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성인이 되어서야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었다”
독서가 일상생활 속에 자주 자리 잡게 될수록 나 자신만 바라보는 습관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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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소설은 거의 안 읽다시피 했어요. 학창시절에는 하루하루 버티면서 지냈던 것 같고 오히려 성인이 되고 나서야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잡는 책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드는 책을 손에 잡으면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편이었습니다. 책 속의 글자들이 저에게 "재밌지? 궁금하지?" 하면서 말을 걸면서 다음 페이지로 또 다음페이지로 넘기게 하는 것 같았거든요.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통상 독서라고 하면 '책상에 앉아서 단행본을 멋지게 넘기며 사색하는 모습'만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reading' 'read'를 독서라고 본다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브런치나 블로그에 올라 온 좋아하는 작가의 짧은 에세이를 정독하는 것, 즉, 마음을 다해 글을 읽는 것도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독서가 일상생활 속에 자주 자리 잡게 될수록 나 자신만 바라보는 습관에서 벗어나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들을 더 많이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독서는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저자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저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바꿔야 하는 제도의 벽을 만나면 그 벽을 허무는 법제도개선 활동도 많이 합니다. 보통 그런 제도개선 활동은 혼자하기 보다는 여러 현장의 단체들과 연대해서 활동하는데요, 요새 활동가들의 연령이 어려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소통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더라구요. 마침 최근 이러한 현상을 재미있게 분석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잘 살펴봐서 저도 ‘꼰대’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하려고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누구나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두 그 자체로 빛나는 꽃이죠. 함께 피어있어도 좋고 홀로 피어있어도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제가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를 통해 소개하는 이야기들이 머나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손 맞잡을 수 있는 사람들 이야기라는 점을 기억해주시고 책을 통한 좋은 연대가 일어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명사의 추천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J.M. 바스콘셀로스 저 | 동녘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백번 정도는 읽은 책입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는 책입니다. 어린 제제의 마음을 따라가다보면 제가 지원하는 사건들의 어린 피해자들의 마음이 아련히 전해옵니다. 사람에 대한 공감과 이해에 큰 도움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톨스토이 단편선
레프 톨스토이 저/김은경 역 | 인디북

이 책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보는 책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본성과 선악을 이야기를 통해 이토록 어렵지 않게 풀어낼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됩니다. 특히 <바보이반>이야기를 좋아하는데요, 유한한 삶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해 주는 좋은 책입니다.

 

 

 

 

 

타임 푸어
브리짓 슐트 저 / 안진이 역 | 더퀘스트

일하며 아이들을 길러내는 엄마로서 큰 도움을 받았던 책입니다. 나는 왜 맨날 '시간 거지'로 사는가에 대하여 명확한 답을 주는 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태도로 인생을 바라봐야 하는지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분석적이고 실행력 높은 저자의 역량에 도전 받기도 했구요.

 

 

 

 

 

 

산둥 수용소
랭던 길키 저 / 이선숙 역 | 새물결플러스

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사람들 표정을 살펴보며 걷기도 합니다. 이 책은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수용소라는 한 곳에 강제로 모이게 된 후 드러나는 천태만상의 군상을 잔잔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각기 다른 사람들인 것 같지만 결국 서로를 보듬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도 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장혜영 저 | 우드스톡

'왜 자꾸 장애인 차별이나 학대 사건이 발생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에 저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다고 답변합니다. 좋으나 싫으나 삶속에서 자주 만나다보면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 입장도 되어 볼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은 말로만 거창한 '탈시설'이 이렇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생생한 현실 이야기라 참 재미있으면서도 진정성이 높습니다. 다른 독자께도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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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원

‘시각장애인 변호사’로 불리는 것보다 ‘인권 활동가’로 인식되길 원하는 공익변호사. 2009년 사법시험 합격 후 여성이나 아동,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등 지지 체계가 없는 사회적 소수자와 범죄 피해자들을 무료로 변호해왔다. 가망 없는 사건도 기사회생시켜 가해자가 엄벌을 받도록 하는 것이 그의 주특기. 나아가 소송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정책 연구, 입법과 제도 개선까지 연결하려 고군분투 중이다. 서울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장애인차별시정위원, 문화다양성위원, 검찰인권위원 등으로 일했다. 제1회 곽정숙 인권상, 서울시 장애인 인권 복지 대상, 제12회 청년일가상, 그리고 4번의 장관 표창을 받았다. 특히 범죄 피해자 지원 공로로 2021년 대통령 표창, 2023년 변호사 공익대상 등을 수상했다. 미국 듀크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에서 방문연구자로 지냈으며, 현재 장애인권법센터에서 변호사이자 사회복지사로 즐겁게 일하는 중이다. 정책과 법안에 널리 인용되는 식견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해설서(공저)』,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이상하지도 아프지도 않은 아이』 등 여러 책을 펴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유튜브 〈세상을 바꾸는 15분〉 등에서 인권과 차별을 주제로 강연해 화제가 되었다. JTBC 〈방구석 1열〉, CBS 〈한판승부〉, 〈뉴스쇼〉 등에 출연하며 대중과 인권법 인식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