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생 작가 김민섭은 최근 ‘정미소’라는 출판사를 만들었다. 출판사 이름에서 보이는 어떤 결기에 큰 믿음이 생긴다. 지금은 두 권의 책을 계약하고 출간을 준비하는 중이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와 『대리사회』 , 『아무튼 망원동』 , 『훈의 시대』 등을 쓴 김민섭 작가는 '소설가 김동식'을 발굴한 기획자이기도 하다. 책을 꾸준히 쓰면서 기획자로, 편집자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가 요즘 읽는 책은 무얼까.
최근에 좋게 읽은 책을 소개해주세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이고,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은 『금빛 눈의 고양이』 와 『미래의 이솝우화』 입니다.
그 책들은 어떤 계기로 선택하게 되었나요?
저는 “나는...”하는 고백의 글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모두 찾아 읽는 것은 아니고 자신을 주변의 타인들과 함께 담담하게 드러낸 글들을 읽습니다.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는 믿고 읽는 위고 출판사의 최근 출간작이어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금빛 눈의 고양이』 (미야베 미유키)와 『미래의 이솝우화』 (호시 신이치)는 두 작품 모두 소설 장르이면서 ‘기담’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제가 읽은 다른 일본 기담들과는 다르게 허무하거나 기이한 이야기 자체를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함께 조명한다는 데서 좋아서 찾아 읽고 있습니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한국의 김동식 작가의 작품과 닮은 데가 많다고 하고, 또 김동식 작가 역시 그의 글을 종종 읽었음을 말한 일이 있어서 저도 그의 전집을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무척 재미있는 단편집입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김동식 작가의 단편이 조금 더 취향에 맞습니다)
평소 책을 선택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보고 판단합니다. 바꿔 말하면 ‘선택하지 않는 기준’을 말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저는 ‘저자’를 보는데요, 책을 쓰고 만들다 보면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자신의 글과 삶이 일치하지 않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의 글은 일부러라도 선택하지 않게 됩니다. 그에 더해 자극적인 단어나 표현을 즐기고, 온전히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는 작가들의 글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저는 자신의 분노를 담담하게 전하는 대신 독자의 분노를 이끌어 내고, 그래서 그것으로 이 사회의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작가들의 글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떤 책을 볼 때, 특별히 반갑나요?
새로 등장한 젊은 작가들의 책을 보면 반갑습니다. 그러나 더욱 반가운 것은 그들의 ‘두 번째 책’을 볼 때입니다. 그러면 그들이 한 권의 문제작을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 글을 쓰면서 살아가겠구나, 그들의 글을 계속 볼 수 있겠구나, 하는 반가움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1983년생이 쓴 책과 만나도 반갑습니다. 괜히 뿌듯하고 서로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고, 그런 심정이 됩니다.
만약 매월 10만 원의 독서지원금이 나온다면, 어떤 책을 사고 싶나요?
절반은 제가 ‘덕질’ 비슷한 것을 하고 싶은 작가들의 전권을 차근차근 구입하는 데 쓰고, 절반은 아이를 위한 그림책을 살 것 같습니다.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있나요?
음식문헌연구자인 고영 작가의 신작을 기다립니다. 그는 언제나 진지한 태도로 주변의 음식과 노동과 그것을 둘러싼 구조를 대합니다. 학술도서와 대중도서의 경계에서, 그는 지금 이 시대에 대단히 필요한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
거짓말 상회김민섭, 김현호, 고영 저 | 블랙피쉬
이제 당신이 질문을 던질 차례다. 진실보다는 매끈하고 달콤한 거짓을 원하는 사회, 사실을 직시하기보다 허구를 탐닉하도록 유혹하는 사회를 넘어서도록, 일상의 안일한 믿음과 권태에 제동을 걸자.
엄지혜
eumji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