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뮤지컬 <파가니니>로 돌아온 바이올리니스트 콘(KoN)
제 음악으로 온전히 공연을 하려면 자생력을 갖춘 아티스트가 돼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를 더 많이 알리고 기회가 있으면 가리지 않으려고 해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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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된 창작뮤지컬 <파가니니> 가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무대를 이어갑니다. 뛰어난 연주 실력과 현란한 기교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린 니콜로 파가니니의 삶이 ‘24개의 카프리스’와 ‘바이올린 협주곡 2번-라 캄파넬라’ 등 그의 명곡들과 함께 펼쳐지는데요. 특히 액터뮤지션 콘(KoN) 씨의 연주가 파가니니라는 인물에 대한 몰입도와 전체적인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콘(KoN) 씨는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부터 배우, 모델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있는데요. 뮤지컬무대에서는 꽤 오랜만에 다시 보는 거네요. 서울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그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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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할 때 조명이 훑으면 객석이 보이거든요. 꽉 찼더라고요. 감격스러웠죠(웃음). 실제로 대전 예당 앙상블홀이 저희 작품으로 처음 매진됐다고 해요. 이미 대전에서 초연했지만, 좀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바뀐 장면도 있고요.”

 

<모비딕>, <페임> 이후 뮤지컬무대에서는 오랜만에 뵙는데, 역시 ‘파가니니’라서 선택했겠죠(웃음)?


“그렇죠. 그동안 대학원 졸업하고 제 음반 작업하고, 일본, 중국, 미국 등에서 공연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파가니니> 라는 뮤지컬을 한다는 얘기에 이 작품이야말로 연주를 잘하는 사람이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연주의 비중이 크거든요. 연주 시간만 놓고 보면 길지 않지만, 연주가 드라마를 풀 때 굉장히 중요한 장면들이 있어요. 연주로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예를 들어 파가니니가 연주했을 때 사람들이 홀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러려면 정말 연주 실력이 뛰어나야 설득력이 있잖아요. 연주할 때는 ‘이건 나 아니면 누가 하겠어?’라는 마음이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열심히 하는데도 부족한 면이 있죠.” 

 

파가니니라는 명성에 비해 음악이나 삶이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셨으니까 어떤 인물인지 좀 알려주세요.


“과장되게 표현하면 19세기 클래식계의 BTS라고 할 수 있죠. 바이올리니스트 입장에서는 애증이 대상이고요. 기교나 테크닉이 비범해서 파가니니 때문에 바이올린 테크닉 범주가 2배 어려워졌다고 생각하시면 되거든요. 덕분에 바이올린이 메인 독주 악기가 되기도 했고요. 반면 전공자들에게는 항상 따라다니는 숙제죠. 예를 들어 시험을 볼 때도 기초적인 음악성을 보기 위해 바흐를 본다면 테크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파가니니를 꼭 보거든요. 저희 작품에서 ‘유럽을 뒤흔든 단 한 명의 비르투오소’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에요. 파가니니의 주법이나 자세, 기교가 동시대 바이올리니스트와는 많이 달랐고, 요즘 말로 하면 마케팅도 잘했고 선곡도 잘했어요. 그래서 악마로 소문났을 때도 처음에는 일부러 그냥 둔 것 같아요. 신비로워지는 면이 있으니까.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소문으로 많이 힘들어졌죠. 가장 환호 받으면서도 소외되고, 화려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늘 외로웠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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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KoN) 씨도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니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연주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나요(웃음)?


“그럼요. 어렸을 때 얼마나 많이 했는데요.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가치가 예술로 쏠리는 면이 있어요. 나에게 간절하고 절대적인 지점이 있는데 지금 내 능력으로는 닿지 않는다면 간절함이 커지면서 흔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죽고 나도 내 음악은 남겠지’ 하는 생각으로 계속 작업하거든요. 사람이라면 뭔가 이루고 싶고 의미 있는 걸 남기고 싶으니까. 제 연주를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고, 그게 제 삶의 이유니까요.”

 

창작 초연이라서 작품 전반에 깊게 관여하셨을 텐데, 특히 음악적인 부분은요.


