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이고 위트 넘치는 사랑 이야기- 뮤지컬 <아이러브 유 >
배우들이 그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얼마나 완벽하게 표현하는가, 그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흡인력 있게 그려지는 가. (2018. 01. 03.)
글ㆍ사진 임수빈
2018.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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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사랑, 사랑, 사랑!

 

핑크, 보라, 하늘, 노랑 등 따뜻하고 부드러운 파스텔톤으로 꾸며진 화려한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공주의 방을 연상시키는 듯 한 무대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 사제의 옷을 입은 네 명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 등장한다. 2층 무대에 서서 관객들을 바라보는 배우들은 근엄한 표정으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지령(?)을 대신 말해주며, 다소 비장하게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그러나 음악이 전환되면 이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른 분위기로 변신하고, 발랄하고 상큼한 넘버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금의 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전환되는 분위기에 어리둥절 해 있을 새도 없이 배우들은 다시 또 변신하고 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이처럼 쉴 새 없는 장면전환을 바탕으로, 단 4명의 배우들이 ‘사랑’에 대한 19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옴니버스 뮤지컬이다. 거기에 이 19개의 에피소드 중 연결되는 몇 가지 에피소드 또한 존재하는 카레스크 형식도 취하고 있다. 카레스크란 같은 인물이 각각의 독립된 이야기를 꾸며나가는 연작 형태를 뜻하는 용어로, <아이 러브 유>는 이처럼 두 가지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관객들에게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지난 2004년 한국에서 초연된 <아이 러브 유>는 2011년 공연된 7번째 시즌 이후 6년만에 다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아이 러브 유>는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남녀, 결혼을 앞두고 파혼을 선언한 커플, 서로 눈치만 보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썸 진행 중인 남녀, 육아라는 인생 최대 어려운 숙제를 함께 헤쳐나가는 부부, 차만 타면 싸우는 중년의 부부,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여생을 보내는 노부부, 등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풀어놓는다. 때론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몇 개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웃음’이라는 코드에 초점을 맞춰 극을 진행해나간다. 그리고 그 ‘웃음’은 <아이 러브 유>의 가장 큰 장점이자 동시에 가장 큰 약점으로 다가온다.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이기에, 작품이 초연됐을 당시에 비해 작품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도가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아이 러브 유>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캐릭터와 상황을 다소 과장한다. 물론 어떠한 에피소드에서는 그러한 과장이 유쾌하고 흥미롭게 다가오지만, 어떠한 에피소드에서는 그 과장이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웃음’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고 관객들에게 억지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 일상 생활에서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여자는 여우, 남자는 허세라는 타이틀로 남녀의 소개팅을 다루는 에피소드나, 쇼핑에 빠진 아내 때문에 백화점에서 괴로워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다루는 에피소드는 다소 정형화되고 구시대적인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그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했던 것인지, 그리고 그 메시지가 관객들의 공감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사유가 이루어 진 것인지 다소 의문을 품게 했다. 현 시점에 맞는 새로운 시각으로 채워진 이야기의 부재가 아쉽게 다가왔다.

 

옴니버스 뮤지컬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지나치게 짧은 호흡으로 관객들의 집중력을 흐트러 놓을 수도 있다. 옴니버스 뮤지컬의 성공의 관건은 배우들이 그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얼마나 완벽하게 표현하는가, 그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흡인력 있게 그려지는 가에 달려있다. <아이 러브 유>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특히 맏형으로 극의 중심을 탄탄히 잡아주는 고영빈의 연기와, 섬세하게 캐릭터별 특징을 잡아내어 마치 다른 사람인 듯한 착각을 주는 이정화의 연기가 돋보였다. 스토리의 한계성을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으로 상쇄시켜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 이야기들은 흘러가고, 그 안에서 정의된다.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사랑에 대해 더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될지, 다소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나오게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작품에서 그리는 사랑이 가지각색인만큼 아마 관객들의 반응 역시 가지각색일 듯 하다. <아이 러브 유>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작품과 관객 사이의 정서적 거리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아닐까 싶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오는 3월 18일까지 대학로 아트윈 시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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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