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북한을 들여다보는 『평양에선 누구나 미식가가 된다』 , 남성들이 말하는 성매매와 남성문화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 ‘사랑교’ 신자 톨콩이 빠져든 소설 『연애의 기억』 을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평양에선 누구나 미식가가 된다』
최재영 저 | 가갸날
부제로 ‘재미동포 목사의 북녘음식문화 체험기’가 붙어있는 책입니다. 최재영 저자는 미국에서 계속 목사 일을 하시면서 ‘NK Vision 2020’이라는 단체를 운영하고 계신대요. ‘NK’는 ‘New Korea’의 약자라고 합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이 교류를 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사회통합을 위해서 여러 각도로 만나보자는 기치로 활동하고 계신다고 해요. 실제로 매년 평양이나 북한을 가신다고 하는데요. 통일을 하려면 경제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셔서 일부러라도 가시고, 항상 대중적인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시고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을 찾아가 보시기도 하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미식에 관한 경험, 일반 식당에 대한 경험을 많이 쌓으셨고 그걸 한 권의 책으로 내셨습니다. 미식이라고 하면 파인다이닝에 가서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는 아니고요. 북한 사람들은 정말 뭘 먹는지,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뭔지, 가장 핫한 식당들을 찾아가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평양이나 북한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들이 미시적으로 나오는데, 오히려 더 북한에 대해서 알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한 예로, 북한에서도 2015년부터 온라인 쇼핑몰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요즘 핫한 식당에 가면 태블릿으로 주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음식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어요. 콩나물 김치 같은 음식도 있고요. 되게 재밌었던 게, 설탕을 넣으면 텁텁한 맛이 난다고 해서 안 쓰고 대신 사카린을 소량 넣어서 단맛을 낸대요.
요새 평양에서 가장 유행하는 게 ‘휘발유 조개구이’라고 합니다. 진짜 이상할 것 같은데, 진짜 맛있대요. 멍석 같은 걸 적셔서 놓고, 조개의 입이 밑을 향하게 놓은 뒤에, 휘발유를 뿌리면서 직접 불을 붙이는 거예요. 휘발유 맛 때문에 어떻게 먹을까 싶은데 휘발유 맛이 하나도 안 난대요. 저자 분도 궁금해서 몸에 안 좋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셨는데, 오히려 휘발유가 다른 것보다 빨리 휘발되니까 괜찮다고 했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음식부터 시작해서 북한을 알아나가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고요.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이라고 추천 드립니다.
그냥의 선택 -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
수요자 포럼 저/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기획 | 호랑이출판사
‘살림’이라는 여성인권지원센터가 있다고 해요. 이 단체에서 운영하는 남성들의 모임이 있는데, 이름이 ‘수요자 포럼’이에요. 성매매와 관련해서 지금까지는 공급자인 성매매 여성의 차원에서만 이야기됐다면, 이제는 구매자인 남성(수요)의 차원에서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만든 모임인 거죠. 풀어서 설명하자면 ‘성매매 수요 문제를 고민하는 남성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룸살롱으로 향하던 회식 자리에서, 섹스 경험 여부로 남성성을 판가름하는 남성 커뮤니티에서, 안면을 트기가 무섭게 위아래부터 따지는 남자들과, 불편함은 느끼지만 포르노를 놓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도 우리는 성매매와 분리되지 않는 남성문화의 면면을 마주합니다.” 소위 ‘성매매 시장’이라고 하는 것과 남성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문화가 깊숙이 결부되어 있다는 거죠.
이 책에는 ‘수요자 포럼’에 참여한 남성들과 외부 필자들의 글이 함께 실려 있는데요. 포럼에 참석한 남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얼마나 남성들의 문화 속에서 성매매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는지’ 말하는 부분도 있고요. 여러 통계 결과도 실려 있어요.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2016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한국 남성 1,050명 중 50.7%가 ‘평생 한 번 이상의 성 구매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통계를 보면, 『은밀한 호황』 이라는 책에서 말하길, 한국의 성산업 규모가 6조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이게 어느 정도의 금액이냐 하면, 2017년 국내 커피 시장 규모가 6조 4,000억 원 정도예요. 2010년 기준 정부의 전체 연구개발 예산은 13조 7,000억 원이고요. 정부의 1년 연구개발 예산의 50%에 가까운 자금이 성산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거죠.
이 책을 통해서 남성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이런 담론이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성도 자신들 내부의 잘못된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여성도 자신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성매매 안 하는 남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톨콩의 선택 -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저/정영목 역 | 다산책방
줄리언 반스의 신작인 나온 걸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첫 문장을 읽어드릴게요.
“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그게 단 하나의 진짜 질문이다, 라고 나는, 결국, 생각한다.”
제가 ‘사랑교’ 신자이잖아요. 이 문장을 보고 읽지 않을 수 없었죠. 조금 더 읽어볼까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질문이 성립하겠지.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질문이 되지도 않는다. 얼마나 사랑할지, 제어가 가능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대신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사랑만은 아니다. 우리 대부분은 할 이야기가 단 하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오직 한 가지 일만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중략)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최종적으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이건 내 이야기다.”
이렇게 시작해요. 그래서 저는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죠. 열아홉 살 남자가 마흔여덟 살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요. 남자 이름은 ‘폴’이고 여자 이름은 ‘수전’이에요. 영국 교외에 있는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폴이 마을 안에 있는 테니스 클럽에서 수전과 만납니다. 둘이 사귀게 되는 걸 그냥 가십의 영역으로 본다면 ‘응? 그렇게 나이 차이가 나는데?’ 이렇게 생각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앞부분을 읽어 보면 처음에 감정이 어떻게 피어나기 시작하는지 너무 경쾌하게 그려져 있고 설득이 돼요. 연애 초반에 뭔가가 일어날 것 같은 느낌과 조금씩 마음이 기울어져 가는 것을 너무나 잘 써놓은 거예요. 그래서 정신없이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제목이 『연애의 기억』 이잖아요. 줄리언 반스의 책 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 『플로베르의 앵무새』 인데, 거기에 이런 내용이 있어요. ‘그물’을 정의할 때 관점에 따라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건데요. ‘물고기를 잡기 위하여 실 따위를 엮어 만든 기구’ 또는 ‘끈으로 엮은 구멍들의 집합체’, 둘 중에 어떤 것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기억과 기록은 달라지죠.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빽빽하게 일어났겠죠. 그런데 나중에 그것을 그물로 기억을 건져 올렸을 때는 남아 있는 뭔가를 겨우 건질 뿐인 거잖아요. 사실은 구멍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들이 흘러가버리는 거죠. 담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게 기록이나 기억의 맹점이기도 하고 본질이기도 하잖아요.
줄리언 반스는 기억이라고 하는 주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이고, 그 기억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부분도 이 책에 아주 중요하게 담겨있어요.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102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