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률 90%를 자랑한 꼬마비 작가와의 만남.
작가의 말마따나 ‘평일이고 쉽지 않은 시간’에 『3인칭』 작가와의 만남이 열렸다. 꼬마비 작가의 팬이라면 꼭 소장해야 할 단행본 『3인칭』 은 우연히 본 ‘몰카’ 속에 등장한 여성을 찾기 위해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간 청년 노조기의 이야기다. 단행본에는 다채로운 부록이 실려 소장 가치를 더 높였다.
『3인칭』 출간을 기념해 마련한 독자와의 만남이지만, 그동안 연재했던 다른 작품들(4주, PTSD, S라인, 미결)에 대한 질문도 오갔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현장에 미처 오지 못한 꼬마비 작가의 팬들을 위해 주요 대화를 공개한다.
‘저스툰 화제의 웹툰’
『3인칭』 에서 의외였던 것은 av를 다루는 것도 그렇지만, 라이따이한을 다뤘다는 점인데요. 이 이야기를 하시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후기에서 밝힌 적이 있는데 외가 쪽에 일본인인 분이 계세요. 때문에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집안의 분위기가 다른 것을 경험하며 성장했어요. 그런 괴리가 어찌어찌 이어져서 우리 사회에서 안고 있는 불안감이나 쉬쉬하는 것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요. 많은 작가님들이 만화를 통해 도모하고자 하는 바가 있을 텐데 저의 경우는 제 만화를 보고서 집단지성이 서로 부딪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그런 사실 자체가 수면위로 드러나 있지 않은 경우라면 굳이 꺼내보는 거죠. 이야기를 만들 때 그런 것들을 선명하게, 때로는 희미하게마 넣어두려 합니다.
작품 속 캐릭터나 시놉시스를 설정하는 데 노하우가 있으시다면요?
취재를 중요시하는 쪽과 아닌 쪽으로 나눠보자면 극단적으로는 랭보와 헤밍웨이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랭보라는 천재 시인은 ‘죽은 사람만 죽음을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하고, 헤밍웨이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고 하죠. 캐릭터를 잡을 때 상상하는 바를 그대로 인물화 하는가 하면 섬찟할 정도로 집요하게 취재하고 설정하는 분들이 계신데 사람에 따라, 이야기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다고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하는 건 직접 해보는 쪽이에요.
미대 입시 시절 칸 만화 작업을 하면서 작가님 작품을 보며 연습했는데요. 공간의 절제를 못해 복잡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혹시 추천할 만한 도서나 작화가 있으신가요?
개인적인 답변을 드리자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가 우선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전 더하는 것과 더는 것 중 ‘무엇을 덜어 놓을까’에 더 무게중심을 둡니다. 이유는 제 그림 자체가 단순하고 간략하기 때문에 인물이 하는 이야기가 장황해지면 속도감이나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평소 그림체와 걸맞은 장르는 없지만 대사는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어떤 그림체를 추구하는지에 따라 대사, 지문, 장면들 중에서 무엇을 덜어냈을 때 효과적인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4컷 형식의 압축된 이야기와 단순화된 그림체로 작화 중이신데요. 극화체를 생각해본 적은 없으신지요?
극화체라면 살인장난감 초반에 나오긴 합니다. 7살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극화체로 그려본 적도 있었고, 일본 화풍을 따라간 적도 있었어요. 결과를 봤을 때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워했던 게 지금의 그림입니다. 내가 보는 내 모습과 남이 보는 내 모습의 선호도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누가 봐도 ‘내 작품이다’라는 색이 있다는 게 중요하게 여겨져서 지금의 그림체를 꽤 유지할 것 같습니다.
『3인칭』 , 『4주』 , 『PTSD』 등 대부분의 작품에 실리성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작품 제작 시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만화키드라고 불려도 될 만큼 많은 만화를 보고 자랐어요. 고등학교 때는 순정만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만화방에 제가 보지 않고 남은 만화가 순정만화뿐이어서 그랬습니다. 보고 싶었던 만화를 포화 상태로 많이 봐서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고 싶은 만화를 주로 그립니다. ‘이런 만화를 보고 싶다’ 하고 생각하는 것들이요.
『PTSD』 연재 초반만 해도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는데요. 작가와의 만남이 열리는 오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독자들이
『PTSD』 가 한국인만 공감할 수 있는 재난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외국인들에게 “코리아를 상징하는 색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하고 물으면 의외로 높은 빈도로 국방색을 고릅니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은 휴전국가죠. 군사지역이 아닌 곳에서 군인들이 활보하는 게 인상적으로 보일 만큼요. 한국인들은 무의식중에 [PTSD]를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획한 이야기이고요. 우리가 어느 순간에 전쟁에 휘말렸는데, 우연찮게 그곳에서 벗어난 곳에서 전쟁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살게 될까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리게 됐습니다. 누군가 통일이 되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네.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싸움은 나쁘죠. 사람이 죽는 싸움은 더 나쁘고요. 이런 날이 없어졌으면, (전쟁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싸움을 막아야 한다는 종류의) 경각심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시점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난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그렸던 캐릭터 중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나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미결에 등장했던 ‘1208’? 거울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어요. 애착이라기보다는 부끄러움, 창피함이 커요. 그래서 제가 그린 캐릭터 중에서는 제일 좋아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을 가장 좋아하게 될 것 같아요. 다음 이야기 많이 봐주세요.
생각하고 계신 후속작이 있다면요?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요. 저는 무교지만 원시시대부터 종교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라서, 여러 측면에서 신(神)이라는 존재를 지상으로 끌어내려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웹툰 작가로서의 생활, 생활력에 대해 이야기해주신다면요?
작가론에 대해서 필립 로스가 했던 말이 기억나는데요. “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을 하러 간다”라고요. 100명의 작가가 있다면 모든 작가님들 작업 스타일이 다를 거예요. 그래서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답변이 되지는 않겠지만, 제 경우는 제가 정한 라이프스타일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6시에 기상해서 11시까지 콘티 작업, 4시까지 원고 작업, 6시면 마무리를 하죠. 나머지 시간은 책, 영화를 보다가 11시에 잠에 듭니다. 작가를 지망하는 분들에게 조언이라기보다 첨언을 드리자면 이런저런 생활을 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사이클을 찾아가시는 걸 권해봅니다.
저는 2003년~2008년까지 무명생활을 했는데요. 그 당시엔 조교 일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스스로 돈을 버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가정이 유복하다면 모를까 작업에 올인하는 것을 권하긴 어렵네요. 본인이 본인 몫의 책임을 지면서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낮 동안에 경제활동, 밤에 작업하라는 누군가의 이야기도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팁이라고 한다면 전 연재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무조건 한 페이지는 그리려고 합니다. 추후에 연재물이 됐던 아니던 간에 한 페이지는 그립니다. 2003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았어요. 이렇게 사이클을 설정해두니 도움이 되고, 지금의 저에게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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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꼬마비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몰카(!)에 등장하는 그녀를 찾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청년 노조기! 그가 그녀를 찾을 수 있을지, 과연 두 사람은 사랑하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이번에 만나 볼 수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