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12월 13일. 영국의 평범한 어느 날. 기온이 영하였을 수도 있는 추운 겨울 날씨였던 그날, 나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때 가족과 친구들 선물을 뭘로 할까 생각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날 밤, 나는 내 방에서 목요일 클럽Thursday club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목요일 클럽은 우리 학교에서 열리는 청소년 동아리 활동 같은 걸로, 당시 내가 일주일 중 제일 고대하던 시간이었다. 그때 내 나이는 열네 살. 부모님이 <톱 오브 더 팝스Top Of The Pops>를 말도 못 하게 싫어하신 탓에 나는 그 프로그램을 2층에서 낡은 흑백 텔레비전으로 봐야 했다. 하지만 아래층에서 베타맥스 비디오 기기가 같은 프로그램을 녹화 중이었으므로, 다음 날에는 컬러로 다시 볼 수 있었다.
당시 유행하던 밝은 보라색 ‘트와일라이트-티저’ 립스틱을 바르고 짧은 러플 스커트의 매무새를 가다듬던 찰나, 어떤 젊은 여자가 화면에 나와
다음 날, 컬러로 녹화된 영상을 다시 보니 마돈나의 머리색이 흑백 텔레비전에서 보고 추측했던 금발이 아니라 밝은 분홍색이었다. 가발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국에 방송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그런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그녀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내 생각에 확신을 심어주었다.
그때 이후, 내 방 벽에 붙어 있던 팝 그룹 왬!Wham!과 듀란 듀란Duran Duran 포스터는 팔찌를 끼고 허리를 드러낸 이 여가수 사진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내 우상이 되었고, 그녀처럼 입고 다닌 적이 한 번도 없다면 거짓말일 만큼 나도 당연히 여러 번 따라 입기를 시도했다. 변신의 성공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달랐는데, 잘라낸 상의와 레깅스 패션은 이미 꽤 유행하고 있던 터라 괜찮았지만 노란색 매니큐어와 파란색 립스틱에 도전했을 때는 부모님이 마치 외국에서 온 전염병 환자 같다고 한마디 하셨다. 그래도, 때에 따라 정말 마돈나처럼 되고 싶어 한 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그녀는 나의 ‘롤 모델’이었다. 나를 계속 자극하고, 꿈이 정말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강화시키는 촉매였다.
마돈나의 공연은 여섯 번을 봤고 잡지 표지, 책, 앨범, DVD를 찾는 대로 다 모았다. 아직 직접 만난 적은 없어도, 지난 30년간 그녀가 이룬 방대한 업적은 전업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인 내게 엄청난 용기를 주었다. 오랜 세월 열심히 노력하고 살벌한 과정을 거친 끝에 비로소 몇 년 전에 나는 그 꿈을 이루었다.
작가가 되려는 내 욕망 안에는 마돈나에 대한 책을 쓰는 꿈이 들어 있었지만, 그녀가 특히나 질색한다는 야한 폭로성 전기는 나 역시 사절이었다. 그보다는 전 세계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트리뷰트를 만들고 싶었다. 이를 위해 그녀의 인생을 일련의 사진과 그 각각에 대한 상세한 해설로 전달하는 화보집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 마돈나의 인생과 경력에서 상징적이고 흥미로운 220개의 순간으로 이루어진 이 책(혹은 원하신다면 ‘기념물’)을 여러분 앞에 내놓을 수 있어 정말 황홀하다. 나는 진심을 다해 썼고 사진도 직접 골랐다. 만드는 동안 내가 즐거웠던 만큼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재미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고 보면, 정말, 꿈은 이루어지는 게 맞는 듯?
2014년 6월
미셸 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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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마돈나미셸 모건 저/성문영 역 | 뮤진트리
팝의 아이콘에서 최고의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서고,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고, 매순간 새로움을 창조해냄으로써 전 세계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영감의 원천이 된 마돈나. 이 책은 그녀의 수많은 이미지 중 어느 하나라도 닮고 싶어 하는 남녀노소를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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