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 가즈오 이시구로는 누구?
2017년 노벨문학상은 영국 국적의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수여됐다.
글ㆍ사진 정의정
2017.10.07
작게
크게

kazuo.jpg


2017년 노벨문학상은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작가들을 제치고 영국 국적의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수여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에 따르면 “위대한 감정적 힘을 가진 소설을 통해 세계를 연결”하는 심연을 발견했다는 선정 이유가 뒤따랐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난 가즈오 이시구로는 1960년 영국으로 이주했다. 문예 창작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일본을 배경으로 한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 이어 일본인 예술가의 삶을 다룬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 영국의 한 저명한 저택에서 평생을 집사로 보낸 스티븐슨의 여행과 회상이 교차되는 『남아 있는 나날』 등을 발표했다. 첫 번째 소설로는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 두 번째 소설은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았다. 세 번째 소설은 부커 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영화로 제작해 더욱 유명세를 떨쳤다. 그 외에도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은 첼튼햄 상, 매력적인 상류층 사립 탐정 크리스토퍼의 말투로 전개되는 『우리가 고아였을 때』는 또다시 부커상 후보에 오르는 등 내는 작품마다 상을 받거나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입증했다. 

 

복제 인간의 사랑과 운명을 다룬 『나를 보내지 마』나 황혼을 다룬 단편을 모은 『녹턴』, 고대 잉글랜드 평원을 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나선 사람들의 이야기 『파묻힌 거인』  등 최신작에서도 다양한 소재를 다루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다양한 소재’를 쓰는 소설가에 멈추지 않고 가즈오 이시구로는 그 너머 주제를 다루는 소설가가 되기를 원했다. 작가 특유의 문체로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녹여낸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스스로 ‘기억과 망각의 딜레마’를 주제로 삼는다고 밝힌 바 있다.


 

저의 작품들에 대해 흔히 이야기되는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건 주로 ‘배경’이나 ‘장르’와 관련된 부분 같아요. 하지만 제 주제는 보다 깊은 차원에서 볼 때 기억 또는 기억과 망각의 딜레마에 관한 거예요. 

 - NPR과 GOODREADS에서 진행된 가즈오 이시구로 인터뷰 중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영국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1913년 인도 시인 타고르, 1968년 일본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1994년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 2000년 프랑스 국적의 가오싱젠,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에 이어 여섯 번째 동양인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얻었다. <타임즈>에서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영국 작가 50인’ 안에 꼽을 정도로 현대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동양과 서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이시구로만의 정서가 그의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노벨문학상 #가즈오이시구로 #eBook
0의 댓글
Writer Avatar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Writer Avatar

가즈오 이시구로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해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1982)으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일본인 예술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1989년에 발표한 세 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로 부커 상을 받으며 이시구로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으며,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된 바 있다.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심리를 몽환적으로 그린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1995)로 첼튼햄 상을 받았고, ‘고향’의 문제를 천착한 『우리가 고아였을 때』(2000) 역시 부커 상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된 바 있다. 2005년에 발표한 『나를 보내지 마』는 복제 인간의 사랑과 슬픈 운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으로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았다. 그 외에도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녹턴』(2009)까지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잘 녹여 낸 작품들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다. 2010년 [타임스]가 선정한 ‘1945년 이후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50인’에 선정되었다. "감정의 거대한 힘이 담긴 소설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연결에서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감각 이면에 있는 심연을 드러냈다"는 평가와 함께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21년 신작 장편소설 『클라라와 태양』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