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로 불리는 가을은 어느 때보다 ‘풍성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공연장에서도 풍성한 무대를 만날 수 있는 시기로, 특히 이번 가을에는 다양한 춤 공연을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외 전통춤부터 발레, 현대무용에 이르기까지, 예스24에서 만날 수 있는 무용 공연을 살펴본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1 내한공연
현대무용의 살아 있는 신화를 쓰고 있는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NDT가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1959년 창단한 NDT는 초기 아방가르드한 미학과 진보적인 안무작들로 국제적인 위상을 높였고, 이후 20세기 최고의 안무가로 손꼽히는 이리 킬리안이 25년간 단체를 이끌며 세계적인 무용단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2011년 킬리안 은퇴 후에는 폴 라이트풋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NDT는 NDT1과 NDT2로 나뉘어 운영되는데, NDT2는 17~23세의 젊은 무용수, NDT1은 세계 각국의 뛰어난 무용수 28명으로 구성돼 있다. 매끄럽고 유연한 움직임과 뛰어난 테크닉과 표현력을 인정받고 있는 NDT1은 2018-2019 시즌에만 8개 신작을 선보일 정도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무용단으로, 올해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02년에 이어 16년 만에 내한한다. 이번 공연에는 모두 3개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Safe as Houses’, ‘Stop-Motion’ 등 NDT1의 대표 레퍼토리를 비롯해 최근 네덜란드에서 세계 초연된 ‘Walk the Demon’이 아시아에서 첫선을 보인다.
중국가극무극원 <조씨고아>
1956년에 설립된 중국의 첫 국립무용단 중국가극무극원의 대규모 무용극 <조씨고아>가 10월 19일과 2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국내 초연된다. <조씨고아>는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중국 춘추시대의 역사적인 사건을 원나라 작가 기군상이 재구성한 가극 형태의 희곡으로 중국의 대표 고전이며,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국립극단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선보인 이후 국립극단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조씨고아>는 조 씨 가문 300명이 몰살되는 재앙 속에서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조삭의 아들 ‘고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자식까지 희생하는 비운의 필부 ‘정영’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중국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무대로 공연되고 있다. 4막으로 구성된 중국가극무극원의 무용극 <조씨고아>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검정, 빨강, 하양의 강렬한 색상, 살(殺), 고(孤), 의(義)의 세 가지 키워드에 따른 무용수들의 풍부한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는 중국가극무극원 소속 무용수 70여 명이 참여한다.
서울시무용단 정기공연 <동무동락>
한국 전통춤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서울시무용단 정기공연 <동무동락>이 10월 24일과 2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동무동락(同舞同樂)>은 ‘함께 춤추고 함께 즐긴다’는 뜻으로, 이번 공연에서는 태평성대, 화선무, 동래학춤, 진주교방굿거리춤, 검무, 진쇠춤, 진도북춤, 장고춤 등 한국의 선과 멋을 담은 8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한국무용의 거장인 국수호 선생이 기존에 전승된 진쇠춤의 안무를 맡아 국내 첫선을 보이며, 태평성대와 장고춤은 배정혜 선생이, 동래학춤은 이성훈 명무가, 진주교방굿거리춤은 정혜윤 선생이 교육했다. 이밖에 임이조류의 화선무, 이매방류의 검무, 박병천류의 진도북춤이 생생한 국악 연주와 버무려져 풍미를 더할 예정이다.
세종S씨어터 개관 기념 공연 <나티보스>
세종문화회관이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예술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형 공연장 세종S씨어터 개관 기념 공연의 하나로 현대무용 <나티보스>를 11월 2일과 3일 선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공동 제작한 <나티보스(NATIVOS)>는 스페인어로 ‘태어난 곳, 원주인, 토착민’의 뜻으로, 아르헨티나 출신 애슐린 파롤린의 안무로 2016년 서울에서 세계 초연됐다. 이후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의 투어공연을 거쳐 2017년에는 벨기에 평론가가 뽑은 최고의 무용작품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립현대무용단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남성무용수 4명과 한국 전통 타악 연주자, 피아니스트가 어우러져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예정이다.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블록버스터 발레 <라 바야데르>가 11월 1일부터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라 바야데르>는 고전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우스 프티파가 만든 작품으로,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엄격한 신분제도 속에서 힌두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감자티 공주와 최고승려 브라민의 사랑과 배신, 복수와 용서를 담아낸 대서사시다. 하얀 튀튀와 스카프를 두른 32명의 무용수가 아라베스크로 가파른 언덕을 가로질러 내려오는 3막 도입부의 ‘망령들의 왕국’은 ‘발레 블랑(백색 발레)’의 최고봉으로 꼽히며, 150명의 출연진과 대규모 무대 세트, 화려한 의상과 극적인 무대연출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번 공연은 프티파 탄생 200주년을 맞아 지난 1999년 국내 초연을 함께 했던 세종문화회관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공동 주최했으며,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현준, 김유진-이동탁 등 유니버설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볼쇼이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데니스 로드킨이 객원 주역으로 참여해 러시아 발레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발레 음악은 마린스키극장 전속 지휘자 미하일 신케비치와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즐길 수 있다.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