“시간이 많이 없어서 대본 작업을 먼저 하고 연주는 한참 나중에 들어갔는데, 연출님이 ‘여기서는 파가니니가 연주할 거야’ 그러면 다들 ‘아아’ 하고 넘어가는 거예요. 알아서 하라는 거겠죠(웃음). 아무래도 제가 바이올린을 전공했으니까 의견도 제시하고, 아예 현란하게 만든 곡도 있어요. 2막 마지막에는 즉흥연주로 하는 부분도 있어요. 파가니니가 즉흥연주의 달인이었다고 하니까 저희도 그 점을 살려서 공연 때마다 연주가 달라지는 거죠.”

 

파가니니 캐릭터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나요? 전공자로서 알고 있는 것과 극에서 풀어내는 건 꽤 다를 텐데요.


“고증된 자료를 많이 사용하지만 일부만 살린 것도 있고, 파가니니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물음표’를 달아놨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나이도 미상이고, 외모는 극 중 다른 인물들이 문헌에 있는 내용을 묘사하지만 무대 위 저는 그런 외모가 아니거든요. 또 다른 사람들은 시대의상을 입는데 저만 다른 분위기의 옷을 입고요. 파가니니는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만든 것 같아요. 보는 시각에 따라 뛰어난 예술가일 수도 있고, 정말 악마에 씌인 사람일 수도 있고요. 연주할 때는 ‘난 악마였지롱’ 생각해요(웃음). 2시간 넘게 파가니니라고 생각하며 몸이 부서져라 연주하다 보니, 공연 끝나고 나면 오른 팔이 부풀어 있더라고요. 소매가 너풀거리는 의상이라서 연주에 방해되지 않도록 손목에 고무 밴드를 넣었는데, 팔이 부푸니까 고무 밴드가 조여서 아플 정도예요. 그래서 서울 공연에서는 의상을 좀 바꿨어요(웃음).”

 

 

초연인 데다 입체적인 인물로 표현하자니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콘(KoN) 씨가 표현한 파가니니는 어떤 모습일까요?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사실 콘(KoN) 씨의 행보는 이례적입니다. 클래식을 전공했는데 집시음악을 하고, 연기에, 최근에는 모델로도 활동하셨더라고요?


“영역을 더 넓혔죠(웃음). 패션쇼 컬래버레이션은 계속 해왔어요. 전문 모델들이 나오기 전에 제가 연주를 한다거나. 그런데 미국은 디자이너 선생님이 제안을 하셔서 모델로 다녀왔죠. 운동하면서 몸도 만들고 워킹 레슨도 받고. 그리고 예전에는 주로 일본에서 공연을 했다면 최근에는 헝가리 가서 집시들과 함께 연주도 했어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현지에서 집시음악 콘서트도 하고, 공연할 때 반응이 좋아서 스프링페스티벌에 초청도 받고요. 큰 그림은 그려져 있어요. 제 음악으로 온전히 공연을 하려면 자생력을 갖춘 아티스트가 돼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를 더 많이 알리고 기회가 있으면 가리지 않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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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파가니니에 대해 언급하신 것처럼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다른 길을 걷는 만큼 꽤 외롭겠다 생각했는데, 그럴 틈이 없을 것 같아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활달하시고.


“세상 외로워요(웃음). 화려한 공연이 끝나면 허망하기도 하고. 그런데 환호 받고 흥분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에 걸맞게 뚝 떨어지는 순간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할까. 대신 우울한 순간이 왔을 때 불행하다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서 다른 모티브로 쓰는 거죠. 예술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우울감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저도 내성적이고, 음악할 때는 까칠하고 예민한 면이 있지만, 악기를 내려놨을 때도 그 성격을 유지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활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면이 있고요.”

 

또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일단 뮤지컬  <파가니니> 를 잘 마무리해야죠. 그 뒤에는 헝가리에서 현지 집시들과 레코딩한 음반을 발표하려고 해요. 마침 올해가 활동 시작한 지 10년이 돼서 음반 발표하면서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고. 이후에는 예전에 만들다 말았던 음악극도 완성하려고 해요. 베트남 쪽에서도 활동을 해볼까, 또 두드려봐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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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콘 #뮤지컬 파가니니 #액터뮤지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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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