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거스르는 생물이 있을까?
그러려고 노력하는 건 야쿠시마의 야쿠스기(야쿠시마의 해발 500미터 이상 산지에 자생하는 삼나무. 좁은 뜻으로는 이 중 수령 1,000년 이상인 나무를 의미한다)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그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천수를 누리는 것이다.
세월을 거스르는 것이 어느새 가치 있는 인생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TV를 보면 광고만 계속 흐르는 채널이 있다. 거의가 미용이다. 얼마나 세월을 속일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둔다. 성형수술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고, 안 해도 예쁜 사람까지 얼굴에 손을 댄다.
“저건 수술한 코야” “이 사람, 콜라겐 주입했군” 하고 지적해대는 성형 전문가 아줌마도 주변에 있다.
역시 모두 예쁘다. 보통 여자 중에 추녀는 모두 사라지고, 다리도 점점 길어지고, 멋을 부리는 데에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노력한다.
일본은 평화롭고 근사하다.
구십이 넘은 할아버지가 죽을힘을 다해 겨울 산에 오르거나, 바다 속으로 뛰어들거나, 철봉으로 기계체조를 한다.
나이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온몸으로 표출한다.
추하다. 나이를 이긴다든가 진다든가 그런 표현에 구역질이 난다.
노인은 노인으로 좋지 않은가?
이렇게 어리석고 기력만 넘치는 노인이 있으니 보통 노인은 홀대받는 거다.
무척 젊어 보이는 여자를 안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인데 열 살은 젊어 보인다. 알맹이는 더 젊다. 주변의 아가씨들이랑 비슷하다.
“롯폰기 힐즈 가봤어?” “오모테산도 힐즈 가봤어?” 내가 갈 리 없잖아.
그 여자에겐 나이에 걸맞은 알맹이가 외모와 마찬가지로 없다. 나는 곧 일흔이 된다.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왔다. 찢어지게 가난했고 이혼도 했다. 사람과 사람이 붙는 건 고생스럽지 않지만 떨어지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쓰러진다.
한순간의 빛이 인생의 영원한 빛으로 반짝이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지친다. 인력은 밑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피부는 아래쪽으로 처지고 뼈도 70년을 매일 썼으니 당연히 상한다. 하지만 주름투성이 몸 안에는 태어나서 살아온 세월이 모두 들어 있다.
서양은 젊음의 힘을 숭상하는 반면, 동양에는 연륜을 존중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늙어가는 멋진 노인의 표본이 늘 존재했다. 나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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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습니다사노 요코 저/이수미 역 | 샘터
『100만 번 산 고양이』 『사는 게 뭐라고』의 작가 사노 요코가 가장 그녀다운 에세이집으로 돌아왔다. 중국 베이징에서 맞이한 일본 패전의 기억부터 가난했던 미대생 시절, 그리고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거쳐 홀로 당당하게 살아온 일생을 그녀 특유의 솔직함으로 그려낸다.
사노 요코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와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1971년 《염소의 이사》를 펴내며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주요 그림책으로 《100만 번 산 고양이》 《아저씨의 우산》 《내 모자》 등이 있고,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시즈코 상》 등의 수필을 썼다. 《내 모자》로 고단샤 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수필집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로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받았다.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