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에 성공하는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창작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이 말하거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속 시원히 말해주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스토리 창작자는 세상의 이야기에 늘 귀를 열고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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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념이 약해지고 이미지가 중요해진 정치판에서도,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만 하는 TV 속 세계에서도, 심지어 일상의 제품 하나를 팔기 위해서도 스토리가 필요하다. 새로 만든 가방에 유명 셀럽의 이름을 붙인 에르메스의 전략이라든가 스토리텔링을 이용한 지자체의 관광산업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얻는 데 스토리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가 있을까. 우리는 매일 부지불식 간에 스토리를 접하고 스토리에 매혹당해 결정을 하고,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며 산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  의 저자 김태원은 수십 년간 드라마 제작일을 하며 상상을 눈앞에 펼쳐 보이는 일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는지 몸소 체험하였고, 스토리텔링의 효용성과 부정적인 면도 보았다. 그런 그이기에 스토리를 창작하기에 앞서 “스토리는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비전과 희망, 로망과 판타지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그럴듯한 거짓말로 현혹하기도 한다”(34쪽)라고 하며 “‘99퍼센트’라고 칭해지는 많은 사람들이 시대의 결핍을 겪으며 살고 있고, 스토리텔러들은 그런 사람들의 결핍을 위로하고 간절한 소망을 추구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34~35쪽)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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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 <주몽> <드림하이> 등 20년 넘게 대작 드라마를 제작해오다가 갑자기 후학을 양성해야겠다고 결심하신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지요?


드라마나 영화 등 스토리콘텐츠의 원동력은 창작자에게서 나옵니다. 결국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이 활발해야 스토리산업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창작자가 스토리 창작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보통 10년 이상의 세월을 견뎌야 합니다. 그들에게 등용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성공의 경험을 나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가능한 많은 창작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  을 보편적인 규범과 방법론으로 정리하였습니다.

 

