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자, 부부라는 인간관계를 탐구하다
연애의 기술을 초급자 과정이라 한다면 결혼 후 사랑의 기술은 상급자 과정이라 할 수 있죠. 한 사람이 가진 인간관계 기술의 역량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하는 관계가 바로 ‘부부’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6.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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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양한 TV 채널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얘기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인터넷의 발달로 성 지식과 정보도 늘었고, 자신의 문제를 오픈해서 상담하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을 터부시하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한국 부부 36퍼센트가 섹스리스로 세계 꼴지 수준’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결혼 생활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최근 출간된 『그래도 나는 사랑으로 살고 싶다』는 성 문제를 몸과 마음의 의학적인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부부 관계 지침서다. 이 책을 공저한 강동우ㆍ백혜경 원장은 부부이면서 성의학 전문가다. 이 책을 통해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두 저자를 만나보았다.

 

성의학 전문가가 들려주는

마음으로 하는 사랑, 몸으로 하는 사랑

 

‘부부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인간관계’라고 강조하셨는데, 부부는 사랑에 의해 맺어진 관계라는 점에서 다른 인간관계와 구별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사랑으로 사는 부부’가 얼마나 된다고 보시나요?

 

백혜경: 제 생각엔 ‘사랑’으로 사는 부부’가 상당히 많다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그 사랑이 사랑인지 모르는 경우 또한 상당히 많다는 것이죠. 배우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들에게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애 시절의 강렬한 끌림이나 애타는 감정만을 사랑이라 여기거든요. 결혼 생활이 지속되면서 그런 뜨거운 감정의 온도가 식는 것을 사랑이 없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감정이야말로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에 의한 충동이나 성욕, 또는 과거에 충족되지 못한 감정적 결핍의 대치물일 때가 더 많은데 말이죠. 


부부간의 정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연민, 모성애, 희생 등도 사랑의 한 종류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따지면 사랑으로 사는 부부들은 굉장히 많을 겁니다. “젊은이들이 사랑에 대해 뭘 아는가? 그들은 성적인 격정과 사랑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한 미국의 작가 메이 사턴의 글을 읽었을 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싶어 반가웠어요. 알랭 드 보통의 신작 소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살펴볼 수 있죠. 사랑과 연애에 대해 여러 권의 책을 썼던 알랭 드 보통을 저도 무척 좋아하는데요, 결혼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강동우: 우리가 부부 관계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친밀감’입니다. 친밀한 정서적 교감을 바탕으로 한 사랑은 연애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열정적인 감정을 포함한 사랑입니다. 연인이나 부부간의 열정적인 감정은 성적인 만족감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죠. 그런 열정을 유지하는 데 섹스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섹스리스가 위험하다는 것이고요.
 
부부 사이에 성 문제가 중요하긴 하지만 또 그게 전부인 건 아니잖아요. 섹스리스 부부라 해도 친구처럼 사이좋게 살아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백혜경: 어떻게 부부 사이에 섹스만이 전부가 될 수 있나요? 우리가 부부의 성을 다루는 의사이긴 하지만, 부부 사이에 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지 전부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이 질문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성에 대한 지나치게 극단적인 시각이 참 안타깝습니다. 왜 All or Nothing으로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할까요? 그 중간 어딘가가 있는 것이죠. 진료실에서나 인터뷰, 방송 등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부부간 성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을 때 대놓고 불편해하거나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런데 그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자세히 파고들어 들여다보면 섹스리스와 같은 부부간 성적 트러블이 있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성적인 보수성, 다시 말해 성적인 억제는 성적인 이중성과 큰 상관관계가 있어요. 그러니 성에 대해 저급하고 지저분하다는 부정적인 사고나 거부감 또는 All or Nothing 같은 시각을 가지는 것이죠.


강동우: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부부 사이에 섹스리스로 살면서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섹스리스 부부의 상당수가 결과적으로는 더 잘 다투거나 결국은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외도 문제가 생기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는 마치 이성 친구 사이와 연인 사이가 다른 것과 같아요. 이성 친구 간에 대화가 잘 통하고 더 편한 면도 있을 수 있지만 서로의 애인이나 성생활에 대해 관여할 권리는 없죠. 부부 사이가 친구 사이처럼 된다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요. 내가 배우자에게 애인이 아닌 친구와 같은 존재라면, 언젠가 배우자에게 다른 애인이 생길 수도 있겠죠.   

 

다양한 문제로 힘들어하는 부부들이 책에 나옵니다. 부부 갈등이나 성기능장애에 대한 진료를 보실 때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커플의 유형이 있을까요?


강동우: 치료가 쉬운 커플은 잘 없어요. 섹스리스가 뭐가 문제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든지 외도나 성기능상의 문제 등 자신의 상황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배우자 탓만 하는 분들은 정말 치료하기가 힘듭니다. 예를 들면 지속된 상황성 발기부전 문제로 인해 아내에 대한 선택적인 성욕 저하로 섹스리스에 빠진 남편이, 반복적인 성매매를 하고 야동을 보면서 그게 대체 뭐가 문제냐며 자기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도 하죠.


