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라이프, 아이와 함께 사이판 한 달 여행
부모 역시 한 달 살기 여행에서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살 수 있구나’라는 관점의 전환을 얻게 됩니다.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 갇힌 사고가 열리는 시간이 바로 ‘한 달 살기’랍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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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여행이 트렌드가 되면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떠나는 경우가 늘었다. 2박 3일 여행은 정신없고 일주일은 아쉬운데, 한 달은 느긋하게 지내며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낯선 나라로 아이들과 함께 장기 일정의 여행을 떠나려면 기대와 설렘만큼 걱정도 따른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먼저 살아본 사람의 이야기다.


김소라 작가의 여행 에세이 사이판 한 달 살기』  에는 거주 목적의 하우스렌트부터, 아이의 현지학교 등록, 물 사먹기, 음식재료 사기, 빨래하기, 1일 1비치 체험, 리얼한 맛집 소개, 놀잇거리 준비 등 생활팁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사이판의 자연과 슬픈 역사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느리고 다른 삶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맛본 김소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3년째 해마다 ‘사이판 한 달 살기’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이런 질문 꽤 많이 받으셨겠지만  한 달 살기 여행지로 왜 하필 사이판을 택하셨나요?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계획하던 중 집 렌트비나 생활비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을 알았어요. 차라리 가까운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하며 찾은 곳이 사이판이었습니다. 신혼여행, 가족여행지로 괌이나 사이판 같은 북마리아나 제도의 섬을 선호하더라고요. 휴양지 느낌이라 한적하고, 지역이 넓지 않아서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구나 싶었죠. 친한 언니가 사이판에서 1년간 살면서 다섯 살 아이와 지내는 걸 봤거든요. 한국에서는 산만하고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 심리상담치료까지 받던 아이인데 사이판의 고요하고 편안한 자연 속에서 많이 치유되었더라고요. 심지어 아토피까지 좋아졌죠. 사이판이 정신 건강에도, 몸의 건강에도 좋은 자연환경을 갖췄다는 걸 깨달았어요.


3년 동안 겨울마다 사이판을 찾았습니다. 긴 겨울방학에 아이와 따뜻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어요. 강추위에 황사와 미세먼지까지 곤혹스럽던 겨울을 열대나라 사이판에서 보낸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사이판에서 지내 보니 아이와 한 달 살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연환경 같아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하늘과 바다, 온화한 날씨 속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매일 기분이 좋거든요. 장거리 이동을 많이 하는 여행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한 달 살기’니까 좁은 지역을 샅샅이 느껴볼 수 있는 여행지가 좋죠. 무엇보다 수영이나 스킨스쿠버, 스노클링, 다이빙 등 물놀이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사이판은 천국 같은 곳이었답니다.

 

책 속에서 ‘불안을 견딜 용기가 매일 샘솟진 않는다’는 말이 공감되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생활여행자로 살아가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요?

 

처음부터 용기 있고 도전을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일상 속 작은 변화가 곧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을 견디는 용기는 오늘도 실천해 볼 수 있어요. 매일 먹던 커피 메뉴를 바꾸어 보기, 똑같은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걸어가 보기, 혼자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는 일, 안 해 본 요리를 해보기, 매번 선택하는 색깔이 아닌 다른 색의 옷을 한 벌 사기. 별 것 아닌 일들이지만 이런 작은 변화가 쌓여 큰 용기를 낼 때 도움을 줍니다.


주말 강원도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요일에 문득, “월요일에 아이가 한 번쯤 학교를 빠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갑작스럽긴 하지만 일요일까지 놀다가 월요일에 학교 가고 회사 가는 거 정말 싫잖아요. 그래서 학교에 안 가고 아이와 하루 더 강원도에서 놀았던 적이 있어요(매번 그럴 수는 없겠지만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 벚꽃 구경을 하러 갔는데 마침 대학교 축제 기간이었어요. 생각지도 않게 대학생들의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답니다. 중학생 아이가 학교도 안 가고, 대학교 축제에 어울려  먹고 놀고 체험하는 모습이 신기해 보였나 봐요. 아이는 좀 쑥스럽지만 주목받는 게 재밌기도 했나 봐요. 가끔 학교에 가지 않은 그 월요일을 떠올려봅니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살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는 너무 빈틈없이 살려고 하죠.


