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미우네 가족 이야기를 처음 만난 건 2017년 1월입니다. 저자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던 날이기도 해서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후 저자가 공유하는 소소하지만 에너지 넘치는 이야기들을 매일같이 접해왔죠. 시간이 흐르면서 그건 우리 이웃집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유유히 흐르는 공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훈훈하고 다정한 가족의 일상이라고만 느껴온 이야기를 책으로 만든 계기가 있습니다. 가족 영화로 일가를 이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터뷰 한 대목을 읽고 나서였죠. “저도 되고 싶은 어른이 되지 못했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죠. 그렇다고 그게 불행하단 건 아니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죠.”
생각해보면 이 책의 저자 박철현도 되고 싶은 어른은 되지 못한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씩씩하게, 다정하게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무엇이 이걸 가능하게 한 걸까? 신기하고 놀라웠으며 부러웠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서로의 리듬으로. 어른은 이렇게 되어가는 게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고, 이 가족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만들자 마음먹게 됐습니다. 제가 받은 온기를 독자와 나눠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후 책을 완성하기까지 1년 반이 걸렸습니다. 저자와 회사를 설득하고, 원고를 만들어내고, 책의 매력과 상품성을 편집자인 제게 그리고 독자에게도 설득력 있는 논리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2017년 9월엔 도쿄 우에노에 찾아가 저자와 담판을 지었고, 2018년 7월 최종 마감을 앞두고는 저자와 편집자가 원고 독촉과 탈고 과정을 서로의 페이스북에 생중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책 뒤표지에 쓰이기도 한 “이 가족이 우리 이웃집에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이 책의 첫 독자이자, 기획, 편집, 홍보를 도맡은 제 첫인상이었습니다. 미우, 유나, 준, 시온 네 아이들은 공부하는 학원에 다니지 않아요. 부모가 공부하라는 말도 안 하구요. 다만 신문에 글도 쓰고 인테리어도 하고 술집도 하는 저자를 보고 커서 그런지, 시키지도 않은 자원봉사를 하고, 동네축제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새벽에는 학교 소프트볼부 연습을 하러 갑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 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 나올 법한 아이들의 모습이죠. 그런 만화와 영화를 보면서 늘 부럽다는 생각을 해온 터라, 그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건진 소중한 이야기와 목소리들이 어쩐지 더 애착이 갔습니다.
시키지도 않은 자원봉사를 왜 이리 많이 하냐는 아빠의 질문에 그저 “보육원 아이들이 좋아하니까”라고 대답하는 아이, 달리기 경기에서 뛰지 않아 걱정했던 아이가 수년이 흘러 “신기하네, 왜 그때 안 뛰었지? 이렇게 즐거운데”라며 성장한 모습들, 그리고 영화를 전공한 아빠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도전하며 “아빠 나 연극해도 돼?”라고 질문하는 순간까지. 일상 속에서 한 뼘씩 천천히 성장하는 이야기들에 매료될 것입니다.
네 아이는,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에세이에서 만나고, 관계를 맺고, 성장하며, 독립합니다. 그렇게 함께 어른이 되어가죠. 그런 이야기입니다. 담백하고 건강한 이 가족의 일상이 따뜻한 에너지로 나날의 용기로, 독자 여러분께 다가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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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은 어떻게 돼?박철현 저 | 어크로스
어른이란 매일의 일상 속에서 배우고 발견하고 깨달아가며 어느새 ‘되어가는’ 거라는 걸. 그 과정을 의미한다는 걸. 저자는 이야기한다.
강태영(어크로스 에디터)
일보다 SNS를 많이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아니, 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을 너무 자주 받아 녹음기로 대답하고 싶을 정도다. 알아서 잘 해요. 걱정 고마워요. (사실 잘 하는지, 확인된 바 없다. 내 판단영역 밖이라. 아무튼, 늘 즐겁게 책을 만들고 알리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