 처음 들었던 철학 수업은 ‘과학’을 보고 선택한 과학철학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을뿐더러 철학이 얼마나 유연하고 폭넓은 학문인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그걸 한 번 더 느끼게 해준 수업이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이었고요. 게다가 저는 당시 전공생도 아니었는데 유난히 철학 수업 성적이 잘 나오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더욱 전과해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섰던 것 같아요.

 

카카오 브런치가 추천하는 '철학 에세이'로 소개되었는데요, 어떤 이유로 연재를 시작하셨나요? 또 특별히 기억에 남는 독자의 반응이 있다면요?


제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걸 공유하고픈 마음이 가장 컸어요. 원래 ‘덕질’도 여럿이서 해야 더 재밌잖아요. 음식도, 철학도 제가 보기엔 둘 다 엄청 재미있는 것들인데 사람들이 음식은 좋아해도 철학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원래 되게 재밌는 거예요!” 하고 말하고 싶었어요.


제 글을 읽고 철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독자분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기뻤어요. 제가 바라던 바이기도 했고요. 어떤 독자분은 본인이 직접 발견한 '일상과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공유해주셨는데, 저는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기에 오히려 제가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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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요리 일러스트'가 눈에 띕니다. 원고를 쓰다 보니 만들게 된 요리인가요? 아니면 평소에 꾸준히 새로운 요리를 만드시나요?


요리를 만들다 보면 글의 소재가 떠올라서 원고를 쓰곤 해요. 원래 음식을 사 먹기보다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해서 요리를 많이 하거든요. 처음엔 오롯이 필요에 의해서만 요리했는데, 계속하다 보니 요리라는 게 굉장히 심오한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특정한 레시피를 시험해보려고 음식을 만들 때도 있고, 조리법과 재료에 관해 공부하려고 일부러 책도 봐요. “간단하지만 최대한 맛있게”를 모토로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책에 담은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음식-철학자' 조합은 무엇인가요?


'라이프니츠와 비빔밥'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본문에 언급했다시피 라이프니츠의 사상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공감 가서요. 게다가 전 비빔밥도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한때는 거의 몇 달 내내 매일 비빔밥을 먹기도 했어요. 또 한 가지는 '버터와 데카르트'의 조합입니다. 제가 철학에 관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소재입니다. <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를 구상하기 훨씬 전에 이 조합으로 글을 썼었어요. 일요일 아침에 갑자기 학교 도서관으로 뛰어가서 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음식과 철학의 매력, 그리고 이 둘이 만났을 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음식은 누가 봐도 매력적이고, 언제나 우리 생활 속 가까이에 있죠. 철학은 알고 보면, 그리고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지만 많은 이들에게 경원시되는 게 사실이고요. 제가 음식과 철학을 연결 지은 이유 중에 하나가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이에요. 우주대스타가 소탈한 모습을 보이면 갑자기 친근감이 들고, 그 사람의 매력이 부각되어 보이잖아요? 저 멀리, 나와는 관계없는 곳에 놓인 철학이 사실은 내가 먹는 음식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만큼 철학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까요? 음식 또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부여 받을 수 있을 테고요. 이 둘의 만남은 분명 누구나에게 시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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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더 많은 사람과 철학의 재미를 공유하고 싶다"라고 하셨는데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철학, 음식 관련 콘텐츠가 있나요?


영어 팟캐스트를 즐겨 들으시는 분들이라면 BBC 라디오 이라는 프로그램의 철학 콘텐츠를 추천하고 싶어요.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가면 철학이 주제인 에피소드들이 따로 모아져 있어요. 유명한 석학들이 게스트로 참여해서 철학적 주제를 두고 대중적인 눈높이에 맞춰 폭넓은 대화를 진행해나갑니다. 제가 들어봤던 철학 팟캐스트 중에 가장 덜 지루하고(!) 공부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음식 비평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용재 님의 칼럼을 추천해요. 특정 음식을 평가할 기준이 되는 지식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음식 문화 전반에 걸쳐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에 관한 통찰도 얻을 수 있어서 저는 이분의 글을 즐겨 읽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쓸 계획인가요? 구상 중인 주제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도 하지만, 아는 만큼 쓰고 싶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면 그것과 관련해서 소재가 떠올라요. 저는 요 몇 년 새 발레에 푹 빠져 있는데요, 철학과 발레가 무척 닮아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이 둘을 함께 엮어내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현재 철학 공부를 위해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데 대학원에서의 공부가 제게 더 많은 글감을 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이에요.

 

 

 

 

* 오수민


철학 에세이스트. 과학교육과로 입학했지만 우연히 들은 철학 수업을 계기로 철학 공부에 흥미를 느꼈고, 이후 전공을 철학으로 바꾸었다.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맛없는 걸 먹고 배부른 게 제일 억울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요리하게 되었다. 장바구니에 제품을 넣기 전 성분표를 확인하는 게 버릇이고, 성공적이었던 레시피를 기록하는 게 취미다. 앞으로도 계속 철학을 공부하고 일상과 철학이 맞닿는 지점을 포착해 글로 풀어나가고자 한다.

 

 


 

 

이렇게 맛있는 철학이라니오수민 저 | 넥서스BOOKS
우리는 ‘이성의 틀’에 찍히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세계는 경험할 수 없는 걸까? ‘붕어빵 틀’이라는 인식 구조 밖의 세계는 불가능한 걸까? 우리가 철학을 사유하고, 음식을 맛보듯이 즐길 기회를 놓친다는 건 너무나 아쉬운 일이다. 이 책으로 하여금 언제 어디서나 떠올릴 수 있는 철학, 자유롭게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맛있는 철학’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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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