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품격의 서정성과 역동성
우리의 시선이 쉽게 가닿지 못한 땅, 그리고 그 위의 작품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글ㆍ사진 이동진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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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저 공을 어떻게 쳐냈던가 의심이 들더니… 야구공 지름이 몇 센티나 됩니까…저걸 쳐서 안타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이 아득할 뿐“

 

「이미 그를 찾아간 우리의 소설 기행」이라는 이인성 씨의 소설 중에
야구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는 과정을 고백하는 대목인데요.
타자는 피처가 공을 손에서 놓은 순간부터
0.25초 안에 칠까 말까를 결정해서
0.2초 안에 배트를 휘둘러야 된다고 합니다.
그 영 점 몇 초를 두고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타자로선 그때 끝나는 거라고요. 

 

스마트폰이나 디카가 보편화되면서 똑같은 장면 여러 번 찍게 되죠.
그 중 남겨지는 건 젤 처음 찍었던 컷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찍을 때부터는 직감보다 이성이 개입하죠.
구도를 따지고, 화면분할을 생각하고, 프레임 안에 걸리는 것들을 치우고...
그렇게 찍은 건 확실히 더 근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처음 셔터를 눌렀을 때의 생기 같은 건 떨어지죠.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공이 어느새 들어와 버리고,
계산만 하고 있다간 찰나의 느낌은 사라져버립니다. 
그건 관계에서도 비슷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나에게 이만큼 했으니까 나는 이 정도 해야지,
저 사람이랑 친해지면 나중에 유리하겠다. 
그러다 사람을, 혹은 사랑을 잃은 적은 없으신가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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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12월 12일. 케냐 독립일을 나흘 앞둔 그날.
이 책의 첫 페이지가 시작 됩니다. 마우마우 운동을 비롯한 케냐 독립투쟁의 역사를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로 풀어낸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작품 『한 톨의 밀알』.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우리의 시선이 쉽게 가닿지 못한 땅, 그리고 그 위의 작품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한 톨의 밀알』
현대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응구기 와 티옹오의 대표작

 

1) 책 소개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꼽히며 지난 20일 제6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케냐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의 『한 톨의 밀알』(A Grain of Wheat, 1967)이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응구기 소설의 최정점” “최고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하게 해준 위대한 소설”로 평가받으며 ‘아프리카 문학 베스트 100’(짐바브웨 인터내셔널 북페어) 1위에 선정된 대표작으로, 작가가 기존 판본의 오류를 바로잡고 내용을 수정한 최신 개정판을 반영하여 새롭게 내놓았다.


1963년 12월 12일 케냐 독립일을 나흘 앞둔 시점에 이야기가 시작되는 『한 톨의 밀알』은 마우마우 운동을 비롯한 독립투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케냐 근대사를 다룬 역작이다. 울지 마, 아이야』 등 이전 소설들보다 훨씬 성숙한 작품세계를 구현하고 있지만 주제나 소재 면에서는 연속성 및 유사성을 띤다. 그러나 회귀적이고 중층적인 서사 구조와 복합적 성격의 다양한 등장인물 등 소설 형식 면에서 중대한 변화를 보여주며, 이를 통해 “고전적 품격의 서정성과 역동성”을 획득하고 있다.


2) 저자 : 응구기 와 티옹오
현대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탈식민주의 문학을 주도해온 거장. 1938년 영국 식민지배하의 케냐에서 태어났다. 1950년대에 수년간 지속된 마우마우 무장봉기에 가족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연루되어 고초를 겪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 식민지 케냐의 일류 고등학교인 얼라이언스를 거쳐 우간다 마케레레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첫 희곡 「흑인 은둔자」를 집필, 상연한다. 이후 영국의 리즈 대학에 입학, 재학 중에 동아프리카 출신 작가가 쓴 첫 영문 소설인 울지 마, 아이야를 발표하고, 『샛강』 『한 톨의 밀알』을 잇달아 출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른다. 1977년 작 『피의 꽃잎들』을 전후로 한층 더 사회주의적이고 탈식민주의적인 전환을 보여주는데, 이후 제임스 응구기라는 영어 이름도 버리고, 집필 활동 역시 영어 대신 기쿠유어와 스와힐리어로 이어간다. 같은 해, 신식민체제의 실상을 고발한 풍자극 「결혼은 내가 하고 싶을 때 한다」를 기쿠유어로 집필, 상연하지만, 당국에 의해 상연 중단되고 교도소에 투옥된다. 『십자가 위의 악마』는 수감 중에 화장지에 써내려간 작품으로 그의 첫 기쿠유어 소설이자, 최초의 기쿠유어 현대 소설로, 작가의 문학세계 및 아프리카 문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국제사면위원회의 도움으로 풀려난 뒤 미국으로 망명하여 예일 대학, 뉴욕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비교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로터스 문학상, 노니노 국제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니꼴라스기옌 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맨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매년 유력한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 217-218회 <책, 임자를 만나다> 도서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범죄의 가면, 날이 가면 갈수록 늘어나는 그 가면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가면 속 민낯을 마주하는 일이겠죠.
이창무, 박미랑 두 범죄학자가 말하는 범죄의 가면 앞에서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방법.

 

'책, 임자를 만나다' 이번 시간에서는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를 통해서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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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한 톨의 밀알 # 응구기 와 티옹오 #독립투쟁 #아프리카 문학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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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unhoy

2017.04.18

울림 / 최돈선


사랑하는 사람들은 억새풀을 꺾으며 온다
잊지 못할 물비늘로 여울져 온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비가 되어 온다
조그만 물방울의 소리로 온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호롱불 밝힌 그리움을 알게 될 것이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짓하는 메아리
진정 비인 가슴에 남는 젖어 있는 목소리

.
.


단호하고 진실한 음성이
마음 속의 잔잔한 수면에 파문을 던지네요


가져갈 것도 없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마주하는 일을 하던 그 사람이 사라져버립니다

나에게 남겨지는 이야기를 '잊지 못할'
'십자가 위의 가난한 꽃잎들'로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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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