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가 되는 길이 따로 정해져 있을까요? 전통적으로는 고등학교 때 즈음 사진으로 뜻이 정해지면 대학 진학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합니다. 대학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의 여러 분야(순수예술, 패션, 상업, 정물, 다큐멘터리, 인물 등) 가운데 특히 하고 싶은 장르를 선택하고,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다시 준비합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그동안 피땀 흘려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해당 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몇 차례 가슴 쓰린 거절을 당하고 마음에 굳은살이 박힐 즈음 간신히 스튜디오 어시스턴트로 취직하면 그때부터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여러 가지 실무를 배우게 됩니다. 어시스턴트 시절은 사진 사부의 다양한 경험과 다년간 축적된 모든 노하우(여러 가지 카메라 사용법, 조명을 다채롭게 쓸 수 있는 기술, 클라이언트를 응대하는 방법,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위한 팁 등)를 배울 수 있는 매우 귀중하고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렇게 수년간 스튜디오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경험을 쌓고 나면 적당한 시기에 독립해 자신의 사진 인생을 시작합니다.
전 이와 달리 전혀 전통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진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어릴 적 사진가를 꿈꿔본 적도 없고 사진에 대한 정식 교육과정도 밟지 않았습니다. 대학에서는 미디어학과를 중퇴한 뒤 한참 동안 사진기자로 일하다 런던패션대학원의 늦깎이 학생으로 패션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어시스턴트 경험도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어서는 결코 아니고, 어시스턴트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인 사진기자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진기자로서 필요한 모든 것은 길거리와 책에서 배웠습니다. 책을 찾아봐도 풀리지 않는 문제는 동료 사진기자들에게 물어물어 알아냈습니다.
다행히 밝은 태양이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자연광 아래에서의 촬영이나 카메라 플래시를 이용하는 촬영에는 전문지식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물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지면서 시작하게 된 연예인의 초상사진은 달랐습니다. 수많은 조명기기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조명기술을 배우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작은 것 하나하나 스스로 알아내고 공부해야 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1~2주면 배울 수 있는 간단한 조명기술을 알아내는 데에만 몇 달이 걸렸고, 사실 지금까지도 꾸준히 배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시스턴트 경험이 없다는 게 반드시 부족한 점으로 작용하지만은 않습니다. 다른 사진가들이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 어떤 느낌이나 스타일로 하는지 전혀 본 적이 없었기에 그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또는 편안하다고 여기는 느낌만으로 묵묵히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아주 크게 틀고 샴페인도 몇 병 준비해두고 기분 좋으면 소리도 지르고 춤도 추면서 말이죠. (압니다, 좀 미친놈 같은 거) 그렇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1년, 2년, 촬영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 MJ KIM만의 독특한 촬영 분위기가 생겨났습니다. 저와 촬영하면 누구는 매우 의아해하고 누구는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누구는 함께 소리 지르며 춤을 춥니다.
좋은 사진가가 되기 위한 한 가지 팁을 드린다면, 세상에 비난이나 질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말입니다. 그리고 기분이 살짝이라도 상한 상태에서는 최고의 손길이 나오기 어렵겠지요. 광고사진 촬영장의 사진가는 사진가보다는 감독에 조금 더 가까운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셔터를 누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모든 스태프가 자신의 기량을 110% 발휘할 수 있도록 잘 이끌고 도와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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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인생을 찍습니다MJ KIM 저 | 북스톤
‘출발선부터 달라야 한다’며 고스펙을 강요하는 시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한발 한발 꾸준히 나아가 마침내 꿈을 찾은 MJ KIM의 이야기는 인생 여행자들을 위한 따뜻한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MJ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