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 오늘 주제는 ‘뼈 때리는 책’이에요. 우리의 아이디어 뱅크죠. 『태도의 말들』 저자이신, 프랑소와엄 님이 주신 거예요.
프랑소와엄 : ‘뼈 때리는 책’, 죽비 같은 책이죠.
캘리 : 저도 그런 책을 생각했어요.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책을 가져왔습니다.
불현듯 : 뼈에는 잔뼈도 있잖아요. 저는 이런 잔뼈를 때리는 책으로 준비했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윌리엄 피터스 저/김희경 역 | 한겨레출판
이 책은 5년 전쯤 읽었어요. 저도 책을 읽으면 많이 잊어버리는 편인데요. 이 책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책입니다. 미국 아이오와의 ‘라이스빌’이라는 작은 마을이 배경이에요. 그 마을에는 백인만 있고요. 거의 다 기독교 가정이죠. 그 마을의 초등학교 선생님 제인 엘리어트가 주인공입니다. 1968년, 마틴 루터 킹이 극우파 백인에게 살해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죠. 그 뉴스를 보던 제인 엘리어트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이 이야기를 하겠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동안에도 인종차별문제 등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학생들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얘기해야 할 뉴스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런데 얘기를 해보니 학생들이 인종차별이 나쁘다는 것은 알지만 여전히 흑인에 대한 편견을 많이 갖고 있는 거예요. 머리로는 알지만 정말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던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런 제안을 합니다. 차별 받는 게 어떤 건지 체험해보지 않겠느냐고요. 그렇게 자신의 반 학생들을 푸른 눈과 갈색 눈 그룹으로 나눈 후 한쪽 그룹이 더 잘났다는 전제로 하루를 살아보기로 해요. 이 차별실험은 놀랍게도 너무나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더 못났다는 전제를 갖게 된 푸른 눈의 학생들 중 한 명은 원래 공부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던 학생이었는데 그 실험이 시작되자 발표도 거의 못하고요. 반대로 갈색 눈 학생들은 이미 푸른 눈의 학생들을 아주 쉽게 차별해요. 이틀 간의 실험을 마친 후 한 학생은 이렇게 묘사했어요.
“금요일에 우리는 차별을 실험했다. 갈색 눈을 가진 사람들이 모든 일을 먼저 했다. 내 눈은 푸른 색이다. 나는 갈색 눈의 아이들을 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미칠 것 같았다.(중략) 월요일에 나는 행복했다. 나 자신이 크고 똑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는 쉬는 시간을 5분 더 받았다. 우리는 모든 일을 먼저 했다. 운동장 놀이 기구도 갖고 나갈 수 있었다. 나는 차별을 좋아하지 않는다. 차별은 나를 슬프게 한다. 나는 평생 화난 채로 살고 싶지 않다.”
이 짧은 실험만으로 차별의 위험을 절감했다는 게 의미가 참 큰 것 같아요. 후에 이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말합니다. 살면서 차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제가 체험했던 것을 겪어봤으면” 하고 생각하게 됐다고요. 차별하면 안 된다는 말은 흔하게 하지만 점검해보면 나도 모르게 하는 차별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요.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나를 점검하게 됐어요.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고난이 선물이다』
조정민 저 | 두란노
제목부터 강하죠. 조정민 목사님은 MBC 기자로 활동하셨던 분이고요. 아내분이 기독교를 믿으니까 그걸 공부하다가 신앙을 갖게 되어 목사님이 되신 분이에요. 저는 조정민 목사님의 글을 좋아해요. 이분이 오래 전부터 트위터에 짧은 잠언을 올리시는데 그 글도 참 좋고요. 이 책은 지난 12월에 출간됐는데요. 처음엔 제목이 별로였어요.(웃음) 그런데 왠지 언젠가 볼 것 같은 책이어서 책상 위에 두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 최근 힘든 일이 있어서 책을 많이 못 보던 차에 짧은 아포리즘 같은 이 책을 읽었어요. 제 마음을 다독이고 싶어서요.
좋은 문장이 참 많아요. 가령 “많은 일을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라 오래 견뎌서 대단한 것입니다”, “게으른 친구보다 부지런한 적이 낫고, 아부하는 직원보다 욕하는 손님이 낫고, 입맛에 맞는 내 편보다 귀에 거슬리는 남의 편이 낫습니다”, “실수는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비난은 내가 비위를 맞추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고, 고난은 내가 안주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같은 문장인데요. 특히 “비난은 내가 비위를 맞추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는 게 마음에 남더라고요. 저도 비위를 잘 못 맞춰요. 마음을 열기 전까지는 너무 못 맞춰서 때로는 마이너스가 될 때가 있는데요. 이 문장을 보고 위로가 되더라고요.
이 책의 모든 문장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는 있어요. 너무 힘든데 과하게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것, 힘들잖아요. 너무 힘든 사람에게 자꾸 고난이 선물이니까 견뎌내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고요. 하지만 조정민 목사님의 말은 조금 결이 달라요. 혹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책에서 꼭 하나 마음에 남는 말을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음에 없는 얘기를 쉴 새 없이 해대는 달변보다 차라리 마음에 가득한 얘기조차 변변히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눌변이 낫습니다. 감동은 언제나 진심에서 우러납니다.
볼 줄 아는 사람들은 아는 것 같아요. <책읽아웃> 청취자들에게도 이런 걸 많이 느끼고요. 볼 줄 알고, 들을 줄 아는 분들이 저희 방송을 사랑해주시고 있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하게 됐어요.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식물 저승사자』
정수진 저/박정은 그림 | 지콜론북
제 별명 중 하나가 ‘마이너스의 손’이에요.(웃음) 전자기기든, 식물이든 제 손에 들어오면 며칠 안 돼서 고장이 나거나 죽어버리는 일이 벌어져요. 대학교 때 취미가 화분을 키우는 것이었는데요. 제가 살던 곳이 볕이 잘 들지 않는 곳이어서 처음에는 다육 식물을 많이 키웠죠. 어느 겨울에 다육이들을 바깥에 내놓고 잠이 들었는데요. 그 사이에 눈이 엄청 온 거예요. 뒤늦게 발견하고 부지런히 실내로 들여왔더니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들 확 가라 앉았어요. 다육 식물은 난이도가 높지 않은 식물이라는데 내가 이것마저 키우지 못하는구나 싶더라고요.
이 책의 부제가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 어떡하면 좋을까’거든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된 건데요. 책을 쓰신 정수진 저자는 ‘공간 식물성’이라는 곳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고요. 저는 이분은 처음부터 식물을 좋아하고 잘 키우는 분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들어가는 글에 이런 말이 나와요.
식물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식물을 많이 죽였어요’ 그리고 ‘저는 식물 키우는 재능이 없어요’
(중략)
나 역시 식물을 기르는데 타고난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던 똥손이다. 지금도(대체로 비밀로 하고 있지만) 꾸준히 식물들을 죽이고 있다.
그리고 이 글 끝에 “여기, ‘운명’이나 ‘재주’ 바깥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야기들을 소개한다”라고 적혀 있거든요. 이 책은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식물,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분류해 소개하고 있고요. 동시에 단순히 식물 키우기에 관한 정보만 전하는 게 아니라 소설 내용 등 여러 가지를 통해 설명을 하거든요. 문장도 정말 좋아서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식물 하나를 키우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과 마음이 간다는 것을 책 곳곳에서 볼 수 있어 정말 좋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화분을 좋아하는 것과 화분을 키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36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