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는 사랑 - 뮤지컬 <시라노>
록산느와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의 대필 편지로 사랑에 빠지고, 시라노는 끝까지 록산느의 곁에서 비밀을 지킨다.
글ㆍ사진 이수연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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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나하나), 크리스티앙(김용한).jpg

 

 

시인이자 극작가이고, 가스콘 부대를 이끄는 군인이기도 한 시라노는 펜과 칼을 다루는 데 능숙하지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데는 한없이 미숙하다. 뮤지컬   <시라노>  는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사랑을 전달해야만 했던 ‘시라노’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라노(최재웅), 록산(박지연).jpg

 

 

다재다능한 시라노의 유쾌한 일상을 그리다


뮤지컬   <시라노>  는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1897)’가 원작이다. 우리나라에선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라는 이름으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뮤지컬로는 2017년 초연되어 두 번째 상연이다. 20여 년 뮤지컬 배우 경력의 류정한 배우가 프로듀서를 맡아 화제가 되었다.


시라노의 일화가 가득 담긴 1부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이어진다. ‘높으신 분’을 칭송하는 연극 무대를 중단시키는가 하면, 시인들을 핍박하는 군대에 맞서 100대1의 전투를 벌이기도 한다. 그런 시라노가 딱 한 사람 앞에서는 작아진다. 오랜 벗이자 친구인 록산느다.


시라노는 이목구비 중에서 유난히 큰 코가 콤플렉스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땐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록산느 앞에만 서면 자신이 없다. 록산느와 시라노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둘이 사용하는 ‘사랑’이라는 낱말의 의미가 너무 다르다.

 

 

시라노(조형균), 르브레(최호중), 앙상블(빵집_패스트리와 시).jpg

 

 

한 사람의 곁에 끝까지 그림자로 남은 사람


록산느는 언제나 정의로운 시라노를 보며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검술을 배우고, 여성 문학 잡지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모임을 하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록산느가 하는 일들에 대해 듣는 시라노는 록산느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갖는다. 그러나 록산느는 크리스티앙을 본 후 첫눈에 반한다. 잠깐 대화를 나누며 가스콘 부대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시라노에게 그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세 사람의 인연은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시라노는 그와 크리스티앙의 만남부터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까지 도와주게 된다.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편지를 쓰고, 록산느가 좋아할 만한 말을 하게끔 한다. 시라노의 노력으로 두 사람이 맺어지자마자 가스콘 부대는 전쟁터에 나가게 된다.

 

 

시라노(최재웅), 크리스티앙(송원근), 가스콘부대(앙상블).jpg


 

2부에서는 전쟁터에서 펼쳐진 이야기들이 극적으로 그려진다. 시라노뿐만 아니라 록산느와 크리스티앙의 다른 모습도 펼쳐져 흥미를 끈다. 특히 크리스티앙을 보기 위해 전쟁터에 찾아온 록산느가 등장하는 장면은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처음엔 크리스티앙의 외모에 끌렸지만, 그의 편지로 내면을 사랑하게 되고, 사랑 때문에 허리춤에 칼을 매고 전쟁터에 찾아온 록산느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또 군무를 펼치는 가스콘 부대와 무대가 변할 때마다 회전하며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는 무대가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뮤지컬  <시라노>  의 처음과 끝은 달빛 아래에 선 시라노의 그림자가 등장한다. 그 그림자가 꼭 시라노의 운명처럼 느껴진다. 시라노는 전쟁 이후에도 록산느의 곁에서 그를 돌본다. 뮤지컬이 모두 끝난 후에 등장하는 시라노의 까만 그림자가 처연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뮤지컬   <시라노>  는 10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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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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