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하고 감동적인 뮤지컬 <타이타닉>
초호화 캐스팅에 풍성한 음악, 감각적인 무대 세트, 그리고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구성과 형식으로 항해 중인 뮤지컬 <타이타닉>.
글ㆍ사진 윤하정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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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


참신하고 감동적인 뮤지컬 <타이타닉>

 

뮤지컬 <타이타닉>이 브로드웨이 초연 20년 만에 드디어 우리나라 무대에 올랐다. 국내 첫 출항에 나선 뮤지컬 <타이타닉>은 1912년 4월 영국 사우스햄프턴을 출발해 미국 뉴욕을 향해 달리다 닷새 만에 침몰한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의 실제 이야기가 배경이다. 1997년에 개봉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영화를 단순히 무대로 옮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뮤지컬 <타이타닉>은 동명의 영화를 모티브로 하지 않았고, 기존의 뮤지컬과도 전혀 다르다. 그래서 조금은 당황스럽다고 할까? 초호화 캐스팅에 풍성한 음악, 감각적인 무대 세트, 그리고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구성과 형식으로 항해 중인 뮤지컬 <타이타닉>. 관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객석에서 들었던, 혹은 들릴 법한 이야기들을 각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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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구역 16열 33번 : 1막은 좀 지루했는데, 2막은 괜찮은데?

 

C구역 16열 34번 : 그래? 나는 1막은 참신했는데, 2막은 좀 실망스럽던데.

 

C구역 16열 33번 : 일단 영화 <타이타닉> 생각하고 오는 관객들이 많을 텐데,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이른바 ‘뮤비컬’은 아니네. 1등실 승객 로즈와 3등실 승객 잭 도슨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춰 타이타닉 침몰 사건을 풀어낸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탑승자 모두의 사연을 얘기한다고 할까.

 

C구역 16열 34번 : 1985년 타이타닉호의 선체가 발견됐는데, 이때부터 극작가 피터 스톤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이 만나 뮤지컬 <타이타닉>을 구상했다고 하는군. 뮤지컬이 1997년 4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가 97년 12월에 개봉했으니, 뮤지컬이 영화보다 7개월 정도 앞서 관객들을 만난 셈이지. 뮤지컬은 당시 선내에서 벌어진 이야기와 다양한 탑승객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는데, 그해 토니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고,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베스트 오케스트레이션도 탔어.
 
C구역 16열 33번 : 하긴 당시 탑승자가 승무원을 포함해 2000여 명이었다고 하니 사연도 2000여 개에 달하겠지. 1등실은 지금 화폐 가치로 따지면 6,5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잖아. 반면 3등실에는 전 재산을 털어 새로운 땅에서 기회를 얻고 싶었던 가난한 이민자들도 많았을 테고. 하지만 1막 내내 탑승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나열되니까 지루하긴 하더라고. 서론만 있고 깊이 있는 전개가 없는 느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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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구역 16열 34번 : 확실히 지금까지 접해왔던 뮤지컬과는 달라서 관객들도 다른 시선이 필요할 것 같아. 중심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적인 사건을 지켜본다고 할까. 좀 색다른 방식으로 말이야. 타이타닉호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알고 있으니까 그걸 어떻게 표현했나 보는 거지. 그런 차원에서 나는 1막이 신선하더라고. 일단 배의 모양이 아닌데도 초호화 타이타닉 호처럼 느껴지는 감각적인 무대세트며,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는 구성(결국 주인공이 따로 없었던 거지!), 저마다 한 가닥 하는 배우들이 마치 앙상블처럼 수시로 옷을 갈아입으며 소소한 인물들을 연기하는데 ‘이게 뭐지?’ 흥미롭더라고.    

