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큐’를 제안합니다
『내 몸이 변하는 49일 식사일기』 의 유은정 저자가 독자들과 만났다. 지난 10일 저녁, 혜화역 인근에 위치한 ‘마음책방 서가는’에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 열 명 남짓한 독자들이 모여 ‘마음챙김 식사를 통해 나를 돌보는 법’을 주제로 저자와 대화를 나눴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 나에 대한 최고의 사랑”이라고 말하는 『내 몸이 변하는 49일 식사일기』 는 ‘잇큐(Eat Quietly, 평온하게 먹기)’를 제안한다. 감정적으로 아무거나 먹는 것이 아닌 ‘나와 음식이 건강하게 만나는 식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날그날의 마음일기와 식사일기를 기록할 수 있는 ‘식사저널 워크북’으로 제작된 이번 책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유은정 저자는 20여 년간 다이어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상담해왔다. 감정적 식사, 식생활 문제, 신체 이미지 등을 전문 분야로 활동하며, 마음챙김 분야를 심리치료 방법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서초좋은의원 원장과 굿이미지 심리치료센터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저서로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상처받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기』 , 『그래서 여자는 아프다』 등이 있다.
자신의 다이어트 경험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한 유은정 저자는 그 시간들 속에서 심리와 다이어트가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식사생활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식사를 한다는 건 내가 선택한 음식이 입을 통해 들어가서 내 몸의 일부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 음식을 고르는 데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겠죠. 그런데 우리는 화장품이나 옷은 소재나 컬러를 꼼꼼하게 보고 고르면서,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것이야말로 의도가 필요하고 계획이 필요한 일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죠. 습관화되기 때문이에요.”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짧게는 4~6주, 보통 3개월 동안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 유은정 저자는 “적어도 7주 정도는 지속해야 패턴을 바꾸고 그것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내 몸이 변하는 49일 식사일기』 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49일 동안 자신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성찰하는 동안 독자들은 스스로의 식사습관에 대해 알게 된다. 이를 통해 잘못된 식습관을 발견하고, 과식이나 폭식을 예방하고, 공복감과 포만감의 신호에 따라 식사를 조절할 수 있게 되는 등 여러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도 있다.
나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을까. 그것을 관찰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마음챙김’이다. 저자는 “‘마음챙김’은 심리적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객관화 작업’”이라고 말한다. 『내 몸이 변하는 49일의 식사일기』 는 10개의 질문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스스로의 식생활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왜 항상 먹고 나서 후회하는지, 나만의 식사 리추얼은 무엇인지, 나에게 위로가 되는 음식은 무엇인지, 함께 식탁에 앉고 싶은 사람은 누구이고, 나는 내 몸을 긍정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음식을 몇 번 씹는지, 혀에 느껴지는 맛은 어떤지, 위장으로 내려가는 느낌이 나는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지, 먹고 나서 숨이 차는지, 이런 것들이 다 몸의 신호예요.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다 보면 ‘내가 얼마나 나를 무시하고 살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 다음에는 ‘내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생각해야 해요.”
‘내 몸의 신호 듣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건포도 명상법’을 소개했다. 손과 눈, 코, 혀의 감각을 이용해 건포도를 음미하는 방법이었다. 강연회에 참석한 독자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인 양 건포도를 바라보면서 빛깔과 모양을 관찰하고, 촉감과 냄새를 느끼고, 건포도가 내 몸으로 들어왔을 때 일어나는 반응들을 찬찬히 살폈다. 한 알의 건포도를 삼키고 이후의 느낌까지 지각하는 데 5분여가 걸렸다. 일부 독자들은 천천히 먹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평소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별다른 생각 없이 음식을 먹는지 알게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은정 저자는 “그만큼 우리가 먹을 것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 건포도 명상을 하는 데 채 5분이 안 걸렸는데, 그만큼의 시간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야식 중독’일까?
강연이 끝나기 전, 유은정 저자가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식생활과 관련해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토로가 이어졌다. 한 독자는 삼겹살을 매일 먹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고지방식, 트랜스지방, 설탕은 중독이 잘 되는 음식”이라며 “그 물질 때문에 음식 중독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음식에 부여되는 상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삼겹살을 먹는다는 것에도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체질식을 시작한 이후로 외식을 할 때마다 심리적ㆍ신체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는 독자도 있었는데, 저자는 “그 노력을 칭찬해 주고 싶다. 내 몸에 맞는 음식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디톡스 기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을 디톡스 기간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규칙적으로 식사하기가 쉽지 않아 걱정이라는 독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가 휴대폰을 충전시키려고 온 신경을 다 쓰잖아요. 보조 배터리를 가지고 다니고, 콘센트가 보일 때마다 충전기를 꽂아놓고요. 그런데 나 자신은 재충전을 하지 않고 늘 방전 상태로 둔다는 생각이 들어요. 휴대폰 배터리 양이 줄어들면 의도적으로 충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휴대폰보다 더 예민한 내 몸에는 그렇게 하지 않죠. 의도적으로 먹는 시간만 정해도 좋을 것 같아요. 하루 종일 규칙적으로 식사하기가 어렵다면, 일단 저녁만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먹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야식을 참기 힘든 독자를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야식 중독을 진단하는 기준이 있어요. 하루 열량의 50% 이상을 저녁 7시 이후에 섭취하면 야식 중독으로 보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해당돼요. 그러면서 불면이 동반돼요. 잠이 안 온다는 것보다는, 자고 일어난 다음에 개운치 않는 거예요. 야식을 먹고 나면 잠을 낮게 자거나, 소화가 안 돼서 더부룩하니까 불면이 같이 오는 거죠. 그래서 먹은 양이 많지 않더라도 신진대사가 원활해지지 않는 거예요. 퇴근을 한 후에는 자유 시간이니까 ‘내 마음 대로 먹고 싶은 걸 먹지도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 생각이 주는 자유로운 느낌이 있어요.”
이어진 이야기는 저자가 직접 상담했던 환자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한밤중에 자다가 일어나서 음식을 먹고는 했는데, 그때가 혼자서 깨어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나머지 시간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가족들을 돌봐야 했다고. 그를 위한 유은정 저자의 처방은 ‘퇴근길 미니 여행’이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 환자에게는 ‘퇴근길 미니 여행’을 많이 적용했었어요. 자유 시간을 조금 앞당기라고 했던 거죠. 자유 시간이 꼭 한밤중이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누구에게도 간섭 받지 않고, 죄책감이 안 드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했어요. 워킹맘의 경우에는 집에 빨리 들어가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개인 시간을 가지지 못하잖아요. 그런데 퇴근길에 30분만 동네 한 바퀴를 돌아도 한결 나아요. 그 환자는 개인 시간을 가지면서 많이 완화됐어요.”
『내 몸이 변하는 49일 식사일기』 는 세 가지 미션을 제안한다. 먹고, 적고, 사랑하기(Eat, Write, Love)가 그것이다. 저자는 ‘나를 진정 사랑할 때, 음식과의 관계도 건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를 아끼고 돌보는 만큼 함부로 먹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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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변하는 49일 식사일기유은정 저 | 생각속의집
매일의 식사일기를 통해서 나의 식사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알아채고, 이를 통해 나의 몸과 마음에 이로운 식사선택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식사일기 쓰기는 오늘 하루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제공해준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