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죽음이 그러하겠지만, 어떤 이의 죽음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러할 테고, 개개인의 단편들로 박제되어버린 자의 죽음이 그러할 테다. 데이비드 보위가, 프린스가, 조지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을 때, 수많은 이들이 슬퍼한 이유는 단지 그들의 새로운 행위를 포착할 수 없다는 아쉬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자가 남긴 족적들이 남은 이들의 순간순간에 깊이 스며들어있기에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기리고 되새긴다.
2017년 5월 17일. 크리스 코넬이 공연 후 인근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감시관들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향년 52세, 죽기엔 너무 이른 나이었다. 그는 1990년대를 풍미한 그런지의 아이콘이기 이전에 멈춤 없이 록을 탐구하고 해석한 로커다. 음역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탁월한 보컬과 하드 록에 최적인 거친 음색은 후대에 등장하는 록 밴드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록이 침체기에 빠져든 지금, 그의 죽음이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사운드가든(Soundgarden)과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 그리고 틈틈이 정진했던 솔로 활동으로 우리에게 끝없이 록을 들려주었던 크리스 코넬. 누군가의 청춘으로 남아있을 아홉 곡으로 그를 되돌아보자.
Soundgarden ? Flower (1988,
크리스 코넬은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기 이전에 그런지의 특징이 되는 어둡고 염세적인 정서의 기반을 마련한 작가이다. 1988년에 발매된 사운드가든의 1집
Soundgarden ? Jesus Christ Pose (1991,
사운드가든의 음악은 펄 잼과 너바나의 것과 결이 달랐다. 이들의 음악엔 하드 록과 헤비메탈로부터의 받은 영향, 즉 금속 냄새가 진동하다. 1991년에 나온 그런지 음반들, 펄 잼의
Soundgarden ? Black Hole Sun (1994,
현재까지 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밴드에게 상업적인 성공을 가져다준
Soundgarden ? Fell on black days (1994,
밴드의 그런지가 좀 더 세련되고 정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곡. 크리스 코넬은 절제된 리듬과 블루지한 기타에 맞추어 담담한 음성을 통해 자신의 인생사에 고여 있는 공포와 실망감을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생에 대한 환멸과 비애감이 특히 두드러진다. 「Black hole sun」만큼이나 대중적인 소구력을 갖춘, 멋진 곡이다.
Audioslave ? Like a stone (2002,
1997년 사운드가든이 멤버 간의 의견차로 해체하고 홀로 남은 그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RATM)의 새로운 보컬이 된다는 루머가 풍문으로 전해졌을 때, 모두들 갸우뚱한 반응을 보였다. 1990년대 후반의 록은 크리스 코넬의 그런지와 RATM의 랩 메탈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상극의 성질이었기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합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었고, 크리스 코넬과 톰 모렐로(Tom Morello)를 비롯한 RATM의 멤버들은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라는 신선한 이름의 밴드로 새 출발을 꾀한다. 결과물 또한 신선했다. 명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의 도움을 받아 제작된 첫 정규음반
Audioslave ? Be yourself (2005,
오디오슬레이브의 소포모어
Chris Cornell ? You Know My Name (2006)
크리스 코넬은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범위 안에 국한되지 않는 뮤지션이다. 그는 밴드의 단위가 아닌 솔로 활동으로 사이키델릭 록과 포크 록 심지어는 댄스 팝까지 시도하는데, <007 카지노 로얄>의 주제가인 「You know my name」은 현악이 가미된 하드 록 트랙으로 시리즈의 여타 주제곡들이 그러했듯 상당히 고풍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곡은 후에 솔로작
Chris Cornell ? Dead Wishes (2015,
2015년에 발매된
Temple of the dog ? Say Hello 2 Heaven (1991,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가, 사운드가든과 펄 잼의 멤버들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마더 러브 본(Mother Love Bone)의 보컬 앤드류 우드(Andrew Wood)를 추모하기 위해 템플 오브 더 독이란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한다. 그룹의 유일한 음반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