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삽질’, 유로파 생명 탐사
5년이나 걸려 유로파까지 간 다음 20일밖에 살지 못하다니, 매미의 삶이 떠오른다.
글ㆍ사진 오노 마사히로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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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SA/Caltech 유로파 클리퍼 상상도


 

화성 다음으로 나사가 눈여겨보고 있는 곳은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 바다가 존재하는 세계, 유로파다. 현재 나사는 2022년에 발사 예정인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라는 탐사선을 준비하고 있다. 유로파 클리퍼는 목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들어가, 유로파를 45번 접근통과하며 관측할 계획이다.

 

유로파 클리퍼에는 얼음 투과 레이더를 탑재해 유로파의 바다를 감싼 얼음 껍질의 구조를 파악하고, 얼음 속에 숨어 있는 액체로 이루어진 물 주머니를 찾을 계획이다. 유로파 클리퍼 다음에는 유로파 착륙선 계획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직 구상 단계지만, 이 계획이 승인되면 2024년쯤에는 착륙선이 발사된다.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임무의 가장 큰 장벽은 엄청난 양의 방사선이다. 지구에는 밴앨런대라는 방사선대가 지구를 감싸고 있다. 이 방사선대는 지구의 자기장이 태양과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를 포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대 내부의 방사선 수치가 매우 높다. 하지만 이 덕분에 지구가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하다. 화성 표면에 강한 방사선이 내리쬐는 이유는 방패가 될 만한 방사선대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목성의 방사선대는 지구의 밴앨런대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리고 유로파의 궤도는 이 무자비한 방사선대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래서 유로파 착륙선에 긴 수명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차피 금방 망가질 운명이니 태양전지도 방사성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RTG도 달지 않고 그냥 축전지의 전력만으로 움직인다. 전지용량과 방사선 때문에 착륙선은 유로파에 착륙한 뒤, 약 20일밖에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5년이나 걸려 유로파까지 간 다음 20일밖에 살지 못하다니, 매미의 삶이 떠오른다.

 

유로파 착륙선은 삽으로 얼음을 몇 센티미터 정도 파내는 일을 한다. 물과 얼음은 우주방사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방사선을 막아 주던 얼음을 파내면 그 아래에는 생명을 이루는 ‘레고 블록’이 파괴되지 않고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얼음은 대류를 하므로 만약 유로파의 바다에 생명이 있다면, 얼음 속에도 생명의 레고 블록이 녹아 있을 것이다. 분석기를 이용해 채취한 얼음의 질량 분포를 확인하여 레고 블록을 찾는 한편, 현미경으로 직접 얼음을 관찰하여 생명의 증거를 찾아볼 수도 있다. 유로파 착륙선은 수명이 무척 짧기에 채취할 수 있는 표본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임무에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대단히 비싼 삽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사상 최대의 발견을 할 가능성이 있는 삽질이다.


 

 

호모 아스트로룸오노 마사히로 저/이인호 역 | arte(아르테)
이 친절하고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꾼은 우주탐사 역사의 첫 장부터 아직 빈 종이로 남아 있는 미래의 우주탐사까지, 그 서사를 극적으로 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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