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에서 할머니가 혼자 농사를 짓고 있다. 탱글탱글 익은 과일과 달달구수한 단팥죽을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할머니가 길을 나섰는데,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리더니 새하얗고 커다란 눈호랑이가 떡하니 나타난다. 눈호랑이는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어디선가 들어본 말을 하고, 할머니는 딸기, 참외, 수박을 차례차례 내놓지만 눈호랑이의 욕심은 끝이 없다. 몽실몽실 눈을 뭉쳐 놓은 듯한 모습의 호랑이는 매 장면마다 감초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팥빙수를 먹을 때마다 들춰 보게 만들 법한 그림책. 팥빙수는 누가 처음 만들었냐는 아이의 질문에도 대처할 수 있다.
전작 『가만한 나날』 에서 사회초년생들이 통과하는 인생의 ‘첫’ 순간을 섬세하게 그리며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는 신작에서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첫 번째 순간을 선보인다. 2000년대 초 항구도시 목포, 그 시절 그곳의 여학생들을 사로잡았던 건 뭐였을까? 먼저, 아이돌이 있었다. 그들은 칼머리를 유행시켰다. 아이돌이 있었으므로, 팬픽이 있었다. 아이돌 그룹의 A군과 B군이 서로 사랑하고 섹스하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읽으며, 사실이거나 사실이 아닌 모든 섹슈얼한 정보들을 배웠다.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여학생들은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나우: 시간의 물리학』
리처드 A. 뮬러 저/장종훈, 강형구 역/이해심 감수 | 바다출판사
물리학의 풀리지 않은 오랜 수수께끼인 ‘지금’의 의미와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는 책. 상대성이론, 양자물리학, 빅뱅이론 등 현대 물리학이 시간에 대해 알아낸 사실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4차원 빅뱅’이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빅뱅 후 50만 년경 아기 우주가 방출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를 관측해 ‘시간의 처음’을 측정했고, 초신성 관측을 통해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해 ‘시간의 끝(빅 크런치)’은 없을 것임을 밝혔다. ‘지금’이란 무엇이며, 시간은 왜 흐르는지 설명하는 물리학은 철학에도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와 글로벌 경제의 한복판이었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역사를 다룬 책. 저자는 경제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학자로서 위기의 진앙인 미국과 유럽, 중국, 러시아, 신흥시장국가까지 전 지구적 규모로 확산하는 금융위기의 진행 상황을 그려내는 한편, 위기 대응의 과정과 방법을 진단해 경제와 정치가 얽혀있는 오늘의 세계를 알려준다. 브렉시트,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중국의 역할 등이 모두 금융위기 대응 실패로 엮인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최영미 저 | 이미
시인 최영미가 6년 만에 신작 시집을 출간했다. 새롭고 뜨거운 언어로 문단을 넘어 한국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후 20여 년이 지나 성폭력 고발의 한복판에 선 시인은 자신의 안팎에서 진행된 변화를 원숙해진 언어와 이미지로 표현해냈다. 인간의 조건에 대한 통찰은 풍자와 농담, 서정으로 변주되고 모던한 시풍 속에는 한국 전통시의 운율이 묻어난다. 문정희 시인의 말을 빌리면 “예측 불허의 표현과 자유로운 사고의 좌충우돌 속에 온몸을 던져 쓴” 시집.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최경영의 경제쇼’, MBC ‘100분 토론’ 등에 출연해 왜곡된 경제 보도에 대해 ‘팩트 저격수’로 활동한 저자의 신작. 보수 진영에서 한국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공격하는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제 인상’이 실제로 국민 소득과 고용을 기대 이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지금보다 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담겼다. 자영업의 몰락과 고용의 위기, 인구 구조 악화 등 한국 경제가 떠안은 현안부터 미중 간 패권 갈등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고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수출주도 성장의 한계 이후 대안을 제안한다.
『바다를 살리는 비치코밍 이야기』
화덕헌 글/이한울 그림 | 썬더키즈
한국은 플라스틱 소비량이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지구 곳곳에 그대로 남아 지구 환경을 위협하고, 특히 바다로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은 쓰레기 섬을 만들어낸다. 책은 폴리네시아 바닷속을 지키는 인어공주의 편지를 받은 부산 해운대의 ‘우주’가 해운대 바다 쓰레기 소탕 대작전에 돌입해 ‘비치코밍’을 하는 과정을 그린다. ‘비치코밍’은 바다를 빗질하듯 바다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의미하는 단어로, 수거한 플라스틱은 리사이클링과 업사이클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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