불안을 견디는 힘은 ‘기대감’에서 오는 것 같아요. 불안의 다른 말은 알 수 없는 기대라고 생각해요. 알 수 없는 미래에서 오는 흥분과 예측할 수 없는 기쁨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니까요.

 

아이와 떠나는 장기여행을 후회 없이 보내는 노하우가 있다면? 또 현지에서 유용했던 특별한 아이템이 있다면?


장기여행 중에는 좀 심심해지는 시기가 와요. 일주일은 엄마도 아이도 정신없이 흘렀는데, 열흘 이후부터는 좀 규칙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니까 뭔가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까지 생기죠. 아이와 장기여행을 하려면 서로 마음을 맞추어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먼저 역할 분담에 관한 이야기가 되어야 해요. 한국에서처럼 살림하기가 편리하지 않으니 초반에는 빨래방 가고, 물 사다 나르고, 부족한 부엌살림으로 밥하고 반찬 만드는 게 상당히 힘들거든요. 아이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놀이하듯이 해나가야 하죠.


하나 더! 저는 다른 무엇보다 ‘일기쓰기’를 권해요. 매일 일기 쓰는 시간을 마련해서 엄마도 아이도 장기여행의 기록을 남기는 거죠. 그러면서 하루의 시간을 서로 회고해보세요. 매일이 오랜 추억으로 남을 거에요.


특별한 아이템이라면 책과 노트, 색연필, 필기구요. 읽을거리는 전자책으로 몇 권 담아가세요. 의외로 해변이나 카페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습니다. 작은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그림 그리는 게 좋았어요. 아이와 그림 그리면서 해변이나 카페에서 놀았던 일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간편한 보드게임이나 카드놀이도 아주 잘 활용했죠.


비상약이나 한국식품, 선크림 등은 현지에서 충분히 살 수 있어요. 의외로 유용했던 물건은 빨랫줄과 빨래집게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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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에서 아이들 단기 스쿨링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는지, 아이가 현지 학교에서 무엇을 가장 좋아했는지 궁금합니다.


현지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힘든 일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거였어요. 8시 등교인데 적어도 7시에는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하고 아침을 먹어야 했죠. 한국은 보통 9시에 등교하는데 사이판은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 모두 8시에 등교하거든요. 더운 나라라서 일찍 학교에 가고, 일찍 수업을 마쳐요. 아침마다 일어나는 걸 힘들어하긴 했어요.


현지 학교를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수업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나 봐요. 매일 체육 시간이 있어서 야외에서 게임하고 노는 것, 수학이 훨씬 쉽고 오히려 놀이처럼 재미있었다는 것, 영어를 잘 모르지만 한두 단어로 말해도 알아듣고 소통이 되는 것도 재밌었다고 해요. 영어 학습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현지 학교 체험, 다른 문화를 경험해보는 게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급식은 한국이 더 맛있다고 하네요.

 

외식으로만 식사를 해결하기엔 참 긴 시간이잖아요. 매 끼니는 어떻게 챙기셨어요?

 

며칠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 먹거리도 신경 써야 했습니다. 매번 레스토랑에서 사먹기에는 생활비 지출이 컸으니까요. 가급적 해 먹는 쪽을 선호했는데 한국보다 힘들지는 않았어요. 1식 1찬으로 해결했거든요. 국, 카레, 볶음 등 한 끼에 딱 한 가지 반찬으로 밥을 먹었는데 오히려 남는 반찬도 없고 좋았습니다. 장을 보면서 어떤 재료로 무얼 만들까를 고민하고, 함께 요리하는 날도 많았어요. 어차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많고 같이 무얼 할까 고민하는 나날이 이어지니까 요리 그 자체도 즐거움과 배움이 될 수 있죠.


한국 식자재는 모든 마트에서 판매하지만 확실히 한국보다는 비싸요. 그래서 양념류와 저장할 수 있는 반찬은 많이 가져간 게 도움이 되었어요.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소금 같은 양념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요리 종류가 늘어나요. 그리고 파파야와 양배추로 고춧가루, 소금, 설탕을 양념으로 넣어서 김치도 만들 수 있어요.

