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즈 본>, 알고 보면 재밌을 관람 포인트
실제 상황에 버금가는 연출로 스타들의 일분일초와 백 스테이지를 함께하고 싶다면 <스타 이즈 본>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글ㆍ사진 이즘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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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주연의 <스타 이즈 본>은 1937년에 개봉된 영화 <스타 탄생>의 세 번째 리메이크작이다. <오즈의 마법사>의 주디 갈랜드 버전 외에도 세계적인 팝 싱어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배우 겸 싱어송라이터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열연한 <스타 탄생>(1976)은 주제곡 'Evergreen'을 히트시키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에게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그래미 <올해의 노래>상을 안겨주었다.

 

<스타 이즈 본>은 유명 록스타가 음악에 재능이 있는 한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를 팝 스타로 만들어준다는 전작의 스토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내용을 모르고 봐도 좋지만 디테일한 설정과 플롯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 영화에서 중요한 층위를 차지하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묘미도 제법 쏠쏠하다. 1976년의 <스타 탄생>과 현재의 간극에 초점을 맞춰 <스타 이즈 본>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보았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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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존 노먼 (우)잭슨 메인

 


<스타 탄생>의 존 노먼은 <스타 이즈 본>의 잭슨 메인보다 조금 더 거칠다. 손에서 술을 놓지 않는 이 망나니(?) 록커의 등장과 함께 'Watch closely now'가 흘러나오며 강렬한 로큰롤 사운드가 무대를 장악한다. 공연 중에 옷을 벗어 던지고 후렴을 부르다 말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 때 노먼은 항상 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Fortunate son'이 바로크 버전으로 재탄생한 듯, 건반과 관악기로 구현된 웅장한 하드록 사운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괄괄한 블루스 창법이 만난 'Watch closely now'는 존 노먼 하워드가 누구인지 단번에 보여주는 그의 주제가다.

 

한편 잭슨 메인의 'Black eye'는 더 끈적하고 쇳소리도 강하며 세련됐다. 노먼의 거친 로커빌리 음악이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과 닮았다면 약 4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훨씬 무거운 메탈 사운드를 겸비하게 된 잭슨의 노래는 잘 포장된 블랙 키스(The Black Keys)에 가깝다. 컨트리 계의 거장 윌리 넬슨의 아들인 루카스 넬슨이 작곡했지만 힐빌리보다 블루스의 색이 진한 'Black eye'의 잘 빠진 밴드 사운드는 고도로 발전된 현대의 음향 장비 덕분에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하며 실제 콘서트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브래들리 쿠퍼의 섹시한 저음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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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에스더 (우)앨리


 

1976년의 존 노먼과 2018년의 잭슨 메인이 블루스라는 접점을 가진 데 비해 영화의 진짜 주인공 에스더와 앨리의 음악 스타일은 판이하다. 데뷔부터 영화의 피날레까지 어덜트 컨템포러리와 블루스, 펑크(Funk), 소울에 기반한 1970년대 팝 사운드를 들려주는 <스타 탄생> 속 에스더는 뛰어난 가창력을 겸비한 싱어송라이터다. 진한 블루스곡 'Queen bee'에서 에스더의 진가를 알아본 존 노먼은 바로 뒤에 이어지는 'Everything'을 듣고 그녀에게 그만 홀딱 반하고 만다.

 

반면 잭슨 메인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앨리가 자신의 곡이 아닌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 '라비 앙 로즈(La Vie en rose)'를 부르며 그를 응시하던 찰나다. 앨리가 이전까지 어떤 음악을 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주차장에서 앨리가 들려준 'Shallow'의 진실된 이야기는 잭슨의 록스타일 편곡을 만나 빛을 발한다. <스타 탄생>의 에스더와 존의 듀엣, 에스더의 데뷔 무대에 삽입된 서너 곡을 'Shallow' 하나로 '퉁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Shallow'는 'Evergreen'에 이어 <스타 이즈 본>이 낳은 최고의 테마곡이다.

 

에스더는 'The woman in the moon'과 'I believe in love'로 이루어진 데뷔 무대부터 존 노먼을 향한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유쾌하게 승화한 필라델피아 사운드의 찬가 'With one ore look at you', 'Watch closely now'의 마지막 무대까지 일관된 음악으로 성공을 거두지만, 앨리는 스타의 반열에 오르자 댄스 팝으로 전향한다. 가사와 음악 스타일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그의 모습은 <스타 이즈 본>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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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이즈 본>에서 사운드 트랙이 갖는 위치는 상당히 특이하다. 노래 전체를 온전히 들려주는 <스타 탄생>과 달리 <스타 이즈 본>의 삽입곡은 앨리와 잭이 느끼는 순간의 감정을 드러내는 하나의 사운드 이펙트처럼 활용된다. 각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8곡이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 특정 곡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아마 이런 연유일 터. 음악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노래가 많지 않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스타 이즈 본>만의 메시지

 

<스타 이즈 본>은 현재 음악 시장에 대한 불만족을 은연중에 내비친다. 잘나가던 잭슨과 밴드가 커다란 무대를 뒤로하고 시골 멤피스에서 작은 협회의 축하 공연을 위해 자리를 채우는 신이나 그래미에서 노래를 부르기로 한 록스타 잭슨이 비쩍 마른 햇병아리에게 로이 오비슨 트리뷰트 무대를 내주며 'Pretty woman' 반주를 위해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은 록의 쇠퇴를 정확하게 짚고 있는 장면이다. <스타 탄생>에서도 존 노먼의 추락을 새로운 음악의 부상으로 짧게 보여주지만, 이는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그칠 뿐 <스타 이즈 본>만큼 노골적으로 장르의 몰락을 묘사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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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브래들리 쿠퍼는 록 신이 상실한 지위를 EDM이 대표하는 댄스 팝이 가로챈 듯 연출했다. 스타가 된 앨리가 부끄럽다며 화를 내는 잭은 마지막까지 댄스 음악을 싸구려 취급하면서 '너를 망쳐 미안'하다고 한다. <스타 이즈 본>이 댄스 팝을 바라보는 시각은 SNL 촬영 신에서도 나타난다. 카메라는 '레이디 가가'같은 옷을 입고 자극적인 춤을 추며 'Why did you do that'을 부르는 앨리를 잭슨의 시선으로 그린다. 재미있는 점은 레이디 가가도 받지 못한 그래미 신인상을 앨리가 이 노래로 받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 엉덩짝을 갖고 내 주위를 어슬렁거려' 따위의 질 낮은 가사를 연신 외쳐대는 앨리의 SNL 무대와 그래미 수상 장면이 이어지며 영화는 가장 권위 있다고 알려진 음악 시상식마저 조롱하는 듯하다.

 

록과 댄스에 대한 이분법적 시선이 불편할 수도 있다. 어쩌면 고리타분한 생각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실제로 'Why did you do that'은 꽤 듣기 좋은 팝송이니 말이다. 하지만 댄스와 힙합 음악이 점령한 메인스트림을 향해 불만 정도야 토로할 수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이 영화의 본질은 앨리와 잭의 불타는 로맨스다. 실제 상황에 버금가는 연출로 스타들의 일분일초와 백 스테이지를 함께하고 싶다면 <스타 이즈 본>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사진 제공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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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