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백배 결혼이야기 –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소소한 결혼의 일상, 그 리얼한 이야기가 공감을 자아낸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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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결혼했어요


여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을 한다. 6년의 연애 끝에 부부가 된 영민과 미영이다. 영원한 사랑의 서약을 마치고, 달콤하고도 뜨거운 첫날밤을 보내고, 한 집에서 같이 눈뜨며 신혼 생활을 시작한다. 이제 늦은 밤 헤어짐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우산을 잊고 나온 날 갑자기 비를 만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말없이 마중 나온 ‘나의 사랑’과 밤새도록 함께일 테니까. 그런데... 결혼이란 게 그렇게 달달하기만 할까?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이명세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1990년에 제작된 원작은 2014년 조정석, 신민아 주연으로 다시 관객과 만났고 누적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영민과 미영의 이야기는 조금도 낡지 않았고,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또한 그 사실을 입증한다. 이번 작품에 예술 감독으로 참여한 이명세 감독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몇 백 년 전 작품인데도 계속 재공연 되듯, 사랑과 결혼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여전히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함께 살기를 선택하고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본질은 변하지 않았기에, 크게 놓고 보면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들이 남과여 사이에 흐르고 있다. 그래서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는 공감할 만한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신혼 집들이는 늘 요란하다. 새 신랑 새 신부의 노래를 꼭 한 번 들어봐야겠다며 성화이기도 하고, 몰라도 좋았을 배우자의 과거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남편은 자신이 ‘결코’ 잡혀 살지 않는다는 걸 친구들 앞에 보여주고 싶어 하고, 아내는 내조 잘하는 현모양처로 변신해 ‘내 남자 기 살려주기’에 돌입한다. 1990년의 영민과 미영도, 2017년의 영민과 미영도, 다를 것은 없다. 때로는 사회적 성공과 경제력을 이유로 배우자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보다 더 자주 ‘내가 왜 화났는지 모르겠어?’,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그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안해’로 이어지는-누구 한 사람의 속도 시원하게 뚫어주지 못하는 답 없는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달콤하고 쌉싸름한 결혼 생활은 변함없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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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랑스러운 작품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영민은 감수성만 넘치는 작사가다. 히트곡이라고 해봤자 단 한 곡, 그마저도 ‘중박’ 수준에 그치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감성이 대중과 통하는 날이 올 거라고 기대한다. 그는 잘나가는 요가강사인 아내 미영을 보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함께 열등감을 느낀다. 든든한 남편으로 그녀 앞에 서고 싶어 족발집 CM송의 가사를 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결혼이 환상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은 미영도 알아가는 중이다. 집들이에서 처음 만난 승희, 그녀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대학시절 영민과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승희는 자타공인 퀸카로 손꼽혔단다. 그런 그녀가 신혼집 옆에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경이 쓰이고도 남는데, 눈치 없는 영민은 ‘아내 앞에서 다른 여자 칭찬하기’, ‘아내 앞에서 다른 여자 머리 쓰다듬기’의 무개념 퍼레이드를 이어간다.

 

신혼 때는 싸우면서 맞춰가는 거라고,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게 결혼이라고 하지만 다투고 화해하는 것도 시간이 있을 때 얘기다. 사랑이 밥 먹여 주냐는 말, 맞다. 밥 먹어가며 지켜내야 하는 게 사랑이다. 영민과 미영도 ‘먹고 사느라 바빠서’ 눈 맞추며 이야기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 집에 돌아오면 서로에게 기대어 잠들기도 바쁜 일상. 두 사람 사이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들과 말하지 않는 사건들이 쌓여간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결혼 생활의 서막이 오른 셈인데, 이들 새내기 부부가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함께한 많은 시간들이, 그 속에 알알이 박혀있는 무수한 추억들이, 둘의 관계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으니까.

 

연극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는 이렇다 할 갈등도 유별난 사건도 등장하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그렇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연인들에게는 가보지 않은 길을, 긴 시간 부부의 연을 지켜온 이들에게는 오래 전 지나온 길을 보여준다. 결혼을 기점으로 두 사람의 삶이 버라이어티하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분명 그 안에서만 싹트고 자라나는 감정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시종일관 귀엽고 사랑스럽고, 때로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배우 김산호, 이해준, 황찬성이 남편 영민을, 김보미와 이아영, 신윤정이 아내 미영을 연기한다. 이들과 함께 무대를 꽉 채워주는 멀티맨 최소영, 김윤하, 김찬종의 활약 또한 눈부시다. 원작 영화를 연극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한 음악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긴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담아내면서 기발한 묘사로 사랑을 보여준 연출력이 돋보인다. 작품은 7월 30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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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