 

C구역 16열 33번 : ‘멀티-롤(Multi-Role) 뮤지컬’이라고 한대. 뮤지컬 <타이타닉>에서는 주조연, 앙상블 구분 없이 대부분의 배우들이 많게는 5개 배역까지 연기한다고 하네. 다들 작품에서 남녀 주인공을 맡는 배우들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니까 신선하기는 하더라. 그런 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정동화 씨고. 캐릭터도 확연히 다르지만 옷도 엄청나게 빠르게 갈아입어야겠던데. 기자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따로 없으니까 인터뷰하기 힘들겠어.

 

C구역 16열 34번 : 그러게, 주인공에 익숙한 배우들에게도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아. 어쨌든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사람을 찾아볼게(웃음)! 참, 음악도 좋았어. 연기에도 주조연이 따로 없는 만큼 가창력 돋보이는 배우들이 함께 선보이는 우렁찬 합창이며, 무대 뒤쪽에 오픈돼 있는 오케스트라도 그때 모습을 떠올리게 하더라고. 당시 선상 밴드가 타이타닉호에 끝까지 남아 연주했다고 하잖아. 이번 공연의 대본과 음악은 브로드웨이 버전이지만, 음악 편곡, 무대, 의상은 한국 버전이라고 해.

 

C구역 16열 33번 : 무대 디자인은 확실히 돋보이더라. 객석까지 돌출된 구조며 선실 간 격차를 상징하는 여러 개의 층 덕분에 배우들이 쉽게 무대 위쪽으로 올라가서 의상을 바꿔 입고 다른 층이나 위치에서 또 다른 인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해. 사실 실제 배 모양은 아닌데 마치 배처럼 느껴지게 한 게 대단한 거지. 특히 2막 후반에서 배가 침몰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천장에서 의자나 사람을 매달아 내려오게 한 건 뛰어난 연출이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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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구역 16열 34번 : 난 2막이 여러모로 아쉽던데. 1막이 상대적으로 길고 나열식이었지만 뮤지컬 <타이타닉>만의 색다름을 감상하느라 즐거웠다면 2막은 1막보다 나은 게 없었거든. 배가 가라앉았다는 걸 보여주는 연출이 멋있었지만 상상할 수 있는 범위라고 할까. 배가 빙산에 부딪힌 다음의 긴박하고 혼란스러운 모습이 여전히 나열되고 있는 것 같았어. 누구나 알고,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래서 긴박함이나 두려움, 슬픔 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라고. 1막이 신선했기 때문에 오히려 2막이 식상했던 것 같아.

 

C구역 16열 33번 : 늘 얘기하는, 시간과 공간이 제한적인 무대의 한계인가...? 주인공을 비롯한 중심인물들의 이야기를 깊게 파고든 게 아니라서 마무리도 좀 어색하긴 했어. 하지만 꼭 정해진 방식이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2막에 더 마음이 뺏겼던 건 <타이타닉>이라는 작품 때문만은 아닐 거야. 한국 사람이라면 다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아픔이 있잖아. 자연스럽게 떠오르더라고.

 

C구역 16열 34번 : 아, 맞아. 원칙을 무시한 설계, 안전 대신 선택한 기록, 경고를 무시한 안일함,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을 탓하는 비겁함. 게다가 구조 보트가 한정돼 있으니까 3등실은 봉쇄하잖아. 결국 탑승자 2000여 명 가운데 2/3가 목숨을 잃었지. 100년 전 일인데도, 아니 100년이 지났어도 똑같나봐.

 

C구역 16열 33번 : 그래도 그 안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킨 사람들도 있잖아. 2부는 짧고 어쩌면 뻔하지만, 그런 단순함 속에서 저마다 채우게 되는 감성들이 있었던 것 같아.

C구역 16열 34번 : 다양성을 추구하는 차원에서도 뮤지컬 <타이타닉>은 꽤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야. 세상에서 움직이는 물체 중 가장 거대했던 타이타닉호는 사라졌지만 뮤지컬 <타이타닉>은 순항이 예상되는 걸? 철저히 준수되는 원칙과 안전, 제작진과 배우들의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관객들의 호응을 동력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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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