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입구에서부터 ‘쇼’에 초대한 관객을 반긴다. 공연 시작 10분 전, <록키 호러 쇼> 의 ‘팬텀’ 역을 맡은 네 명의 배우가 블로우아웃을 불며 나타난다. 관객과 함께 사진을 찍고 무대 위 캐릭터들의 콘셉트로 옷을 입고, 화장을 한 관객에게는 스티커를 붙이며 관객과 호흡한다. 입장 전부터 누구나 ‘흥부자’가 되는 파티에 초대된 기분이다.
프랑큰 퍼터 성에 사는 수상한 생명체들
뮤지컬 <록키 호러 쇼> 는 1973년 영국에서 초연한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2001년 소개되어 수차례 재공연 했다. 모진 세상은 모를 것 같은 자넷과 브래드가 고등학교 은사를 찾아 길을 떠난다. 길 위에서 그들이 만나는 세상은 생각보다 잔혹하다. 갑자기 자동차가 고장 나고, 불빛을 따라 도움을 청하러 간 곳은 외계 행성에서 온 과학자의 성이었다. 과학자의 이름은 프랑큰 퍼터다. <월간 록키>에 ‘도덕적 개념이 전혀 없는 외계인’으로 소개된 그는 남성과 여성 모두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성관계는 가능한 과학자다. 또한, 인조인간을 창조할 만큼 현대 기술을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고, 잠깐 사이에 한 사람을 처리할 만큼 힘도 세다.
프랑큰 퍼터의 성에 사는 또 다른 외계인인 마젠타와 리프라프는 극 초반에는 성의 집사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으로 보인다. 리프라프와 마젠타의 조수인 콜롬비아, 그리고 프랑큰 퍼터가 창조한 인조인간 록키 호러가 성에 사는 생명체들이다.
자넷과 브래드는 살며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을 모습을 한 그들의 성 앞에서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어버버’ 하다가 성에 머문다. 성 안에서 수많은 일을 겪는다. <록키 호러 쇼> 는 그 ‘수많은 일’에 집중한다. 프랑큰 퍼터를 비롯한 성에 함께 사는 외계인들, 잠깐 왔다 가는 스캇 박사와 에디, 브래드와 자넷까지 등장인물은 많지만, 그들 모두 자신의 역할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난 사건에 집중한다. 그것이 이 뮤지컬의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흥 넘치는 관객이 완성하는 뮤지컬
<록키 호러 쇼> 는 관객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끈다. 공연 중간 관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추는 ‘타임 워프 댄스’는 관심 있는 관객이라면 미리 숙지할 수 있다. 동작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 주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영상을 미리 보지 않더라도, 무대 위 배우들을 따라 하기만 하면 금방 배운다. 이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공연 내내 여러 번 계속된다. 그때마다 관객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든다.
공연 전 나누어주는 종이 신문인 <월간 록키>는 공연 도중 비가 오는 장면에 꼭 필요한 도구다. 무대 위 비가 오기 시작하면, 어느새 팬텀들이 객석으로 와 비를 뿌린다. 멍하게 있으면 비를 맞는다. 재빠르게 <월간 록키>를 꺼내 머리를 가려야 한다. 이외에도 관객이 블로우아웃을 함께 불기도 하고, 브래드에게 빵을 던지거나, 레이저 총을 쏘기도 한다. 모두 극 중에 관객이 함께하도록 만든 연출이다.
모든 관객을 한 호흡으로 참여하도록 이끌기 위해서는 무대 위에서 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배우들은 시종일관 모든 것을 쏟아낸다. 함께 신나게 놀고,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낼 수 있다. 뮤지컬 <록키 호러 쇼> 는 10월 2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한다.
이수연
재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를 찾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