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맥주를 찾아 여행을 즐기는 맥주덕후들이 내 주변에도 은근히 많다. 중국의 칭다오, 필리핀의 산미겔, 아일랜드의 기네스, 체코의 필스너, 벨기에의 호가든? 오죽하면 맥주만 마시는 뮌헨의 옥토버페스트가 세계 3대 축제가 됐을까? 그런 사람들한테 희소식. 이젠 맥주여행 리스트에 바르셀로나를 추가해도 좋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의 술, 하면 대뜸 상그리아나 카바와인부터 떠오르지만 더운 여름날엔 시원한 생맥주 한 잔만큼 반가운 게 없다. 어느 레스토랑을 가든 “우나 까냐, 뽀르파보르(Una ca?a, por favor)”를 기억하자. 스페인어로 맥주는 세르베사(cerveza)이지만 우리가 ‘500 한 잔 주세요’ 하듯이 주문할 때 쓰는 표현이다.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맥주 브랜드는 1876년에 설립된 에스뜨레야담(Estrella Damm)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라거 맥주로 청량감이 좋다. 흑맥주를 선호하는 사람은 같은 회사의 볼담(Voll Damm)을 마시면 된다. 도수는 7.2?로 조금 올라가지만 묵직한 맛이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달랑 별(★) 한 개가 그려져 있는 심플한 디자인의 이네딧담(Inedit Damm)이라는, 한국에서 더 유명한 맥주도 있다. 14년 연속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분자요리의 대가 페란 아드리아와 콜라보해서 만든 다이닝용 비어다. 엄청난 고급 맥주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그냥 가볍게 식사에 곁들여 마시는 반주다. 바르셀로나에선 마트에서 3.65유로(약 5000원)면 살 수 있는데 한국에선 2만 원 정도 한다니 이름값 한번 엄청나다. 톡 쏘는 청량감보다는 카푸치노 같은 거품과 은은한 과일향이 가볍고 부드럽다.
청량감 하면 모리츠(Moritz) 맥주다. 프랑스 알자스 지방 출신의루이스 모리츠 트라우트만이라는 이민자가 설립한 가족 브랜드로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일품인 페일 라거다. 바르셀로나 시내 산안토니(Sant Antoni)에 아예 본사 공장이 있는데 음식도 맛있고 재미있는 기념품도 많아서 줄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특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건 끌라라(Clara)다. 레몬 맥주라고 해야 할까? ‘깨끗한 맥주’라는 뜻인데, 청량한 과일향에 도수도 높지 않아 타파스를 먹으며 음료처럼 마시기에 좋았다.
요즘은 한국도 크래프트비어 열풍인데, 획일화된 기성 맥주에 물렸다면 멋진 수제 맥줏집을 하나 소개한다. 모리츠 공장 근처 Carrer de Muntaner 7에 위치한 <바르셀로나 비어 컴퍼니>. IPA를 포함해 다양한 에일과 필스너 메뉴들이 ‘하늘을 나는 돼지’, ‘늑대 선생’ 같은 재미있는 이름을 달고 손님을 맞는다. 어떤 걸 마셔야 할지 헷갈린다면 고민하지 말고 단돈 6유로에 믹스 메뉴를 시키자. 4가지 서로 다른 수제 맥주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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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피디의 누구나 한번쯤 스페인이지원 저 | 중앙북스(books)
일반 관광객이 아닌 학생이자 생활자의 신분으로 낯설고 매력적인 스페인의 여러 도시를 포함해 인근 나라의 도시들을 날카로운 피디의 눈과 낭만적 가슴으로 때론 담백하게, 때론 치열하게 탐험했다.
이지원(PD)
예능 피디, 작사가, 작가. 지금껏 60개국 이상을 여행했다.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언론정보학과를 거쳐 2000년 SBS 예능국 피디로 입사했다. <유재석의 진실게임> <이효리의 체인지> <김정은의 초콜릿> <하하몽쇼> <정글의 법칙> <도시의 법칙> 등 수많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 연출했다. 다비치, 앤씨아 등의 작사가로도 활동했으며, 저서로 『이 PD의 뮤지컬 쇼쇼쇼』 등이 있다. facebook,instagram ID:@ez1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