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국민이 알아야 경제가 바뀐다”
사회의식 전체가 바뀌어야 해요. 훌륭한 정치인이 나와서 이끌어간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국민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따르려 해야죠. 의식의 변화 없이는 어떤 좋은 정책을 마련해도 사회는 변하지 않아요. 젊은 세대가 주류세대로 등장하게 되면 한국사회도 변화해 나갈 겁니다.
글ㆍ사진 박재형(예스24 대학생 리포터)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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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강남 교보타워에서 ‘주진형의 즉문즉답 북 콘서트’가 열렸다. 행사는 지난 4월 출간된 『경제, 알아야 바꾼다』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주진형 저자는 경제학자 출신의 기업경영인으로, 지난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재벌은 조직폭력배와 똑같다"는 발언을 하며 소신 있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경제, 알아야 바꾼다』는 손혜원 의원과 주진형 저자가 진행한 동명의 팟캐스트 방송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연금, 노동시장, 부동산 등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통렬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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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의 즉문즉답 북 콘서트’의 사회는 <채널예스> 신연선 기자가 맡았다. 신연선 기자가 미리 받은 질문들을 갈무리해 화두를 던지고, 주진형 저자가 답하는 식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의 뚜껑을 연지 5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최근 정부의 행보나, 관심 있게 지켜보시는 정책이 있으신가요?

 

머리가 복잡해요. 정책들이 잘 정비되었다기보다는 공약을 했으니까 일단 시행하자는 느낌이 드는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하죠. ‘시간이 필요하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안타깝습니다. 부동산 정책을 보면, 눈치를 많이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값이 너무 올라도 안 되고, 너무 내려도 비판을 받으니까요. 사실 부동산 가격만을 보고 시행하는 정책은 나쁜 정책입니다. 그러면 구조적인 원인을 고칠 수가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부가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앞으로 큰 부작용이 있을 것 같습니다. 복지 측면에서는 대담하게 나가고 있는데, 그건 잘한 일입니다. 일일이 정책 하나씩 설계하기에는 어렵고 오래 걸려요. 전체적인 방향을 잡아두고 해나가려는 것은 바람직해 보입니다.

 

여러 정책 이야기가 나왔지만, ‘공약했으니 시행하고 보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이슈가 된 최저임금도 그렇죠. 어느 부분이 문제고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당위에 대한 이야기만 오가는 것 같아요.

 

최저임금뿐 아니라 모든 정책이 다 그래요. 대선 공약이고 정책이면 그냥 발표만 할 게 아니라 왜 그런 정책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왜 최저임금이 2020년까지 만 원이 되어야 하는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그런데 아무도 설명하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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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알아야 바꾼다』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책을 읽다 보면 계속 숙제를 얻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중요하게 언급하셨던 점 중에 연금문제도 있었습니다. 책에서 국민의 연금에 대한 인식에 큰 오해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잖아요?

 

이제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이 되면, 노인들이 정말 많아질 겁니다. 그만큼 노인 빈곤 문제도 더 심각해지겠죠. 그런데 아직 장기적인 대책이 잘 마련되고 있지 못해요. 일본만 가보더라도 요양서비스도 잘 되어 있고 관련된 보험상품들도 있어요. 문제는, 한국 사회가 연대의식이 희박하다는 겁니다. 연금 이야기를 하면 세대 간 불공평을 이야기해요. 다른 어느 나라도 연금을 말하면서 세대 간 불공평을 이야기하지는 않아요. 우리나라는 연금 문제에 세대 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프레임이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가 잘살게 된 건 지금 70~80대 세대가 열심히 일하신 덕분이에요. 30년 후의 경제는,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서 그만큼 만들어내는 겁니다. 30년 후 사람들이 가지게 되는 부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 사회에 같이 사는 공동체들이 협력해 만든 결과물인 거죠. 그런데 연금 문제에 대해 ‘왜 이 세대만 이득을 보냐’라고 말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비생산적인 편 가르기에 불과해요.

 

이제 사회의식 전체가 바뀌어야겠죠. 다른 경제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찬가지예요. 훌륭한 정치인이 나와서 이끌어간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국민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따르려 해야죠. 사회의식의 변화 없이는 어떤 좋은 정책을 마련해도 고쳐지지 않아요. 젊은 세대, 지금의 30~40대가 주류세대로 등장하게 되면 조금씩 바뀌어 나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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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이 ‘경제를 알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해주셨어요. 국민 입장에서는 한국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가 어렵잖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경제를 기초부터 알려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여쭤볼게요.

 

외국인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같은 신문을 1년 꾸준히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잘 모르겠어요. 경제언론이 신뢰하기 어려운 면이 약간 있기도 하고요.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각 신문사 경제부 기자 중 ‘글을 잘 쓴다.’ 싶은 기자를 찾아서 그 기자 중심으로 읽어보세요. 책을 읽는 건 추천해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경제 관련 서적은 너무 범위가 넓고 일반적이라 우리나라 현실 경제를 들여다보기에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마지막으로 받아둔 질문 중에서 두 가지만 뽑아서 여쭤볼게요. 먼저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것이 이상징후인지 자산가격 상승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인지를 물어보셨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작년 상반기부터 계속 올랐어요. 가장 큰 이유는 금리가 낮기 때문이죠. 금리와 비교하면 임대료 수익률이 워낙 높으니까요. 감가상각과 유지비를 생각하면 임대료 수익이 더 높아야 하는 건 맞지만 지나치게 차이가 나요. 그러니까 금융에 투자를 안 하고 부동산으로 가니까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까 어떤 정책을 써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돼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민도 그걸 원하고, 정치권도 그걸 원하니까 관료들도 가격을 조절하는 정책을 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에도 말했지만, 해결책을 그렇게 찾으면 안 되거든요.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경제성장률이 민간소비부문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입니다. 어떤 근거로 발표한 것인지 궁금합니다.’라는 질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나라는 이제 예전 같은 성장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민간소비도 늘어나기 어렵고요. 우리나라는 이미 거시적인 경제 균형이 무너졌어요. 그게 소비침체, 가계부채에서 나타나는 거죠. 이전 정부에서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 했죠. 이번 정부의 앞으로 행보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경제성장에 대해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제, 알아야 바꾼다주진형 저 | 메디치미디어
경제,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현장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주진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조각조각 불분명했던 퍼즐이 완성된 그림으로 선명하게 맞춰진다. 밤낮없이 일하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여유가 없는 걸까? 거침없는 경제학자 주진형이 우리 앞에 진실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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