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놓고 펼쳐지는 여섯 인물의 군상극 『짐승』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신원섭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짐승』은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70일간 총 35회 연재된 작품으로서, 도입부부터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전개와 스피디한 구성, 흡인력 있는 문장으로 2017년도 상반기 브릿G 추리 인기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최고의 화제작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신원섭 작가는 글 쓰는 엔지니어다. 대학교 1학년 때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집을 접한 뒤 소설을 쓰기 시작, 이후 「뚝방 살인사건」으로 제11회 심산문학상 수상, 언젠가는 훌륭한 소설가가 되고자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글을 쓴다. 장래 희망은 후대에도 살아남을 좋은 작품을 쓰는 것. 아무도 믿지 않는 꿈 때문에 10년째 글을 쓰고 있다. 교보문고와 티스토어 전자책을 통해 「해프닝」, 「무죄판결」 등 10여 편의 단편을 발표했다. 한국 미스터리 작가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짐승』은 저마다의 굴곡진 과거를 가진 여섯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각자의 시선에서 풀어가는 방식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위선, 그리고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 글을 쓰는 엔지니어 겸 작가로서, 후대에도 살아남을 좋은 작품을 쓰는 것이 꿈이라는 신원섭 작가. 7문7답을 통해 신원섭 작가와 더 흥미로운 이야기 나눠보았다.
브릿G를 통해 작품을 연재하시면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아 종이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반응을 예상하셨는지요?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처음 브릿G에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황금가지 편집부에 눈도장을 찍어보자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무작정 투고를 하는 것보다는 그 편이 더 나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연재를 시작하니 『짐승』이 독자 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정말 놀랐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 반응이 올 줄은 몰랐어요. ‘스릴러는 이제 한물 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고, 브릿G에 워낙 쟁쟁한 작품이 많아서 약간 위축된 상태였거든요. 무료 출판연재작으로 『셜록 홈즈 전집』이나 『러브크래프트 전집』 같은 게 올라오는 걸 보고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짐승』이라는 제목이 가지는 함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의미로 제목을 지으신 건가요?
흉포한 존재라기보다는 나약하고 충동적인, 교화와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지었어요. 『짐승』이 사회라는 울타리 바깥에 있는 인물들을 다루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 규범이나 인간 세상의 작동 원리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적응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인간사회 바깥으로 밀려난, 흔히 말하는 ‘사람 구실 못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요. 야생동물처럼 원초적인 본능과 욕망에만 충실한 사람들을 다룬 내용이라 『짐승』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여섯 명의 인물들은 모두 결핍된 욕망으로 인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는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여섯 명의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요? 특별히 신경 쓴 캐릭터가 있는지요?
자신이 지닌 열등감을 감추려고 친구를 깎아내리는 ‘최준’ 캐릭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처음 캐릭터를 구상할 때 세운 원칙이, ‘불쾌하지만 공감이 가는 인물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머리를 안 감으면 정수리에서 콤콤한 냄새가 나잖아요? 그 냄새는 모종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 ‘불쾌한 냄새’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회사나 학교에서 정수리 냄새를 맡지 않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잖아요. 일부러 ‘불쾌한 냄새’를 맡는 건 어쩐지 이상해 보이니까요.
그런데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누구나 자기 정수리 냄새를 맡아요. 『짐승』의 인물들은 ‘정수리 냄새’와 유사한 맥락으로 구상한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자기 정수리 냄새, 안 씻은 개 냄새, 주유소 기름 냄새 따위를 킁킁대며 맡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상하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분명히 공감 가는 지점이 있잖아요. ‘아, 나 저거 뭔지 알아. 쟤가 왜 저러는지 알 것 같아.’
이렇게 굉장히 불쾌한 인물들이 비상식적인 판단과 사고를 할 때, 독자들이 ‘나 저 느낌 뭔지 알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개별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전혀 새로운 존재가 아니거든요.
구성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네 명의 시점에서 바라보면서 시점마다 시간적인 구성도 조금씩 다른데요. 각자의 시점을 통해 사건의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있습니다. 구성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신 것 같은데 왜 이런 방식을 생각하게 된 건가요?
처음 도전하는 장편소설이라, 그때는 장편을 단순히 단편의 연장으로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전에는 원고지 300매 이상 되는 이야기를 써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어떻게든 1000매는 채워야 하는데, 하나의 이야기로 그렇게 밀어붙일 뚝심은 없고.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가져와 조립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원래는 여러 개의 단편이었어요. 처음에는 그걸 단순히 외과적으로 접합했는데, 2년에 걸쳐 퇴고하다보니 서로 물고 물리며 화학적 결합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열댓 번 고쳐 쓰니까 드디어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더라고요. ‘도미옥’과 ‘이진수’는 그 과정에서 추가된 인물입니다. 『짐승』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게 많아 이후의 작품부터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인물들 각자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한편으로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작가님이 가장 동정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그나마 ‘장근덕’이 제일 안쓰러운 것 같습니다. 타고난 환경이 무난했다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짐승』의 등장인물은 대체로 자업자득이라 딱히 동정심이 들지는 않습니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모두가 잘못된 선택을 하지는 않으니까요.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바보 같은 판단을 하는 건 대부분 자기 욕심 때문인 것 같아요.
읽고 나서 뒷맛이 씁쓸한 소설이었습니다. 다른 인물들과 달리 오동구는 그 이후의 삶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이 사건을 겪은 오동구가 이후 어떻게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동구’가 진실을 찾아 나설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정도는 찾아내려고 애쓸 것 같아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열정이 무뎌지고, 그냥 마음 한구석에 묻어버리겠죠. 마음을 꽉 채운 감정들도 의외로 금방 닳아 없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예전과 똑같은 사람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네요. 왜냐하면 지금 오동구에겐 새 사람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가 없거든요. 오동구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게 결국 ‘사랑’인데, 그건 이미 과거잖아요. 목표가 미래에 있다면 언젠가 다다를 수 있겠지만, 과거는 시간이 갈수록 멀어질 뿐이고 영영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작가님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준비하고 계신 작품이 있으신가요? 이 또한 온라인 연재를 생각하고 계신지요?
초고를 써놓은 작품이 있습니다. 사이코메트리 초능력자 스토커에 맞서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짐승』을 통해 얻은 교훈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어요. 아마 읽어보시면 느낌이 전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준비가 되면 브릿G를 통해 선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브릿G 자체가 완성도 높고, 좋은 작가들이 많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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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신원섭 저 | 황금가지
저마다의 굴곡진 과거를 가진 여섯 인물이 하나의 사건을 각자의 시선에서 풀어가는 방식을 통해 인간의 탐욕과 위선, 그리고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