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모든 책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한 밤에 배를 저어가는 것과 같은 도전적인 삶, 구도자적인 삶을 정리하고, 내 아들딸이나 뒤따라오는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그런 말들을 담고 싶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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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한승원 작가가 최근 펴낸 에세이집이다. 최근에는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아버지로 알려져있지만 평생 글을 써오며 많은 문인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준 문단의 큰 어른이다. 긴 세월동안 펜을 놓지 않고 마치 구도자와 같이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작가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에세이를 통해 그의 문학에 대한 자세와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삶을 점차 단순화시키고 즐기면서 살려고 한다는 작가는 젊어서의 글쓰기는 ‘고통스러운 글쓰기’였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지금은 천천히 산책도 즐기고 운동해서 몸도 일으키고 잘 먹으려고 하고 잠도 많이 자려고 한다고 말하며 옅게 미소를 보인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한 시대를 오롯이 살아온 사람의 인생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글과 함께 평생을 보낸 노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에 출간한 책의 제목이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입니다. 뭔가 심오한 느낌의 제목인데요, 혹시 이 제목 말고 다른 제목을 생각해놓으셨던 건 없으셨나요?

 

처음 제목으로 생각했었던 것은 <꽃도 도전적으로 피고 물도 도전적으로 흐른다>였습니다. 도전적으로 사는 삶, 치열하게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뒤에 따라오는 후배들이나 자식들에게 치열하게 삶을 사는 법을 일러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편집자가 전체적으로 보니까 ‘지금까지의 삶이 꽃을 꺾고 달을 따는 거와 같다면 그런 것을 성취해서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 말하자면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해서 제가 다시 읽어보니까 그러한 삶이 맞겠더라고요. 전적으로 동의했어요. 꽃을 꺾으러 집을 나서는 거죠.


우리 선인들 중 한 유학자가 집을 나서자 길을 잃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삶을 살아오면서 보니까 제 삶은 늘 길을 잃고 다시 성찰해서 다시 길을 찾고 길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일의 반복이더라구요. 그러니까 꽃을 꺾기 위해서, 달을 따기 위해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길을 나섰다가 늘 길을 잃고 다시 찾는 일을 반복하는, 길을 다시 찾는 다는 것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겠다 싶어서 제목을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 라고 정했습니다.

 

지금은 도시에서 떨어진 고향 집에서 오랫동안 사시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예전과 많이 달라지셨을텐데요. 이번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요?

 

한 밤에 배를 저어가는 참담한 실존을 마주하고 도전적으로 살아왔던 삶과 구도자적인 삶을 정리하고, 내 아들 딸이나 뒤따라오는 후배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들을 담고 싶었어요.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만의 우울을 가지고 사는 거잖아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그리고 좋은 ‘꽃 꺾기’나 ‘달 따기’의 성취를 이루어낼 것인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늙어지면서 노인성 우울이라든지 절대 고독을 보듬고 삽니다. 그것은 나 혼자만의 차 마시기, 책읽기, 글쓰기를 통해서 이겨내야 하는 절실한 문제였어요. 저는 여전히 꾸준히 나 혼자만의 고독을 승화시키는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 모토는 이것입니다. ‘살아있는 한 글 쓰고 글 쓰는 한 살아있을 것이다.’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어요. ‘살아있는 한 글을 쓴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살아있다는 것이고, ‘글을 쓰는 한 살아있다는 것’은 작가적인 생명이죠. 두 가지의 수레바퀴가 똑같이 기울어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나아가야만 ‘나’라는 수레바퀴가 나아갈 수 있는 거잖아요. 살아있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잘 먹고 작가적으로 살아있기 위해 열심히 책 읽고 사유하고 글 쓰고 이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따님과 아드님이 모두 작가가 되어 문학으로 일가를 이루셨는데요. 자녀들을 작가로 키워낼 수 있었던 비결 같은 게 있으신가요?


