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문화와 연계하여 전 세계 주류음악으로 자리 잡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신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신곡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서도 대중의 취향을 저격하는 달콤한 선율로 그들만의 독자적인 포지션을 차지한 캐시 캐시(Cash Cash) 곡들은 단연 돋보인다. 미국 뉴저지(New Jersey) 출신으로 2008년에 데뷔하여 어느덧 9년차로 접어든 이 트리오는 2014년 발표한 「Take me home」으로 빌보드 차트 57위를 경신했다. 그들은 이번 앨범이 3년간의 피와 땀으로 일구어낸 음반임을 제목과 커버 이미지를 통해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세 명의 프로듀서는 멜로디 메이킹의 귀재임이 분명하다. 보컬의 멜로디부터 시작하여 이와 어우러지는 비트의 화음 구성, 곡의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캐치한 드롭(Drop)까지 늘씬한 조화를 이룬다. 4분 남짓한 트랙을 무결한 하나의 코드로 만들어낸다. 16개 수록곡의 모든 멜로디를 헤집어봐도 어느 한곳 불편한 구석이 없다. 특히 이전에 흥행을 거둔 「Take me home」과 더불어 「How to love」, 「Hero」, 「Aftershock」 등의 후렴이 으뜸을 차지한다. 단번에 귀에 달라붙는 멜로디와 연계된 농익은 디제이의 치밀한 악기배합, 마음을 들었다 놓는 리듬주법은 그들의 장점을 더욱 강화한다. 이미 인간이 어떻게 소리를 받아들이는 지에 대한 메커니즘 연구를 끝마친 듯하다.
가사내용은 전반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멜로디컬한 곡들에 걸맞은 슬픈 감성의 가사뿐만 아니라 열정적인 사랑에 대한 내용도 존재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초반부를 제외하고 홀수 트랙은 강렬한 감정을, 짝수 트랙은 서정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Escarole」, 「Arrows in the dark」, 「Bada boom」 등의 곡들과 「Turn」, 「Lightning」, 「We will live」 등의 곡들이 연속적으로 대비된다. 열성적인 곡과 감성적인 곡을 번갈아 배치한 것이다. 이러한 교차구성의 곡 배열은 앨범 단위의 감동을 이끄는 일관적인 기승전결 형태의 분위기 조성을 방해하고 있다. 강력한 멜로디의 힘을 바탕으로 빅 룸이 대표하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는 물론이고 최신 유행하는 트로피컬 하우스, 트랜스, 덥스텝, 심지어 인도풍의 사운드까지 활용하며 그들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훌륭히 증명하였지만, 잡다한 구석이 있다.
넬리(Nelly), 버스타 라임스(Busta Rhymes) 등의 명망 있는 힙합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소피아 레예스(Sofia Reyes), 재키 리(Jacquie Lee) 등 신예 보컬 피처링에 힘입은 그들의 프로듀싱은 많은 장르와 결합하여 다양한 대중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3년 동안의 노력이 대중의 사랑으로 결실을 맺은 듯 보이지만, 그들의 최대 장점인 ‘멜로디’의 강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였다. 「Aftershock」, 「Lightning」과 같은 은유적인 가사와 감성적인 주제에 에너지를 집중한다면 밀도 높은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올라운드 플레이’보다는 ‘베스트 플레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6/08 현민형(musikpeople@naver.com)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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