좋은 스토리란 무엇이고, 스토리 창작자가 반드시 가져야 할 자세나 생각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 편의 작품이 사랑을 받고 그 창작자가 칭송을 받는 이유는, 현실의 고단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소망하는 ‘세계’를 창조하고, 그렇게 창조한 상상의 ‘세계’로 사람들을 초대해 잠깐이라도 행복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창작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이 말하거나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속 시원히 말해주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스토리 창작자는 세상의 이야기에 늘 귀를 열고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특히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심지어 음모론적으로 상상하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보거나 듣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짐작하며 상상하는 버릇을 들여야 세상을 흔드는 멋진 스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원고에 할리우드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셨는데요. 수많은 할리우드 스토리이론이 있음에도 우리에게 적합한 스토리이론을 정리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미국 할리우드에 다양한 스토리이론이 있고, 영화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소설작가들도 그런 스토리이론에 기대어 창작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빈치 코드』  를 쓴 댄 브라운 작가도 엄격한 규범과 방법론에 기초한 글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할리우드의 스토리이론을 국내 창작자들에게 소개하고 활용하게 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런데 실전 스토리창작에서 활용하기에 여러 제약과 한계가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할리우드 스토리이론이 가진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스토리 창작의 사상과 이론과 방법을 정리했고, 그것에 ‘욕망의 레시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제가 콘텐츠산업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보니, 실전에 최적화된 이론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K팝뿐만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까지도 한류 바람이 전 세계에 불고 있는데요. 작은 나라인 우리가 이렇게 문화적으로 큰 힘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실 한류의 문화적 영토나 시장규모로 따진다면 미국 할리우드 다음으로 세계 2위입니다. 국민의 성원과 뛰어난 감성과 탁월한 역량을 갖춘 ‘사람(창작자)의 힘’에 힘입은 바 크다고 생각합니다. 병원과 경찰서, 주택가 등에서 촬영을 할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모든 나라가 개인의 사생활 보호나 정부의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라고 해서 그런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후원하는 마음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큰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 멋진 영상을 만드는 데 그만큼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도 가능하지요. 저 개인적으로 한국문화의 DNA는 ‘비빔밥 문화’ 속에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나하나로 보면 그렇고 그런 재료들이지만 비비고 섞어서 전혀 새로운 풍미의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역량, 그 역량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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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잘 구성하기 위해서는 플롯과 후크를 잘 사용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것이 스토리의 후크입니다. 사람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이자 측면이지요. 그러나 사람의 첫인상은 때때로 우리의 기대를 배신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첫인상보다는 그 사람의 진면모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그 사람 보면 볼수록 진국이더라” 같은 말이 그렇습니다. 바로 사람의 진면모에 해당하는 게 스토리의 플롯입니다. 당연히 창작자라면 후크뿐만 아니라, 후크가 단순한 ‘낚시미끼’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플롯을 구축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한국적인 스토리이론  ‘욕망의 레시피’가 여타의 스토리이론과 다른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무엇인지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한국 스토리산업의 경험과 성과에 기초한 스토리이론이라는 점입니다. 저는 세상의 모든 스토리는 4막-24블록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아직도 공식적으로 3막 구조를 채택하고 있지만 ‘1막/2-1막/2-2막/3막’으로 사실상 4막 구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동양의 ‘기/승/전/결’을 4막 구조에 담아내려고 애썼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흥행에 성공한 국내외 영화 1백 편 이상을 분석하면서 24블록의 구조를 일일이 정의하였고, TV드라마와 소설의 스토리 구성에도 일치한다는 점을 검증하였습니다. 실제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TV드라마, 소설을 분석하면 4막-24블록의 구조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잡는 후크의 핵심 요소, 즉 캐릭터와 장르, 스토리셋업에 관해서도 규범과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미국 할리우드의 스토리이론에는 거의 없었던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뛰어난 스토리텔러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져야만 하는 걸까요? 7장에 보면 할리우드 집단창작 시스템을 추천하셨는데요. 스토리도 결국 집단창작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들도 있습니다. 타고났다기보다는 어린 시절의 아주 특별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뛰어난 감성과 창작의 훈련을 알게 모르게 경험했던 창작자들이지요. 그러나 스토리산업에서 그런 창작자가 얼마나 될까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1퍼센트? 많아도 5퍼센트를 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천부적인 재능의 소유자들조차도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무작정 일어나는 축복이나 사건은 없습니다. 열심히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나 이상 같은 천재가 쥐락펴락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여전히 한 사람의 특별한 상상력이 중요하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그것은 도화선이 될 뿐 모든 것일 수는 없습니다. 현실의 세상을 해석하고 성찰을 제공하는 스토리 창작에서도 집단지성의 힘은 집단창작시스템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특히 경험이 짧고 성찰의 힘이 채 성숙되지 못한 신인 창작자의 경우에는 더더욱 집단창작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쉽고 빠르게 등용될 수 있고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김태원

 

사회의 진보와 평화를 꿈꾸던 대학시절,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론」을 접하고 자신의 길이 문화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있음을 직감했다. ‘문화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모든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광고기획사, 아트컨설팅, 애니메이션과 영화 제작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 더 멋지고 아름다운 곳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방송의 꽃이 드라마 분야로 진출했다. 이후 콘텐츠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와 올리브나인을 설립하여 <올인> <불새> 등 연이어 히트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고, <주몽>과 <선덕여왕>을 통해 명실상부 드라마 제작 분야의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CJ ENM 드라마국장, 충남영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푸른여름스토리연구소 대표이사로서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의 대학교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 KT&G상상마당아카데미 등 아카데미에서 스토리 창작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할리우드의 스토리이론을 정리해서 소개하는 일을 했지만, 할리우드의 이론은 실전 창작에 적용하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연구를 하다보니 어느새 그들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이론체계를 정리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한국형 스토리이론 ‘욕망의 레시피’의 탄생이다.

 

제작에 참여했던 주요 작품으로 <런딤RUN=DIM> 등 3D 애니메이션 TV 시리즈 및 영화, TV드라마 <올인> <불새> <불량주부> <프라하의 연인> <주몽> <황진이> <황금신부> <왕과 나> <쾌도 홍길동> <최강칠우> <타짜> <결혼 못하는 남자> <선덕여왕> <드림하이> 등이 있다.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탄생김태원 저 | 파람북
오랜 시간 쌓은 경험에 수백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분석하고 얻은 통찰 그리고 해외 스토리이론들을 정리한 치밀한 체계까지, 몸으로 체득하여 굳은 살처럼 다져진 스토리텔링론의 단단한 정수와 조언이 담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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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