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
타인과 대화하다 보면 한 사람은 그대로 한 권의 책과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독자이면서 작가로, 자신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면서 모두 자신의 한 페이지를 써 나가면 좋겠어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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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서 하나의 질문이 명료하게 떠오를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거창하고 세련되지 않더라도 “나는 잘 살고 있을까?”하는 막연하고 투박한,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을 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저의 책도 어느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근대문학을 연구하면서 오래된 소설을 주로 읽어왔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사회학 관련 책을 일부러 많이 찾아 읽고 있어요.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이민경의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일부러 읽었고 계속 목록을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대학, 빈곤, 기본소득도 제가 계속 공부하고 싶은 키워드들입니다. 천주희의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를 읽고서는 그의 다음 작품을 계속 기다리고 있어요. 소준철은 노인 빈곤문제에 관심이 있는 문화연구자인데 그의 책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타인과 대화하다 보면 한 사람은 그대로 한 권의 책과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독자이면서 작가로, 자신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면서 모두 자신의 한 페이지를 써 나가면 좋겠어요. 

 

 

 

명사의 추천

 

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전영애 역 | 민음사

우리는 모두 어느 세계를 찢고 나온 경험이 있다. 대학을 그만두고 나와서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이제는 인생의 어느 중요한 순간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저 | 창비

시인 정희성은 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이었다. 수업 첫 시간에 그가 낭독한 '저문강에 삽을 씻고'를 아직 잊지 못 한다. 모두가 뜨겁게 박수를 쳤고 몇몇 친구는 시인의 꿈을 꾸기도 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저 | 창비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서 꺼내 읽은 책 중 하나다. 대리운전을 하고 『대리사회』라는 책을 쓰는 동안 틈틈이 다시 읽었다. 그러는 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다. 홍세화 선생님이 파리로 망명을 간 나이가 내가 대학에서 나온 나이와 같아서 괜히 웃기도 했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저 | 한겨레출판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좀 쉬어가면 어떤가, 아니 좀 지면 어떤가."하는 생각을 했다. 잡기 힘든 공을 잡기 위해 뛰어가기보다는 그 길에 핀 들꽃의 향기를 맡는 일도 멋진 것이다. 작가 박민규의 문체도, 메시지도, 발랄함도, 모든 것이 좋았다.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구드룬 파우제방 글/함미라 역 | 보물창고

어린 시절 가장 여러 번 읽은 책이다. '재난'은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그리고 재난 이후의 재난이 오히려 더욱 참혹할 수 있음을 읽었다. 우리 시대의 여러 재난들 역시 재난보다는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그 참혹함의 정도를 결정짓는다.

 

 

 

 

 

영화

 

신세계
박훈정/박성웅/최민식/이정재/황정민/송지효 | 케이디미디어

지금도 종종 다시 봐요. 그렇게 선과 악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영화가 오히려 많은 질문을 던져 주기 때문이에요.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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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데미안 #저문강에 삽을 씻고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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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iu22

2017.02.15

오. 신세계를.. 종종 보신다니... ! 그렇군요 정희성 시집. 담아갑니다. 좋은 선생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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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1983년 서울 홍대입구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현대 소설을 연구하다가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썼고, 그 이후 대학 바깥으로 나와서 ‘김민섭’이라는 본명으로 이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 『대리사회』를 썼다. 후속작인 『훈의 시대』는 한 시대의 개인들을 규정하고 통제하는 언어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교수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어느 중간에 있는 경계인이었다. 저자는 그러한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에게 보이는 어느 균열이 있다고 믿는다. 그 시선을 유지하면서 작가이자 경계인으로서 개인과 사회와 시대에 대한 물음표를 독자들에게 건네려고 한다. 특히 가볍지만 무거운, 그러나 무겁지만 가벼운 김민섭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되고 싶어 한다. 글을 쓰고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일을 한다. 2021년 봄부터는 바다가 좋다는 아이들의 말에 강릉 초당동에 이주해 지내고 있다. 1인출판사 ‘정미소’를 운영했고, 스타트업 북크루의 대표이다. 지은 책으로 『진격의 독학자들』(공저), 『고백, 손짓, 연결』, 『거짓말 상회』(공저),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공저), 『아무튼, 망원동』이 있고, 기획한 책으로 『회색인간』 등 김동식 소설집과 『저승에서 돌아온 남자』와 『무조건 모르는 척하세요』 등 ‘문화류씨 공포 괴담집’ 시리즈가 있고, 만든 책으로 『삼파장 형광등 아래서』와 『내 이름은 군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