대개 우리 시대의 문인들은 가난했잖아요. 그런데 대개의 시인이나 소설가의 자제들은 공부를 잘했어요. 우리 친구들은 아내가 자식들에게 소설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법대나 의대를 보냈지만 아내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아버지처럼 이름 하나 남겼으면 좋겠다, 하면서... 국문과 가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했죠. 아내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아내가 나의 삶, 남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저는 농부의 아들, 어부의 아들이라면 지금 아들 딸은 소설가의 아들, 소설가의 딸이잖아요. 어려서 배우지 못했던 것을 공부하고 아버지가 일구어놓은 문학적 정서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아들은 소설을 쓰다가 동화작가가 되었고, 딸은 널리 알려진 소설가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작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올해도 후보로 올랐는데요. 따님인 한강 작가를 보면 어떠신지요?


아버지 세대, 그러니까 1970~80년대에는 리얼리즘, 휴머니즘 문학이 주류였습니다. 지금 딸의 세대는 환상적, 신화적인 것을 기반으로 한 다양하고 섬세한, 제가 예측할 수 없는 그리고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인간의 문제, 폭력의 문제 속에서 ‘우리 삶이 어떻게 참되게 이루어져야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문장도 섬세하고 아름답고 그래서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쓰게 되기를 희망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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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세대에게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 『원효』 ,『초의』 , 『사람의 맨발』 등 불교색이 짙은 작품을 많이 쓰셔서 독자들에게는 친숙한 불교 작가이신데요.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지금 장편을 쓰고 있는 게 금년 가을에 발표될 예정입니다. ‘나’라는 한 사람 안에 담긴 우주의 질서, 인간의 참모습을 탐구하는 이야기로 나의 참모습 찾기라는 일종의 구도적 소설인 것이죠.


제가 이 소설을 쓰면서 어느 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서재에 갔는데 이웃집 도사견이 새벽의 어둠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컹컹 짖더라고요. 그 개는 왜 짖는가. 아마 어두움 속의 어떤 알 수 없는 무서운 형상을 향해 짖었겠죠. 그럼 소설가인 너는 무엇을 향해 짖기 위해 이 서재에 앉아 있느냐. 소설가인 너는 세상의 어둠을 향해 짖거나 너의 안에 있는 어두운 형상을 향해 짖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그 소설도 나의 가장 참다운 구도자적인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도행의 마지막은 중생에 대한 회향, 다시 저잣거리로 나아가 손을 내미는 것일 텐데요. 글을 쓰는 것과 구도행에 대한 생각을 여쭙고 싶습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가 제 불교소설의 처음입니다. 그 소설을 쓸 때 화엄경을 염두에 두었었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구도를 한다는 것은 깨달음을 위한 거잖아요. 그런데 그 깨달음을 얻어서 어디에 쓸 것인가. 그것은 중생들하고 함께 사는 것, 중생을 제도하는 것 그것이잖아요. 상구보리하화중생(‘위로는 불교의 지혜인 보리를 추구하고 아래로는 고통받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대승불교의 이상적 수행자상인 ‘보살’의 수행 목표) 이잖아요. 저는 살아가기를 그런 구도적 생각, 즉 화엄경 같이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는 소설로 쓴 화엄경이라고 볼 수 있죠. 지금 쓰고 있는 이 소설도 세속적 삶에서 깨달음을 구하는, 진흙 속에서 연이 꽃을 피워내듯 어떤 깨달음의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이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수없이 많은 경전과 성경, 많은 철학책이나 역사책을 읽고도 깨닫지 못했던 것을 당신의 소설 한 편, 시 한편을 읽고 깨달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글을 써낸다면 여한이 없을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이번 책을 어떻게 읽어주셨으면 하시나요?


모든 책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내가 이러한 삶을 살았고 이러한 것이 참된 삶이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거든요. 독자가 이 책을 먹잇감 삼아 어떤 큰 깨달음, 향기로운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진다면 하나의 꽃세상, 극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한승원 저/김선두 그림 | 불광출판사
이제 땅의 끝이자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 다다른 작가는 인생의 말년을 냉철하게 목도하며 지난 삶을 반추, 이별 연습을 하고 있다.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아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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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