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작품
뮤지컬 <트레이스 유>가 돌아왔다. 2013년 초연과 2014년 재연 모두 유료 객석 점유율을 80% 넘기며 수 많은 매니아를 양성한 바로 그 뮤지컬. <트레이스 유>는 반전을 품고 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하고 중독성 있는 록 음악, 단 2명의 배우만 등장하는 2인극 등, 매력적이고 신선한 요소들을 품고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때문에 <트레이스 유>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중 흥행에 성공한 작품으로 손에 꼽히곤 했다. 이번 시즌 2년 만에 돌아온 <트레이스 유>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두 시즌과 다르게 새로운 연출가가 극을 맡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트레이스 유>는 록 클럽 ‘드바이’를 무대로 ‘드바이’의 주인인 우빈과 밴드 보컬 본하와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상으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상처를 가진 본하는 저항의 아이콘처럼 자유분방하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다. 그와 반대로 우빈은 카리스마 있고 책임감이 강하며 이성적이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상반되는 두 사람은, 본하가 묘령의 여인를 사랑하게 되면서 조금씩 갈등을 빚는다. 본하는 묘령의 여인에게 빠져 하루하루 그녀를 기다리고, 좀처럼 공연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런 본하를 보며 우빈은 분노와 연민을 느낀다. 우빈은 본하에게 사랑은 의미 없다고, 쓸 데 없는 일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본하의 외사랑은 점점 깊어만 진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갈등의 골 역시 깊어진다. 그러던 중 본하는 우빈으로부터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우빈은 자신이 그녀를 죽였다는 충격고백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극은 새로운 스토리로 넘어간다.
사실 <트레이스 유>는 한 번 보고 오롯이 극을 이해하는 게 조금은 어려운 작품이다. 반전을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라면 반전을 기준으로 그 전과 후의 연결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전에 흘려 들었던 대사나, 지나갔던 장면들의 의미가 떠오르면서 매끄럽게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트레이스 유>는 그 부분에서 있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두 남자의 대화는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노래로 인해 뚝뚝 끊겨버리고, 관객의 몰입과 집중도 뚝 끊겨버린다. 이미 끊어져버린 대사와 감정을 노래가 끝나자마자 다시 급하게 이어가면서 부자연스러움이 배가 된다. 반전을 암시하기 위해 곳곳에 설치해둔 상징적인 장치들이나, 대사는 각자가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좀 더 유연하고 개연성 있는 전개가 필요해 보인다.
<트레이스 유>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음악이다. 록을 기반으로 한 넘버들은 라이브 밴드의 연주로 더욱 강렬해진다. 특히 커튼콜 시간에는 실제 록 클럽을 방불케 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열기가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마니아가 많은 공연답게 관객들의 반응도 열광적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추고 뛰면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한다. 처음 공연을 보러 간 사람들은 살짝 당황 할 수도 있지만,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열창하는 배우들을 보며 그 분위기에 함께 취하게 된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넘버들은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사실 <트레이스 유>는 반전을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기에 공연에 대한 기사를 쓰는 일이 조심스럽다. 자칫하다간 대형 스포가 되어 아직 공연을 관람하지 못한 관객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줄 수도 있고, 공연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호기심이 생기는 사람이라면 직접 클럽 드바이로 가서 두 남자를 만나보기를 권한다. 두 남자가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테니 말이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