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뜨겁고 눈부신 스무 살
이제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멀어진 사람도 있지만 당시에는 그 ‘한 사람’ 덕분에 어떤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지요.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누구나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요.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단 한 사람. 또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 수도 있겠고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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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사랑, 한 명의 위로, 한 명의 이해. 많이도 필요 없이 그 단 하나의 존재가 타인을 변화시키고 나아지게 한다고 믿어요.”

 

2019 블루픽션상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가  출간되었다. 일곱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로 신인 작가 조우리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저마다의 비밀을 품은 여섯 인물의 삶을 표현한 감각적인 문장과 현실감 넘치는 소재와 설정이 빛나는 작품이다. 그나저나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다니……. ‘스무 살’은 누구나 꿈꿀 법한 특별한 나이 아닌가?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인지 호기심의 촉이 곤두선다.

 

블루픽션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데뷔작이기도 해서 마음이 남다르실 것 같아요. 대학에서 극작을 공부하시고 음악과 미술 쪽에도 관심이 있으셨다고 들었는데요, 소설을 쓰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소설은 제게 가장 오래되고 익숙한 매체예요. 어릴 적 몸이 약해 밖에서 노는 것이 제한되었는데 소설을 읽으면 시간이 빨리 갔고 그 누구와 만나 노는 것보다 즐거웠어요. 과학잡지나 학습만화 같은 건 끝까지 잘 읽지 못했는데 소설 속의 이야기들에는 홀딱 빠졌어요. 나이 들어선 소설 속에 나오는 음악과 그림을 직접 접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뒤지고 다니다 보니 그쪽에도 관심이 생겼죠. 좋아하는 그림이 생기면 그 그림에 관한 소설이 쓰고 싶어요. 좋아하는 음악이 생기면 그 음악과 어울리는 소설이 쓰고 싶어지고요. 소설을 쓴다는 건 제게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자신의 아들을 동생으로 숨겨야 하는 ‘김하연’, 엄마와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이수영’, 아빠의 실종을 추적하는 ‘천현준’, 만남과 이별의 허무함에 허덕이는 ‘연보라’, 악플로 고소를 당하는 ‘최민기’까지… 사연이 모두 다양하고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첫 단편 「이재경」은 심사위원들의 배꼽을 쥐게 만들었다는 후문입니다. 단편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저의 청소년기의 경험이 어느 정도 들어 있고 주변의 이야기들에서 보통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해서 어느 자리에 가건 조용히 듣기만 하는 편인데 머릿속으론 이건 대박 소재다, 이러면서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죠. 이재경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수치사’를 고백하던 중 들은 이야기로 당시의 결론은 ‘산삼은 위대하다’ 였던 것이 기억나네요.
 
작가님은 그 시절 어떤 고민을 품고 계셨는지 궁금해요.


저희 학교는 미션 스쿨계의 사립여학교였는데 굉장히 엄격했어요. 머리 길이는 당연하고 구두, 신발, 양말, 가방 등등 모든 것에 필요 이상의 규율이 있었어요. 작은 일로 뺨을 맞거나 정강이를 발로 차이는 일들이 다반사였어요. 당시 전 왜 우리에게 이러는 것일까 하며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억압적인 분위기가 납득이 안 됐고 그에 맞설 수 없어 무기력증에 빠졌던, 암울한 청소년이었어요. 당시의 저는 다크 오라가 엄청났을 거예요. 

 

작가님에게 스무 살은 어떤 의미인가요?


스무 살, 하면 꽃이 가득 피어 있던 학교 정원을 배경으로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벤치에 하염없이 앉아 있던 제 모습이 생각나요.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낸 후 대학에 가면 모든 게 달라질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더라고요. 열아홉에서 스물이 되었는데도 사춘기가 끝나질 앉았어요. 그게 놀라웠던 게 생각나요. 난 스무 살이 되었지만 아직도 어리고 어른이 되지 않았구나 깨달았던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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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이재경과 김하연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는데요, 작가의 말을 읽어 보면 마지막 단편인 「졸업」에 가장 애착을 보이시는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여섯 명 아이들의 이야기는 각각 각자의 슬픔과 괴로움, 고민, 상처 등을 주제로 썼는데 마지막 작품은 오롯이 치유에 관한 이야기에요. 그건 제가 생각하는, 인간이 인간에게 구원받는 방식이거든요. 한 명의 사랑, 한 명의 위로, 한 명의 이해. 많이도 필요 없이 그 단 하나의 존재가 타인을 변화시키고 나아지게 한다고 믿어요. 누군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꼭 마음을 다해 말해 주고 싶었어요.

 

김하연과 이재경을 보면 서로 나눠 낀 이어폰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는 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에게도 이런 존재가 있었을까요?


그럼요. 우선 힘든 청소년기를 견딜 수 있게 도와주신 저의 은사님이 계시고 인생을 살며 많은 한 사람, 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이제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멀어진 사람도 있지만 당시에는 그 ‘한 사람’ 덕분에 어떤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지요.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누구나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요.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단 한 사람. 또는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 수도 있겠고요.

 

소설을 읽다 보면 인물들이 보는 미드, 시, 문학작품이 간혹 등장하는데요, 특히 리처드 브라우티건 시를 천현준이 번역한 부분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책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은데, 요즘 가장 ‘꽂혀’ 있는 게 있으시다면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예나 조금이나 저는 소설에 꽂혀 있어요, 늘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니 평생 그럴 것 같아요. 멀리 떠나는 작품을 쓰고 싶어요. 제가 멀리 못 가니 주인공들만이라도 멀리 보내 보고 싶어서요.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조우리 저 | 비룡소
그와 같은 세계를 정통으로 만난 아이들에게 소설을 통해 다독여 주는 목소리, 때로는 공감과 위로를 받으며 잠시 쉴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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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