백혜경: 보통 그런 경우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아내가 매력적이지 않아서’, ‘권태기가 와서’, ‘아내가 내게 너무 잔소리를 해서’ 등등의 수많은 핑계를 댑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 부정을 하고 배우자에게 문제를 투사할(뒤집어씌울) 때 치료하는 데 어려움이 크죠. 이런 사람들은 자기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립니다. 그래도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변화가 생깁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문제 해결이 힘든 경우는 병원이나 상담소를 찾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부부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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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술은 초급자 과정, 결혼 후 사랑의 기술은 상급자 과정

 

부부 갈등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계시겠지만 그래도 서로 의견이 다르거나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경우가 있지 않으신가요? 두 분이 다투셨을 땐 어떻게 푸시죠?


백혜경: 당연히 의견이 서로 다를 때가 있고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가끔은 다투기도 하는데 그러고 나면 우리 부부도 우리가 진료실에서 강조하는 요령과 같은 방식으로 갈등을 풀어요. 감정이 격해지면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가지면서 감정을 가라앉히는 타임아웃을 하고, 극단적인 표현이나 비난을 삼가려고 애쓰죠. 지금 여기, 바로 이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지나간 과거 이야기를 들춰내는 건 자제하고요.


강동우: 정말 화가 나면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 즉 아쉬운 점을 생각하면서 ‘그래도 이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기도 합니다. 얼굴을 보고 얘기하다 계속 감정적으로 격해질 것 같으면 스마트폰의 메신저 어플이나 문자 메시지로 대화를 하죠. 예전엔 편지를 쓰거나 이메일로 소통하기도 했어요. 

 

‘아이’가 부부를 가깝게 만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부부 사이를 멀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두 분은 어떠셨나요?


백혜경: 첫아이를 키울 때는 좋은 부모 역할에 대한 의욕은 넘치는 반면에 미숙한 점이 많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잦을 수밖에 없죠. 게다가 결혼 초기라 부부가 서로의 차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갈등이 생기기 쉽고요. 우리도 큰아이를 키울 때 잘 키워보겠다는 의욕은 컸지만 서로 타협이 충분히 안 된 시기라 양육 방식의 차이 때문에 많이 다퉜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런 다툼의 과정이 결국 타협의 한 과정이었더라고요. 그렇게 다투면서 어쩔 수 없는 서로의 차이를 깨닫게 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땐 그걸 포기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말이에요. 둘째 아이 때는 육아 초기에 몸이 피곤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각방 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부 사이가 멀어져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들이 우리가 부부의 문제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그대로 녹아들었죠.


강동우: 공부를 통해 부부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웠지만, 우리 부부의 경험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자녀 문제뿐 아니라 결혼 생활의 다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몸과 마음의 변화가 같이 오는 남녀 갱년기에 대해서도 주요하게 다루셨는데요. 중년의 부부가 갱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명심해야 할까요? 


강동우: 갱년기는 나이가 들어 성호르몬이 자연스레 저하되면서 생기는 변화입니다. 실제로 신체적인 변화가 두드러지니까 몸의 변화만 생각하게 되는데, 그에 못지않게 마음의 변화가 온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갱년기 우울증이나 상실감인데 특히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죠. 반대로 점점 스러져가는 것 같은 인생에 대한 아쉬움이나 꺼져가는 자신의 성기능 또는 허무감 때문에 안 그러던 사람이 갑자기 외도를 하거나 이제까지와는 다른 일을 벌이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변화에 대해서도 스스로 인지하고 또 배우자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백혜경: 갱년기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자각하고 적극적으로 잘 관리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이런 갱년기 관리는 혼자서 하기보다 배우자와 함께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갱년기의 다양한 변화 중에는 성기능의 변화, 남성성과 여성성의 변화에 따른 남편과 아내 역할의 변화, 자녀의 독립 등 배우자와의 관계와 관련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40대 중후반부터 시작되는 갱년기에 몸과 마음의 변화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은 노년기의 건강과 행복에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여쭐게요. 연애 시절 사랑의 기술과 결혼 이후 사랑의 기술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백혜경: 간단하게 얘기하면 ‘연애의 기술은 유혹의 기술이고 결혼 후 사랑의 기술은 타협의 기술’이라 할 수 있죠. 연애의 기술이 어렵다고 하는데 결혼에서의 사랑의 기술이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한 사람과,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훨씬 더 다양하고 광범위한 형태의 관계를, 더 깊이 있게 가져야 하니까요. 난이도를 따지자면 연애의 기술을 초급자 과정이라 한다면 결혼 후 사랑의 기술은 상급자 과정이라 할 수 있죠. 


강동우: 물고기를 잘 낚는 것도 어렵지만 잡은 물고기를 안 죽이고 몇 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잘 키우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잖아요. 어항에서 키울지 연못에서 키울지 하는 문제부터 먹이는 무엇으로 하고 물은 어디서 가져와 채울 것이며 수온은 어떻게 맞출 것인지 등등 한층 더 복잡한 여러 가지 조건을 계속해서 잘 맞춰줘야 하니까요.


백혜경: 한 사람이 가진 인간관계 기술의 역량이 총동원될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하는 관계가 바로 ‘부부’입니다.   


 


 


 

 

그래도 나는 사랑으로 살고 싶다강동우,백혜경 공저 | 레드박스
부부 갈등과 성 트러블을 겪는 이들을 10년 넘게 진료해온 강동우ㆍ백혜경 원장이 부부라는 인간관계와 부부의 성에 관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결혼은 사랑의 결말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 관계를 가꿔나가기 위한 다양한 조언과 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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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