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는 로켓으로 우주에 가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어떤 상식도 과거에는 상식이 아니었다. 우주로 갈 로켓을 만들어 낸 ‘로켓의 아버지’들이 소년 시절 푹 빠졌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 를 잠시 살펴보자.
이 공상과학소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포를 이용해 사람이 달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길이가 270미터나 되는 거대한 대포를 설치해서 남자 셋과 개 두 마리를 포탄에 태워 달로 쏘아 보낸다. 포탄은 달 주위를 빙 돈 다음 수많은 위기를 넘긴 끝에 지구로 귀환해 무사히 태평양에 떨어진다.
그럼 왜 로켓이 아니라 대포였을까? 사실 베른이 살던 시대도 로켓은 있었다. 늦어도 13세기에는 중국에서 로켓이 발명되어 무기로 쓰이고 있었다. 이 기술은 몽골제국이 유럽을 침공하면서 유럽에도 전해졌다. 그런데도 왜 베른은 작품 속에서 로켓이 아니라 굳이 대포를 이용해 주인공을 달로 보냈을까?
답은 간단하다. 19세기에 로켓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로켓이 오늘날의 로켓형 폭죽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행거리도 짧았고 과녁에 명중시키기도 어려웠다. 사실상 적을 살상하는 능력은 없었고, 빛과 소리로 적을 놀라게 하는 효과만 있었다. 그에 비해 대포는 사정거리가 거의 2킬로미터에 이르렀고, 정확히 명중시키기 위한 궤도 계산법도 확립되어 있었다. 즉, 당시에 로켓은 한물간 600년 전 기술이었고 대포는 최첨단 기술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때에는 로켓 같은 구닥다리 기술로 우주에 간다는 생각을 아무도 하지 못했다.
참고로 대포로는 절대 우주로 갈 수 없다. 초속 11킬로미터로 발사해도 엄청난 공기저항 때문에 금방 추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설사 우주 공간으로 나간다 하더라도 가속, 감속, 방향 전환 등을 할 수 없다.
그럼 우주 비행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켓이 답이다.”
로켓의 아버지들은 바로 이 사실을 깨달았다. 이 깨달음이야말로 우주공학사상 최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무려 600년 전 기술이 우주로 가는 열쇠였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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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아스트로룸오노 마사히로 저/이인호 역 | arte(아르테)
이 친절하고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꾼은 우주탐사 역사의 첫 장부터 아직 빈 종이로 남아 있는 미래의 우주탐사까지, 그 서사를 극적으로 그려 낸다.
오노 마사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