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을 믿어요 (김윤나 저 | 카시오페아)
명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관계가 가족이겠죠. 가족은 사랑과 함께 상처도 주고받습니다. 『당신을 믿어요』 는 가족의 의미와 가족으로부터 입은 상처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입니다. 김윤나 저자에게 부모의 이혼, 알코올 중독이었던 아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은 아픈 기억이죠. 가족으로부터 입은 상처에 좌절하지 않고 아픔과 함께 성숙해지는 과정에 관해 저자 특유의 담담하고도 다정한 어투로 알려줍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느라 힘든 당신이라면, 당신 자신을 위해서 용서해보라는 말을 대놓고 하지는 못하겠다. 만약 누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더라면 한 대 후려치고 싶었을 것이다. 내가 그러기로 선택할 수는 있어도 누가 참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당신을 먼저 두라는 말, 그것만은 권하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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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말이 칼이 될 때 (홍성수 저 | 수신지 표지 디자인 | 어크로스)
예로부터 추석은 공동체 차원의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는 공동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타자를 향한 혐오 표현과 개념이 빈번합니다. 맘충, 노키즈존, 김치녀, 여혐 등이 그러하죠. 이러한 혐오표현 및 혐오범죄가 왜 문제가 되는지 법학자의 시선에서 살핀 책입니다. 명절을 맞아 지금 우리 공동체의 모습과 나아가야 할 바를 고민해 보기에 좋은 글귀가 많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있지 못하다. 혐오표현에 관한 범국가적 차원의 조치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나 사회 유력 인사들이 혐오표현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지도 않다. 일부 언론과 인권단체들이 혐오표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정도다. 그렇다고 혐오표현이 차별행위나 증오범죄로 진화해나갔을 때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나 학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지도 않다. 이름을 알 만한 주요 국가들 중 혐오표현에 대해 이렇게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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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간 혁명 (세라 윌리엄스 골드헤이건 저 | 다산사이언스)
중립적인 공간은 없습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식으로든 공간은 영향을 미치는데요.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삶이 바뀌는데, 건축에서 디자인의 역할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비용과 일정 때문이겠죠. 좋은 건축에 관한 고민이 충분히 담기지 않은 결과, 우리의 삶은 건물 안에서 편안함과 행복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건축 평론가인 저자는 우리의 집, 병원, 학교가 어때야 하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합니다. 주로 미국 사례이지만 도심 재생, 재건축, 재개발, 신도시 등 건축 프로젝트가 산적한 대한민국에 유효한 책입니다.
"과학자들은 한때 뇌 속에 장기 기억을 저장하는 별개의 저장소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 과거에 벌어졌던 특정 사건을 기억할 때 우리는 뇌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감각 인지 시스템에서 여러 이미지와 패턴, 인상을 소환한다. 우리의 과거를 구성하는 이들 기억은 물리적 위치와 장소에 대한 인지와 결합하는 방식으로만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다시 말해 뇌가 기억을 강화하는 방식을 보면 우리가 해당 경험을 할 당시 속했던 물리적 환경이 기억과 크게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대부분 '건축' 환경인 현대 사회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 조경, 도시 지역이 우리의 자전적 기억을, 나아가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우리가 '어디에' 머물렀는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153~154쪽)”
4. 삼순이 -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 (정찬일 저 | 책과함께)
고도성장으로 요약되는 한국 현대사에서 여성 노동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의 삶을 다뤘습니다. 순하면서 억세야 했던 그녀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생활과 당시 시대상을 풍부한 자료를 검토하여 복원해내는데요. 저자가 인터뷰한 9명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독립된 책이라 할 만합니다.
“우리는 그 유전자를 물려받은 첫 세대다. 다시 말해 삼순이는 몇십년 전에 청춘이었던 지금 우리의 어머니 또는 언니, 누이였다. 그들의 청춘은 화창한 봄날이 아니었다. 화려한 경제 개발의 그늘에서 그들은 이름과 달리 '순'하게 살 수 없었다. 인권 유린과 매연, 어둠침침한 조명 아래 살인적인 강도의 노동을 겪으며 청춘기를 보냈다. 이름과 반대로 억척스러워져야 했다. '억순이'는 가장 모순적인 이름이다. 모진 고생의 대가가 정당했는가? 그러지도 못했다. 세상은 한 술 더 떠 그들을 '삼순이'라고 조롱했다. 이 억압적인 상황에 이의를 제기한 삼순이는 극소수였다. 그때마다 작명가들은 자신들이 지은 이름대로 행동하기를 요구했다. 그렇게 그들은 묵묵히 참는 '곰순이'가 되었다. (13쪽)”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