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아도이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시내 곳곳의 카페와 펍은 물론 소소한 편집샵부터 규모 있는 의류 매장 등 일상 속 배경 음악은 물론 서울 패션위크와 같은 패션쇼에도 이들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국내 주요 음악 페스티벌의 핵심 라인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냄은 물론 해외에서의 러브콜도 쏟아진다. 낭만적인 신스 팝으로 청춘의 감성을 대변하는 아도이는 젊은 인디 팬들을 상징하는, 새 시대의 밴드로 빠르게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렛츠 록 페스티벌> 무대를 마치고 온 밴드를 홍대 빅퍼즐문화연구소에서 만났다. 바쁜 일정에도 멤버들의 목소리는 쾌활하고 즐거웠다.
좌측부터 주환, ZEE, 다영, 근창
처음 아도이의 음악을 구상할 때 어떤 스타일을 기획했나.
주환 : ZEE를 제외한 멤버들은 트램폴린, 이스턴 사이드 킥 등, 인디 씬에서 오래 활동해왔다. 신디사이저를 다루고 가요 활동을 하면서 나에게 없던 커머셜한 부분을 갖추고 있던 ZEE에게 주목했다. '팝을 해야겠다', 그중에서도 신스 팝이었다.
ZEE에게 신스 팝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다영에게는 어떤 힌트를 얻었나.
주환 : 다영에겐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다들 아시겠지만 업계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로 베이스를 잘 친다. 그리고 과거 함께 음악을 한 경험도 있었다.
사실 아도이의 스타일이 베이스라인이 두드러지는 음악은 아니다.
주환 : 그래서 처음에는 트러블도 있었다. 나는 좀 더 쉽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영 : 팀에 합류할 때 베이스로 뭔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은 없어서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초기엔 어떤 리프를 쓸 것인가에 대해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사실 심플한 라인을 더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고 타 멤버들이 아도이 스타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영 본인이 선호하는 베이스라인, 스타일이 따로 있나.
다영 : 구체적으로 정해놓기보다는 곡에 따라 라인을 만든다. '훅 가는' 라인? (웃음)
아도이의 사운드에서 신디사이저를 다루는 ZEE의 지분은 제일 중요하다. 주환과 처음 만나 어떤 얘기를 나눴나.
ZEE :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도이 결성 이전 진행하던 미디 레슨으로부터 출발한다.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하던 주환 형에게 미디를 가르쳐주면서 서로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그때 형이 아도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아도이를 결성한다고 했을 때 어떤 스타일이 나올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냥 부딪쳐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때문에 데뷔 EP
주환이 타 멤버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데도 격의 없는 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근창 : 모두의 의견을 잘 듣고 조율을 잘 해준다. 정말 형 같은 형이다.
ZEE의 말대로 새 EP
Zee : 편곡 차원에서 다 같이 의논을 했다.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아도이만의 색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생각했다. 가장 좋아하는 곡인 'Grace'의 스타일을 두고, 작업 전 멤버들과 함께 집중이라는 콘셉트를 설정하고 작업에 임했다. 하나의 작품을 구성하는 데 있어 약간 튄다고 생각하는 곡들은 과감히 제외하기도 했다. 추후 라이브나 B사이드 격으로 공개될 수 있을 것이다.
주환 : ZEE가 원했다. (웃음)
ZEE :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다른 곡은 애초에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확실히 ZEE에게 대중적 감각이 있는 것 같다.
ZEE : 팝적인 감각을 좋아한다. 화려한 보여주기 식 연주도 일부러 지양하는 경향이 있다.
'Young'은 어떤 분위기에서 쓴 곡인가.
주환 : 멜로한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작업했다. 아도이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주 연령층 : 2-30대 여성분들이 듣기에 카페 / 바 등 다양한 곳에서 들을 수 있는 곡이라 생각했다.
리드미컬한 'Bike'도 인상적이다.
주환 : 기타 팝이다. 신스보다는 기타 위주의 곡이라 고민은 있었지만 그런 스타일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봤다. 새소년의 '긴 꿈'과도 어느 정도 접점이 있는 곡이다. 인디 씬의 어린 팬들과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고자 했다.
'Blanc'은 R&B 신인 죠지와 함께 했다.
주환 : 가장 힘들게 작업한 곡이다. 벌스가 잘 나왔고, 코러스 부분도 괜찮았는데 작업 과정이 힘들었다. 멜로디도 많이 썼고, 조도 바꾸고 키도 바꾸는 등 편곡 면에서도 굉장히 변경을 많이 했는데 죠지가 떠올랐다. 금방 결과가 나왔다. 짧지만 단단하고 틀이 잘 갖춰진, 절도 있는 유니크한 느낌을 내려 노력했다.
굉장히 흡수력 있는 멜로디를 갖춘 'Balloon'도 있다.
주환 : 편안한 바이브를 내고 싶었고, 플루트 사운드를 통해 몽환적인 스타일을 구현하고 싶었다.
'It doesn't even matter' 앞부분은 다영의 보컬인데 잘 어울린다. 남녀 보컬 어우러지기가 쉽지 않다.
주환 : 다영의 목소리가 어떤 보컬과도 잘 어울린다.
다영 : 원래 내가 공기가 많아서 어디든 잘 어울린다(웃음). 곡 자체는 마음에 드는데 녹음을 잘 못한 것 같아서 아쉬운 점도 있다.
멤버들이 각자 지금까지 거친 밴드들을 소개한다면.
