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파리넬리> ‘카운터테너’ 루이스 초이
저는 남성 베이스부터 여성 소프라노까지 가능해요. 이런 소리를 주신 것도 감사한데, 작품을 통해 빛낼 수 있어서 영광이죠.
글ㆍ사진 윤하정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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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뮤지컬  <파리넬리> 가 8월 11일부터 1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18세기 유럽 무대를 풍미했던 카르스라토 카를로 브로스키의 삶을 다룬 뮤지컬  <파리넬리> 는 2015년 초연돼 그해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올해의 창작뮤지컬상, 신인남우상, 음악감독상을 휩쓸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낭독뮤지컬은 대극장에서 공연됐던 <파리넬리> 를 소극장으로 옮겨와 캐릭터와 음악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기존 작품과 연결고리는 있지만 내용과 등장인물을 비롯해 상당 부분이 바뀔 전망이다. 하지만 다 달라져도 이 사람은 바꿀 수 없지 않을까. 초연부터 줄곧 파리넬리를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는 루이스 초이 씨 말이다. 공연을 앞둔 7월의 한낮,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루이스 초이 씨를 만나 보았다.

 

3년여 전에 만났을 때는 수수한 성악가였는데, 지금은 엔터테이너 같은 모습인데요(웃음)?


“오늘은 사진 촬영이 있어서 분장도 하고 머리도 만져서 그런가(웃음). 뭔가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는 얘기는 종종 들어요. 참, 메이크업 직접 한 거예요. 공연 때마다 제가 해요.”

 

낭독뮤지컬 <파리넬리> 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해 주세요.


“일반 공연처럼 무대도 있고, 배우들이 의상을 갖춰 입고 연기도 하고 노래도 해요. 대신 대극장에서 공연했던 <파리넬리> 의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압축해서 2인극으로 만든 거죠. 음악은 오히려 더 섬세하게 풀었다고 할 수 있고요. 기존 작품에서 파리넬리와 형 리카르도가 이별하는데, 낭독뮤지컬 <파리넬리> 는 편지를 테마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져요. 기존 작품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고, 과거 회상도 하기 때문에 음악도 기존 것과 새로운 넘버가 공존해요.” 

 

제목만 같을 뿐 다른 작품이네요. 게다가 2인극이면 상당히 부담스럽겠습니다.


“많이 부담되죠. 오페라도 2인극은 안 해봤는데(웃음). 대극장은 그만큼 화려하고 앙상블 등 보완해주는 장치들이 있는데, 이번 공연은 배우 두 사람과 피아노 한 대만 나와요. 게다가 1주일 공연인데 13회라 많이 걱정되는데, 한편으로는 궁금해요. 소극장에서 피아노 한 대와 두 사람의 배우, 그리고 음악이 만들어내는 매력이 엄청날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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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입장에서는 파리넬리를 더 가깝게 만나는 셈이죠. 파리넬리라는 인물을 소개한다면요?


“지금으로 말하면 아이돌 스타죠, 좀 더 특별한 스타. 바로크시대에는 성악곡이 대중음악이었잖아요. 파리넬리는 그저 노래를 잘하고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아버지와 형의 욕심으로 맑은 음색과 음역대를 유지하기 위해 어릴 때 거세당한 카스트라토죠. 뛰어난 가창력과 화려한 소리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고통과 아픔도 안고 살아가는, 요즘 스타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루이스 초이 씨는 그런 메커니즘을 거치지 않았는데 파리넬리와 같은 소리를 내잖아요(웃음).


“그러니 얼마나 대단한가요(웃음)! 지금은 카운터테너라고 해서 일반 남성의 가성으로 당시 카스트라토의 음역을 복원하거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요. 낮은 음부터 시작하면 남성은 베이스, 바리톤, 테너가 있고, 여성은 알토, 메조소프라노, 소프라노가 있는데, 카운터테너는 알토나 메조소프라노까지 소리를 내요. 하지만 파리넬리처럼 고음을 내기는 힘든데, 저는 남성 베이스부터 여성 소프라노까지 가능해요. 그런 소리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이렇게 작품을 통해 빛낼 수 있어서 영광이죠.”

 

‘울게 하소서’는 루이스 초이 씨가 파리넬리보다 더 많이 부르지 않았을까요(웃음)? 클래식 무대와 뮤지컬 무대는 많이 다를 텐데요.


“더 많이 부른 것 같은데, 부를 때마다 어려워요(웃음). 이 음악은 헨델이 만든 오페라 <리날도>의 소프라노 아리아라서 오페라 무대에서는 제가 할 수 없었죠. 영화로 더 유명해져서 많이 부르게 됐는데, 사실 오페라와 뮤지컬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무대가 있고, 춤과 노래, 드라마가 있는 종합예술인데, 차이점은 발성이에요. 클래식의 ‘울게 하소서’는 발성과 피치 등이 중요하고 그래서 좀 더 경직되는 반면 뮤지컬에서는 감정이 중요하더라고요. 앞뒤 드라마가 있다 보니 더욱 절절하고요.”

 

클래식계가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클래식 음악가들이 다양한 무대에 오르고 있죠?


“맞아요, 요즘은 매스컴에서도 클래식을 많이 다루고 덕분에 카운터테너도 많이 알려졌어요. 하지만 대중화된 건 아니에요. 뮤지컬은 드라마가 있어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노래로만 접근했을 때는 남자가 가성을 낸다는 것에 대해 여전히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해요. 풀어갈 숙제죠. 한편으로는 계속 무대에 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더 좋은 음악을 선사해야 하고, 아직 낯선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친숙할 수 있도록 더 다가가야죠.”

 

뮤지컬 분야에 클래식을, 클래식 파트에 뮤지컬을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는데, 앞으로 활동 계획을 마지막으로 여쭤볼게요.


“그게 딱 제 마음이에요. 제가 클래식이 아니라 뮤지컬 제작사 소속이잖아요. 뮤지컬 <파리넬리>는 클래식 하는 사람들에게 ‘이 신선한 느낌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들고, 뮤지컬 관객들에게는 ‘클래식이 이렇게 좋은 거였어?’ 알게 하는 작품이죠. 초연 때 팬들 가운데 클래식 애호가가 된 분도 많아요. 그리고 처음에 말씀하셨잖아요. 3년 전에는 수수한 성악가였다면 이제는 엔터테이너 같다고. 그렇게 활동하고 싶어요. 제 이름을 건 콘서트도 하고, 뮤지컬 음악감독으로도 참여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클래식과 뮤지컬을 조율하고, 노래뿐만 아니라 MC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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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