 

사이판에서 1일1비치를 실천하고 한 달 내내 곳곳을 빠짐없이 둘러보셨죠. 지금 바로 사이판에 갈 수 있다면 가장 가고 싶은 장소나 하고 싶은 일을 말해주세요.


사이판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라면 저는 감히 ‘윙비치’(wing beach)를 꼽겠습니다. 사실 책에는 소개하지 않았답니다. 찾아가는 길도 이정표가 없기 때문이죠. 거의 현지 아이들만 찾는 곳이고 갈 때마다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정말 조용하고 특히 선셋이 아름다운 곳이에요. 산호가 부서져 하얀 설탕가루 같은 모래가 환상적입니다. 마리아나 리조트 옆 수풀길로 들어가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야 해서 승용차 대신 SUV를 이용해야 하죠. 관광객이 찾지 않는, 손 타지 않은 바다일수록 멋진 게 사실이에요.


다시 하고 싶은 일은 사이판의 농장체험이에요. OK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작은 야산이 있는데 바다 경치뿐 아니라 산에서 바라보는 사이판 풍경도 끝내줍니다. 농장을 여러 번 가봤는데 우거진 밀림 같은 수풀을 헤치고 주렁주렁 매달린 열대 과일을 따는 재미가 쏠쏠해요. 사이판 섬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농장이랍니다. 사이판에 밀림 같은 땅은 많지만 사람들이 들어갈 수는 없거든요.


농장에서 산책하고, 과일 따며 야생의 맛을 그대로 느끼고, 시원한 산바람을 맞고 싶어요. 다시 간다고 해도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해외 한 달 살기 여행이라는 로망의 실현과 현실적 어려움을 책에 다 담으신 것 같아요. 한 달 살기를 꿈꾸지만 아직 떠나지 않은 혹은 떠나지 못한 이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다들 한 달 살기라면 시간과 돈 문제를 가장 많이 말하죠.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면서요. ‘방학 한 달이면 밀린 교과 공부도 하고, 다음 학년 예습도 할 수 있는 시간인데….’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한 달 살기는 아이와 엄마가 보낼 수 있는 가장 따뜻하고 친밀한 시간의 선물이에요. 어린 시절, 제가 잊을 수 없는 경험 하나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시골 할머니 댁에서 생활한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한 자유! 들과 산에서 뛰놀며 곤충을 잡고, 뱀을 물리치고, 나무 열매도 따고, 흙 파고 놀던 때가 떠올라요. 혼자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고 할머니 댁에 가면서 자심감도 커졌고요.


아이에게도 방학의 자유로움을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공부하느라 학원 뺑뺑이 돌고, 단어 외우고 수학 문제 풀면서 책상에 앉아있는 건 인생에서 큰 의미 없는 시간이잖아요. 당장 시험 성적보다 중요한 인생의 행복이 무엇인지 스스로 탐구하는 아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용 문제도 있죠. 저는 비상금 통장이나 소액 적금을 여러 개 들어 놓고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1만 원, 5만 원, 7만 원, 10만 원 등 소액 적금 통장이 여러 개 있어요. 만기가 되면 한곳에 돈을 넣고 목돈을 만드는데 시간이 좀 흐르니 여행 통장 잔고가 꽤 쌓이더라고요. 평소에 여윳돈이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수입이 들어오면 달러로 환전해 놓는 습관도 있습니다. 큰돈 안 들이고 한 달 살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네요! 비싸고 고급스러운 숙소가 아니어도 저렴하게 잘 지낼 수 있는 현지 집도 많거든요. 물가가 싼 나라를 찾아다니는 것도 방법이죠.


아이도 그렇지만 부모 역시 한 달 살기 여행에서 ‘꼭 여기가 아니더라도 살 수 있구나’라는 관점의 전환을 얻게 됩니다.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시간, 갇힌 사고가 열리는 시간이 바로 ‘한 달 살기’랍니다.




 

 

사이판 한 달 살기김소라 저 | 씽크스마트
초보 운전자도 다니기 편한 곳 사이판에서의 한 달 살기는 아이들은 단기 스쿨링으로 현지 학교에 다니며 타 문화권의 학교 시스템을 경험하고, 엄마들은 여유 있는 시간을 누리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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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한 달살기 #김소라 작가 #슬로우 라이프 #사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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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