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퇴근길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눈은 보지 않는다. 어색하니까. 인중을 보는 듯하면서 사람들의 처지를 살핀다. 종종 발걸음도 살핀다. 유독 조급해 보이는 사람, 지나치게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 자기만족이 발걸음에도 묻어나는 사람, 함께 걷는 사람에게 세심한 배려를 주는 사람 등이 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얼굴로 비칠까, 상상하기도 한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비로소 본연의 모습이 나온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을 때,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지나치게 까칠해서 말을 한 마디 걸면, 툭 하고 내 선의가 꺾어질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머뭇거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얼굴이었지 않았을까? 2017년이 두 달 남았다. 아쉬운 마음이 그득하다. 좋은 일상, 좋은 인생을 살고 싶을 때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제목만 읽어도 꽂히는 책이 있다. 김용택 시인과 그의 아들 ‘민세’ 군이 쓴 서간집이 그렇다.
마음이 삐죽거릴 때 이 책을 꺼내 읽는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마음을 써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다. (김용택 저, 마음산책)
짧은 책이지만 한참을 읽었다. 한 장도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여운이 깊었다. 내 삶을 돌아봤다.
“좋은 글은 불편하며 좋은 음악은 가슴 아프다” 저자의 말에 고개를 오랫동안 주억거렸다.
이 책을 만나서 2017년은 다행이었다. (김규항 저, 알마)
좋은 사람은 뭘까? 남을 배려하는 사람인가? 나를 감추면서 상대를 높이는 사람일까?
여기, 딸아이의 삶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엄마가 있다. 세상과 불화하는 삶이 일상이 되어 버린 딸. 엄마는 딸을 통해 자신을 만나고 타인을 만난다. 2017년 나만의 올해의 소설이다. (김혜진 저, 민음사)
다니카와 슌타로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시도 좋지만 그의 말들이 더 흥미롭다.
60년 넘게 시를 써온 시인의 회고담을 담았다. 시인을 말한다. “텅 비우면 말이 들어온다.”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파고들 때, 읽으면 퍽, 꽤, 많이 좋은 책이다. (다니카와 슌타로 저, 교유서가)
김형경의 글들은 소화가 잘 된다. 소설도 그렇고 에세이도 그렇다. 만사가 치열한 느낌이 들 때는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는 소설을 읽자. ‘우리 마음 사용설명서’라고 평가된 김형경의 스테디셀러. (김형경 저, 사람풍경)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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