ZEE : 나는 혼자서 음악을 주로 하다 프롬 디 에어포트라는 팀에서 전자 음악을 시작했다. 공동 작업이나 밴드 음악은 처음이라 많이 배웠다.
주환 : 밴드는 이스턴 사이드 킥과 스몰 오가 다다.
다영 : 도나웨일로 시작해 이스턴 사이드 킥에서도 잠깐 활동했다. 주환과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던 사이다. DJ 안과장을 거쳐 트램폴린 3집
근창 : 원래는 친구들과 함께 하드코어 음악을 했다 (뉴메탈인가) '저스트 하드코어'. (웃음). 군대 갔다 와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사이키델릭 밴드 적적해서 그런지를 했고, 김바다의 아트 오브 파티스 밴드에서도 활동했다.
과거 IZM은 아트 오브 파티스의
근창 : 얼마 전 김바다와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요즘'이라는 개념을 아예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는 거더라. 아도이 밴드를 통해 내가 구상해본 스타일이 맞춰지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트램폴린의 음악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다영 : 실용음악 전공자들의 음악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효선, 나은 언니랑 같이 작업하면서 많이 변했다. 어떻게 이런 곡을 만들고 가져오나 싶었다. 음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처음 밴드 결성했을 때와 비교해 사람들의 호응을 비교해본다면?
주환 : 기대 이상으로 잘되고 있어 놀랍다. 행사, 공연 섭외, 음반 음원 판매량 등 어떤 부분으로든 결성 초기의 목표를 모두 뛰어넘었다. 내가 봤을 때 '역대급' 수익이 아닐까. 물론 메이저 시선에서는 조그만 편이기에 시선을 좀 더 높여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라이브 무대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음원과의 차이가 있지 않나.
ZEE : 많은 관객들이 라이브 무대가 훨씬 파워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여준다. 라이브에선 오히려 날 것의 느낌이 더 많이 난다. 생각보다 신나는 곡도 있고 로킹한 곡도 있어 오히려 덜 정돈되면 덜 정돈되었다고 할 수 있다. 라이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영어 가사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주환 : 첫 번째 이유는 한글로도 해봤는데 영어의 느낌을 따라가지 못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처음 아도이를 결성할 때 홍대 바운더리만을 생각하지 않고 보다 넓은, 세계적인 영역을 염두에 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대만 등 다양한 해외 공연과 뮤콘 무대 등 국제적 차원에서 장점이 된다.
다영 : 한국어 가사가 좀 딱딱하다는 느낌이 있다.
ZEE :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꼭 받는다. 'A runner's high' 같은 곡은 원래 한글 가사로 작업했는데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왔다.
주환 : 그렇다고 한글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건 아니다. 음악의 결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언제든 쓸 의사가 있다. 과거에 비해 현재의 음악 팬들이 영어 가사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부분도 있다.
근창이 앞서 '요즘' 이야기를 했다. 근창이 바라보는 현시대의 음악이란?
근창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흘려 듣든 집중해서 듣든 적어도 절반 이상은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고 유능한 뮤지션들과 밴드들을 보면 오히려 더 거칠고 사이키델릭 한데도 대중이 받아들이기 좋게 잘 다듬어서 내놓는 것 같다.
재희 (기타 세션) :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들었던 음악과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지긴 했지만 좋다.
요약하자면 아도이의 음악은 '시대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겠다.
주환 : 영미권과 달리 아시아 음악 시장은 파편화되어 있었고 하나로 통합되어있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한국, 일본, 대만의 여러 밴드들이 스타일적으로 융합되어 하나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시대적으로 미주, 영국 등 통일된 아시아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 주환은 사석에서 플릿 폭시스(Fleet Foxes)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아도이를 결성할 때, 전제로 생각하거나 구상 과정에서 떠올렸던 밴드들이 있다면? 혹은 좋아하는 밴드가 있다면?
주환 : M83, 비치 하우스(Beach House), 디스트로이어(Destroyer), 더 엑스엑스(The XX) 같은 요즘 밴드들과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 같은 1980년대 신스 팝 밴드들. 너무 과거로 가기보다 최신 성향과 조화를 이루려 한다.
ZEE : 다프트 펑크를 무척 좋아한다. 한 때 프렌치 일렉트로 유행 때 에드 뱅어 레코즈(Ed Banger Records)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도 즐겨 들었다. 최근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주로 음악을 듣는다. 인터넷 시대의 음악이 매우 다양해져서 고민이다.
주환 : 과거엔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많이 듣지 않았다. 그러나 보다 큰 무대를 구상하게 되면서 1000명 10000명 50000명 이상의 공연장에서의 무대를 위해선 그만한 음악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영 : 블러드 오렌지(Blood Orange)를 좋아한다. 연주자를 보다는 보컬, 아티스트들을 더 좋아한다.
근창 : 테임 임팔라(Tame Impala)를 정말 많이 들었다. 아도이가 테임 임팔라처럼 됐으면 좋겠다.
아도이가 롱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시대적 트렌드에 맞춰 음악 스타일도 약간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주환 : 급격한 스타일의 변화는 없을 것 같다.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라면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 상황을 매번 가정하고 음악을 할 수는 없다. 그건 음악으로 보여드려야 하지 않겠나. 항상 그 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굳이 말로 하자면 보다 확장성 있는 음악을 구상하고 있다.
차기작의 방향을 살짝 예고한다면.
ZEE :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라이브 무대에서 더욱 호응 있는 곡을 만들고 싶다.
인터뷰 : 임진모
정리 : 김도헌
사진 : 김도헌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greatpjh
2019.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